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캐시백 등 혜택 축소...직불형 카드는 소득공제 확대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중소자영업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신용카드 업계가 수수료를 소폭 낮추기로 결정했는데요, 대신 포인트 제도를 없애는 등 각종 소비자 혜택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들이 나오고 있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주요 카드사들이 음식점 등 중소자영업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현재의 평균 2%대에서 1.8% 정도로 인하하기로 결정했죠. 그러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데,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 카드사용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각종 포인트, 항공마일리지, 캐시백(현금보상), 무이자할부 혜택 등을 내년부터 축소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연회비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고요. 현재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중 포인트 적립, 항공마일리지, 캐시백 등으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전체의 78%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절감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줄어드는 수입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드회사들은 2009년 대비 2010년 이익이 46%나 늘어났는데, 이익을 좀 양보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김: 당연히 소비자들은 반발할 텐데요, 카드회사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제: 한 카드회사 사장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더군요. “젖소농장이 우유판매로는 돈을 못 벌고 소를 거래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수익 많이 났다고 우유값을 내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로는 별 이익을 못 내고, 현금서비스 등 다른 거래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카드사 전체수지가 흑자라고 해서 수수료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수수료를 낮춘다면 포인트 등 소비자 혜택을 줄여서 카드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과연 카드회사들이 가맹점수수료에서 별 이익을 못 내고 있는지, 수수료 인하부담을 비용절감 등으로 흡수할 형편이 안 되는 것인지,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정말 불가피한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체크카드, 신용카드에 비해 수수료 적고 내년부터 30% 소득공제 혜택

김: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의 원가구조에 대해서는 정말 누구 말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객관적인 분석이 없었습니까?

제: 신용카드 수수료의 원가가 불분명한 만큼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많이 제기 돼 왔습니다. 현재 법으로는 금융당국이 원가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나 그동안 하지 않았는데, 최근 수수료가 논란이 되니까 금융감독원이 분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별도로 카드회사들의 단체인 여신금융협회가 한국금융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기도한 상태입니다. 과연 원가구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이 있어야 카드 수수료를 얼마나 낮출 수 있고, 비용절감은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무조건 수수료를 낮추라고 요구하기보다 원가분석 자료를 제시하면서 카드회사와 가맹점협의체 간에 합리적인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김: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과 관련해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낮은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도 거론되고 있죠?

제: 네. 우리나라의 카드수수료율은 평균 2.08%로, 프랑스 호주 덴마크 등 주요선진국들이 1%에 못 미치는 것에 비해 매우 높은데요, 그 원인 중 하나가 선진국의 경우 우리에 비해 체크카드의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은행계좌에서 카드사용액만큼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들지 않아 훨씬 낮은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망을 사용하느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수료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현재 연매출액 1억2천만 원 이하인 가맹점은 1%, 그 이상인 경우 1.5~1.7%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는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정부가 체크카드 사용을 적극 장려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연말정산 때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을 현행 ‘총급여의 25%를 넘는 금액 중 25%’를 인정해 주던 것을 내년부터는 ‘30%’로 높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 그런데 체크카드와 함께 직불카드라는 이름도 있던데, 이 둘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모두 ‘직불형 카드’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즉 카드결제를 하는 순간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이죠. 차이점은 체크카드의 경우 신용카드와 같은 가맹점네트워크를 통해 24시간 사용할 수 있고, 서명을 하는 방식인 반면 직불카드는 은행계카드에서만 발급하는데,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전 8시부터 밤11시30분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비밀번호(핀)를 눌러야 결제가 진행되고, 가맹점도 제한돼 있어 좀 더 불편합니다. 그래서 체크카드 사용은 계속 늘고 있지만 직불카드는 사용자가 정체, 혹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참고로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의 연매출액은 각각 약 400조, 50조, 3천억 원대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1인당 4.9개 카드 보유, 혜택 축소된 만큼 사용도 줄여야

김: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같은 포인트 혜택 등을 주고 있나요?

제: 포인트나 할인 혜택을 주는데, 신용카드 혜택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의 수수료율이 체크카드보다 높기 때문에 가급적 체크카드 보다는 신용카드 사용을 더 권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체크카드 사용을 늘려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떨어지도록 유도하려면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는 지금보다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신용카드는 외상구매라 대출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가급적 덜 쓰도록 하는 게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김: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한 게 사실 아닙니까?

제: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정규모 이상의 점포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신용카드 사용을 우리처럼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도 해주고 있고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발급량 등이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되는 것이죠.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이렇게 장려한 명분은 ‘세원을 투명하게 노출시켜서 탈세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로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능력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마구 발급해주는 ‘길거리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결국 신용불량자가 급증해 2003년 카드대란까지 발생했죠. 최근 통계를 보면 그동안 배포된 신용카드가 1억2230만 장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가 4.9매나 됩니다. 이 중 1장은 쓰지 않는 휴면카드라고 하고요. 정부가 신용카드를 장려한 뒤 관리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김: 그동안 신용카드사들의 영업이나 정부정책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소비자들이 좀 더 지혜롭게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은 뭘까요?

제: 어떤 전문가는 ‘신용카드를 다 가위로 잘라버려라’고 극단적인 주장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겠지만, 빚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인 신용카드 사용을 가급적 억제하고 체크나 직불카드를 주로 쓰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신용카드가 여러 장 있다면 앞으로 해지 절차도 좀 간편해진다고 하니까 비상시 대비용으로 한두 장만 남기고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동안 포인트 혜택 등을 감안해서 여러 카드회사 것을 발급받아 그때그때 다른 카드를 쓰는 분들도 많았는데, 앞으로 포인트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신용카드 사용도 줄이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빚을 쓰지 않는 알뜰 소비가 재산을 모으는 지름길’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0월 26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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