[단비발언대] 김슬기

▲ 김슬기 기자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파라오 지배 아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는 ’블레셋 사람 땅의 길‘이고, 또 하나는 광야였다. ’블레셋 길‘은 지중해 연안을 따라 이집트와 가나안을 연결하는 중심무역로이자 군사로였다. 이 곳을 지나가면 늦어도 40일 안에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광야를 택했고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까지 광야에서 살아야 했다. 신은 가나안 땅을 약속했지만, 그곳 주민들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40년간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별로 없는 광야를 이리저리 헤매고 다녀야 했다.

광야에는 애초에 길이 없었다. 광야는 척박하고 황량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이 광야는 이어진다. 정해진 길도, 시간도 없다. 한번 방향을 잘못 잡았다간 바꾸기도 어렵다.

우리 인생도 광야에 서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한평생 살아가면서 우리 앞에 놓이는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의 행로 아니던가? 우리는 쉽사리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자신의 길이라 믿었던 것이 남의 길이었고, 지름길이라 생각했던 길이 막다른 골목이었던 황당함도 경험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기도 하고, 소중한 성찰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결국 화려하지는 않을지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정해진 행로만을 따라간다면 그것만큼 따분한 인생도 없으리라. 펜스가 있는 포장도로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을 걷는 즐거움이 큰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가끔은 길에서 벗어나 야생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산길, 가끔은 아무데나 주저앉아 쉬고 싶은 산책로 같은 길을 우리는 걷고 싶어한다. 앞서 가는 사람이 없기에 호기심이 생기는 호젓한 길, 직선보다 빠르지는 못하지만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때로는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싶어한다. 내 인생의 행로도 그런 길이었으면 한다. 그것이 성공과 행복으로 인도되는 길이길 원하지만 때로는 실패와 절망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지 않는다면 성공의 환희 또한 크지 않으리라.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경험하는 것. 때로는 길나지 않은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이정표가 있는 뻔한 길을 가고 있다면, 나는 길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에 길에게 묻는다, 나의 길은 어느 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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