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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소송제 거부’ 호주 주목 필요
90년 이후 전 세계 수백 건 ISD 소송...FTA에선 위협 더 커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1년 11월 02일 (수) 14:45:38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금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쟁점이 투자자국가소송제, 즉 ISD입니다. 외국인투자자가 협정상대국의 정책 때문에 사업상 손해를 입게 됐을 때 국제법정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야당에서는 이 제도가 우리의 경제주권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맞습니다. 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대표적인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습니다. FTA가 발효해 시장개방 수준이 대폭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양극화 같은 국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개방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집행할 경우, 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세계은행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 등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해 보호하는 것, 기업형수퍼마켓(SSM)확장에 맞서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유통법, 상생법을 집행하는 것도 모두 미국계 대기업의 제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에 따라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어민 등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모두 무력화할 수 있고,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쓰는 것 등 지방정부의 자율성에도 족쇄가 걸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ISD로 미국에 경제주권을 침해당한 나라 벌써 여럿

김: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ISD를 통해 경제주권을 제한한 사례가 있습니까?

제: 알아보면 꽤 많습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맺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대표적인 피해자입니다. 멕시코의 경우 설탕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산 액상과당을 쓰는 탄산음료에 20%의 소비세를 부과했다가 카길 등 3개 미국기업에 제소당해 약 2억 달러를 배상했습니다. 또 미국 메탈클래드사에 유독물질매립장 건설허가를 내줬다가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쳐 취소했는데, 이 때문에 제소당해서 1688만 달러를 물어주기도 했습니다. 캐나다는 가솔린첨가제 수입을 금지했다가 미국 에틸사의 제소로 1300만 달러 배상에 합의했고, 담배에 ‘순한 맛’이란 표기를 금지하려다 미국 필립모리스의 제소위협 때문에 포기한 일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중남미국가에서도 미국의 제소로 정부가 거액을 배상하거나 정책을 포기한 경우가 있습니다.

김: 하지만 정부여당에서는 ISD가 이미 글로벌스탠더드, 즉 보편적인 국제기준이고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와 맺은 투자보장협정에도 들어가 있는 조항인데, 야당이 지나치게 과장된 우려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죠?

   
제: 정부여당의 설명은 우리나라가 1976년 영국과 투자보장협정을 맺을 때부터 ISD조항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85개국과 맺은 투자보장협정 중 81개 협정에 ISD가 들어가 있고, 전 세계 2500여개의 협정이 ISD를 포함하는데 새삼스럽게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칠레 등 우리나라가 기존에 맺은 FTA에도 ISD가 들어갔고, 한EU FTA는 ISD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것도 EU 개별 국가 대부분과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부는 특히 ISD가 국내에서 외국인투자를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외국에서 한국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합니다. 2006년 이후 4년 간 우리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기업의 대한 투자에 비해 2.5배 정도로 많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정부여당의 논리대로라면 ISD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호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할 때 의회가 나서서 ‘ISD는 절대 안 된다’며 제외시킨 이유가 뭘까요?

제: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가운데 호주와 이스라엘은 ISD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호주는 지난 4월에 의회차원의 특별연구를 거쳐서 “ISD가 갖는 정책주권침해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FTA에도 ISD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 건의 ISD제소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큰 경각심 없이 투자보장협정이나 FTA에 넣었던 ISD가 의외로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전세계 ISD소송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 기업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데, 미국과의 FTA에 이를 넣을 경우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 투자보장협정이 기존의 국내법 체계 하에서 국내에 이미 들어온 외국인투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FTA는 개방 폭이 종전보다 훨씬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는 물론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까지도 제소권을 갖기 때문에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김: 그런데 호주의 경우 이렇게 FTA에서 ISD를 빼기 위해 농산물 등 다른 분야에서 미국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제: 호주가 농산물 시장 개방 부분에서 미국에 많이 양보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ISD가 얼마가 걱정스러웠으면 농산물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뺐겠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 원안에서는 자동차 부문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협상이 됐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미국의 요구로 재협상을 한 뒤엔 훨씬 불리해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ISD도 받아들이고, 자동차 등의 이익도 더 뺏긴 채 FTA를 비준해야 하는 형편이라, 야당의 반대가 더욱 격렬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미국 의회가 사상 유례 없이 신속하게 한미FTA를 비준한 것은 그만큼 자국에 유리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당 "ISD 빼도록 한미FTA 재재협상 하라"

   
김: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ISD를 포함한 상태에서 FTA 비준은 절대 반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가 이미 한미FTA비준을 다 끝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제외하기 위한 재재협상이 가능할까요?

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 페루가 FTA를 체결할 당시, 페루의회가 비준을 마친 상태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서 협정문을 고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가 이런 전례를 들어서 미국 측에 재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죠. 민주당 등 야당은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ISD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전달하고 재재협상 약속을 받아오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의 비준이 다 끝난 마당에 우리정부가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에 그럴 협상력도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김: 한미FTA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 미국은 연방법이나 주법이 한미FTA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FTA와 국내법이 충돌하면 FTA조항이 무효가 되는데, 우리는 FTA가 국내법에 우선한다, 그래서 불평등 조약이라는 지적이 있던데 이건 사실입니까.

   
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그렇게 불평등한 협상을 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양국의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국제조약이 특별법과 마찬가지의 지위를 갖고, 다른법과 특별법이 부닥칠 경우 특별법 우선의 원칙과 새로 만든 법, 즉 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FTA가 기존 법에 우선하는 강력한 효력 갖게 됩니다. 반면 미국은 조약의 지위가 원래 우리에 비해 약하고, 또 별도의 FTA 이행법안을 통해서 ‘FTA협정문이 연방법이나 주법과 상충할 경우 연방법, 주법이 우선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은 기존의 자기네 국내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FTA를 존중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결과적으로 발생한 것이죠. 이 때문에 일부 야당의원들은 우리도 미국처럼 FTA와 국내법이 부딪칠 경우 국내법의 효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행법안을 별도로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정부는 이것이 헌법질서에 맞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김: 일부에서는 ISD문제에 매달리기보다 FTA발효 후 피해를 입게 될 농어가나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을 더 정교하게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는 이른바 ‘FTA 독소조항’은 ISD외에도 파생상품의 무차별 허용을 초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 개방 등 10개 이상입니다. 또 농어가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경쟁력이 약한 분야의 피해가 크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SD 등을 빼거나 손질하는 것과 함께 취약분야 대책도 요구하고 있고요. 얼마 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협상에서도 농어업 직불금제도를 대폭 확충하고 보상범위도 넓히는 것 등 피해대책이 논의됐습니다. 그러나 농어민단체 등은 이런 대책이 이미 나온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아닙니까? 정부여당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FTA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시한 시한에 맞추려고 비준처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독소조항 해결과 피해대책 마련을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1월 2일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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