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주제 ① 표현의 자유와 방송심의

“방심위와 방통위의 차이를 아시나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경중 사무총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표현의 자유와 방송심의’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흔히 혼동하고 있는 두 기관의 이름부터 분명히 인식시켰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약자다.

▲ 민경중 사무총장은 6월 2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표현의 자유와 방송심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 김계범

그는 강연에 앞서 한국방송대상 수상 영상을 보여주며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간단히 소개했다. 민 사무총장은 1987년 기독교단체가 설립한 CBS에 들어와 서러움을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요 언론사의 기득권이 세던 시대여서 <한겨레>와 CBS 기자는 기자실도 못 들어오게 했다고 말했다.

“나는 비록 작은 언론사 소속이지만, 다시 말해 못사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나라도 잘살아서 우리 부모님 이름을 좀 빛나게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일했어요. 언론사 이름 자체가 거기 속한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기보다는 내 이름으로 기억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했지요. 치열하게 기자 생활을 했고 점차 인정받으면서 마음의 앙금을 풀 수 있었습니다.”

민 사무총장은 CBS 기자로 입사해 TV제작국장과 보도국장을 역임했고, <노컷뉴스> 탄생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라디오 앵커로는 처음으로 앵커 부문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방송대상 3관왕이 됐다.

방심위와 방통위가 분리된 이유

그는 방심위와 방통위의 차이를 설명하며 “한 배에서 나온 기관”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방송위원회에서 방송사 허가 재승인과 함께 내용 심의도 같이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 통신 내용을 심의하는 부분은 방심위가 하고, 허가나 규제, 진흥 쪽은 방통위가 하는 것으로 분리됐다.

“정부가 언론사에서 제작한 것을 들여다보고 사후 심의를 할지라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게 분리 이유였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거죠.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무원 조직인 방통위로 나눈 겁니다.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라고 해서 협회 같은 데서 만든 게 아니라 100% 정부 기금에서 예산이 나오니까 방통위와 같이 국정감사도 받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방심위는 사실상 ‘내용 심의 행정 규제 기구’이고 민간 독립기구로 분리돼 있다. 방심위 직원들은 연금은 없어도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고 독립성 보장을 위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중앙행정기구이며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다.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국가는 여전히 허가와 내용심의를 모두 한 기관에서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광전총국’에서 방송 허가와 내용 심의를 같이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TV를 보는 직원들

민 사무총장은 방심위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방심위는 여야 추천을 받은 3명의 상임위원과 대통령이 위촉한 9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방송심의국은 우리나라 340개 방송국의 TV, 라디오, 위성, 케이블 등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녹화해 직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살펴본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직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는 방송심의국을 소개하며 “요즘 TV조선 같은 종편들이 5건 이상 제재를 받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런 얘기 들어봤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 종편팀에서 심의해서 결정하면 방통위는 그 결과를 그대로 통보하는 기능만 갖고 있다”며 내용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기구는 방심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도 통신심의국, 권익보호국,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 등의 다양한 업무를 소개했다. 그는 “방심위는 방송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 규정된 사항만을 (기준으로) 심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지나치게 방송사의 자유권을 침해하거나 인터넷상에서도 국민이 누려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덧붙였다.

민 사무총장은 “방송 심의는 방송이 추구하는 공익 실현,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관해 적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검토를 수행하는 일련의 논의 과정”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누리려면 방송사에서도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감시기관들의 중립성, 공공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방심위가 비판을 받더라도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기준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의 경우, 방송사 자체 심의기구에서 사전에 자율규제하는 게 원칙이다. 방심위는 방송이 나간 뒤 결과물을 보고 시청자 민원 제기가 있거나 기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때 제재한다. 즉, 방심위는 방송이 유통된 이후 결과물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제재의 종류에는 과징금, 법정 제재, 행정지도, 출연 제한 등이 있다. 법정 제재 이상 조치는 점수가 누적되는데, 방송사가 3년이나 5년마다 재승인 허가를 받을 때 평가에 반영된다.

어린이·청소년 보호, 양성평등이 최우선

방송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청소년 보호다. TV 방송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매스미디어여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부적절한 방송을 내보낼 때는, 아무리 다른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지나칠 수 없다.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는 오전 7~9시, 오후 1~10시다. 토요일, 공휴일, 방학 기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유료채널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민 사무총장은 방송심의 사례들을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첫 번째 심의 사례는 지난 4월 6일 방송된 브라보 키즈 <안녕 자두야>라는 만화에서 불법 촬영물을 활용한 범죄가 연상되는 내용을 방송해 권고 조처를 내린 것이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모방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다룰 경우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 역시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해 3월 8일 방송된 투니버스 <급식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외모 비하 등 폭언을 하는 내용을 방송해 권고 조치를 받은 사례였다.

