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1일 폐막한 강릉커피축제 애호가들 북적북적

울긋불긋 백두대간을 수놓은 단풍만 동해안의 가을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짙고 그윽한 커피향이 바다마을 강릉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직접 커피콩을 볶고 뜨거운 물을 내려 만드는 ‘자가로스팅 드립커피’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63)이 강릉에 자리 잡은 지 올해로 10년.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명인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카페가 횟집보다 많아지면서, 강릉은 어느새 커피애호가들의 나들이 명소가 됐다.

 

▲ 제3회 강릉커피축제 공식 현수막. ⓒ 임종헌

지난 28일 강릉은 올해로 3회를 맞는 커피축제가 한창이었다. 지난 21일 시작된 축제는 강릉시 주최, 강원민방 주관으로 18개 업체와 100여 개 카페가 참여해 ‘커피의 모든 것’을 선보이고 있었다.

강릉항의 커피월드관과 임영관, 문화예술관 등 10곳의 주요행사장에서는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조선시대 중앙관리들이 내려왔을 때 머물던 강릉 임영관 관아에 차려진 ‘놀거리마당’에서는 커피사진전, 커피역사관, 슬로우푸드전, 공예체험부스 등이 펼쳐졌다.

이 중 미니 로스터기(커피콩 볶는 기계)와 수망을 이용해 커피콩을 직접 볶아볼 수 있는 체험장이 특히 인기를 모았다. 환경캠페인의 하나로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부엉이 ‘씨올’과 커피축제 마스코트 ‘마카다’도 눈길을 끌었다. 왕산면 커피농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커피를 수확한 ‘커피커퍼’ 부스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자란 커피나무 묘목을 팔기도 했다.

 

▲ '놀거리마당'에 전시된 수공예품(왼쪽 위), 커피비누(왼쪽 아래), 우드버닝(오른쪽). ⓒ 임종헌

 

▲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부엉이 '씨올'. ⓒ 임종헌

바리스타들이 선보인 아름다운 라떼아트

강릉 실내체육관과 청소년수련관에는 라떼아트, 커피기기전 등의 ‘볼거리마당’이 마련됐다. 이 중 ‘바리스타 어워드’는 이번 축제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 특별 초청된 국내 정상급 바리스타 8명이 카페라테의 거품 등으로 정교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영화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초코파우더를 활용한 강릉의 일출 풍경 등에 관람객들의 탄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강릉 바리스타 어워드에 참가한 김수정 바리스타. ⓒ 임종헌

 

▲ 바리스타 어워드에 참여한 바리스타가 출품한 '하트' 라떼아트. ⓒ 강릉커피축제

커피기기 전시회에서는 볶지 않은 커피콩부터 에스프레소 기계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10~1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돼 커피애호가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해볼거리마당’이 들어선 강릉항 요트마리나에는 가정용 추출기구를 이용해 커피를 직접 뽑아보는 추출체험관과 마니아들이 직접 만든 로스터 특별전이 마련됐다. 핸드드립 뿐만 아니라 사이폰(유리용기 두 개를 활용한 증기압 추출법), 모카포트(분쇄된 커피가루와 뜨거운 물에 압력을 가해 통과시키는 방법), 이브릭(터키식 커피추출도구)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린 커피 맛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이용권을 끊은 관람객은 직접 커피콩을 볶고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자작로스터 특별전에서는 네이버 카페 ‘커피마루’ 회원들이 직접 만든 그라인더(커피 가는 기계)와 로스터 등이 전시됐다. 등산용 버너를 활용한 소형 로스터, 원적외선 로스터,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 캐릭터를 활용한 그라인더 등 기발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직접 볶아 추출한 커피 맛이 다른 초고가 로스터를 거친 것 못지않았다는 후문이다.

 

▲ 한 바리스타가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다. ⓒ 강릉커피축제

이밖에 복합문화예술공원 하슬라아트월드에서는 커피와 먹의 번짐을 이용한 손은동 화백과 베르너 사세의 그림이 걸린 커피국제미술전이, 솔올분수광장에서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같은 명작을 커피와 함께 감상하는 커피영화전이 열렸다. 연곡면 현덕사에서는 차 대신 커피를 내리고 마시면서 참선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주문진과 경포대를 왕복하며 음악과 커피를 즐기는 커피유람선은 중장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음 축제 때는 ‘뚜벅이족’을 고려한 교통계획을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했던 커피축제였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교통이 불편했다. 카페와 전시장들이 크게 일곱 구역에 분산되어 있었는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청주에서 온 김건진씨(27)는 “승용차가 있다면 모르지만 도보로 돌아다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박양금씨(34ㆍ여)도 “볼거리는 많은데 지리를 몰라 헤매고 있다”며 “셔틀버스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축제 기간 중 주요 행사장을 연결하는 투어버스가 있었지만 주말에만 운행했기 때문에 주중 강릉을 찾은 관람객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원봉사자 박선미씨(41ㆍ강릉)는 “시내버스는 빙빙 돌아가고, 배차 간격도 일정치 않아 자가용 없는 분들은 불편하다”며 “안내센터를 통해 콜택시를 부르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고 일러주었다. 

지난 1, 2회 행사가 너무 사람이 많이 몰려 원성을 샀다면,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한가해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부스에서 일 한 김미녀(24ㆍ여)씨는 “지난해 11월 코엑스에서 열린 커피 박람회가 더 컸던 것 같다”며 “아는 사람만 오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11일간 계속된 강릉커피축제는 31일 ‘강릉 커피의 날 선포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내년 제4회 강릉커피축제도 10월 말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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