그는 우리나라 방송을 보면 "생각보다 양성평등이나 외모 비하 같은 사례들이 많다"며 "위 사례처럼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과 정서 발달 과정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을 문제의식 없이 제작하고, 권고 등의 제재를 받아도 계속해서 반복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 지난 4월 방송된 <더킹: 영원한 군주> 1화에서는 특정 성을 희화적으로 묘사하는 내용 등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 SBS

민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양성평등”이라며 “예전에는 방심위원 9명 전원이 남성이었는데 지금 세 분이 여성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7일 방송된 SBS 드라마 <더킹: 영원한 군주>에서는 특정 성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고정관념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해 권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9월 1일 방송된 tvN 드라마 <플레이어>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희롱 내용을 가볍게 다루거나 시청자에게 정서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개그 소재로 방송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tvN 등이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민 사무총장은 “종편과 보도채널은 허가 채널이지만 연예나 다른 매체는 등록 PP라 제재 효과가 없다”며 “지상파나 종편이나 보도채널, 홈쇼핑 같은 곳은 법정 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허가 기준이 되는데 tvN과 같은 CJ 계열 등록 PP 채널은 아무리 제재를 받아도 시청률을 중요하게 여겨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17일 방송된 SBS 드라마 <리턴>은 ‘15세 이상 관람가’ 방송이면서, 피가 흩뿌려진 살인 현장 등 잔인하고 폭력적인 내용, 친구 아내와 키스하는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장면 등 청소년이 시청하기 부적절한 소재와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일부 편집해 재방송했다가 경고 및 등급분류 조정 요구 조치를 받았다.

민 사무총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종편과 경쟁하면서 첫 두 화에서 방심위 제재를 받지 못하면 드라마가 뜨지 못한다고까지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제재를 받아도 문제가 반복된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의 방송규제가 무한정 자유로울 것 같지만, 지상파 방송 표준은 엄격하다”며 우리나라 방송 환경과 비교했다. 그는 또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일단 자극적인 장면을 넣고 보는 행태를 두고, “(시청자) 항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과연 우리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창의적이다 못해 기가 막힌 간접광고

민 사무총장은 예능, 드라마 등에서 특정 상품, 상표, 서비스 등을 홍보하는 간접광고(PPL)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지난해 11월 9일 방송에서 한 돼지갈비 식당 상표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정글에 가서 모험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갈빗집 홍보를 할 수 있었을까? 출연자들이 정글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다가 출국 전에 그 식당 체인점에서 식사하던 장면을 회상한다는 설정으로 내보낸 것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맥락과 상관없는 이 장면에 1분을 할애했다. 식당에 들어서는 장면에서 정문에 붙은 상호를 그대로 노출하고, 출연자들은 고기를 구우며 맛을 묘사하는 것은 물론, "가성비가 좋다"며 식당을 칭찬한다. 급기야 자신들 히트곡을 식당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개사해 노래하고 안무를 춘다. 정글에서도 설정에 충실하게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신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연기까지 한다.

▲ 지난해 11월 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식당 체인점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식당 상표를 잘 보이게 노출했다. ⓒ SBS

“기가 막히죠? 그런데 이 PD가 끌려와서 해명하는데, 뭐라고 하냐? ‘어떻게 합니까, 저희도 먹고살아야 하는데’라고 해요.”

민 사무총장은 “옛날엔 그래도 ‘죄송하다, 개선하겠다’라는 말이라도 했는데, 요새 케이블 등에 치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접광고도 아니고 직접 광고도 저렇게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법은 간접광고를 허용한다. 하지만 특정 상품, 서비스, 기업, 영업장소 또는 이와 관련된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특장점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서 광고효과를 주는 표현을 금지한다.

그는 “상품의 질에 관해 직접적인 묘사를 해서는 안 된다”며 그 식당이 방송에서 지나가는 정도로 언급됐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라 말했다. 방심위는 심의를 거쳐 <정글의 법칙> 제작진에게 법정제재 주의를 줬다. 방송심의규정 제47조에 따르면, 방송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가 시청 흐름을 현저하게 방해하거나, 광고하는 상품이 반복해서 노출되거나, 상품의 장점을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tvN 예능 프로그램 <라끼남: 라면 끼리는 남자>는 예능 프로그램 간접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출연자가 전국을 돌며 가장 맛있는 라면을 찾아 먹는 이 프로그램에는 협찬사의 농심라면만 나온다. 프로그램 자체가 농심라면 홍보물과 다름없다. 드물게 기획의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협찬과 결합한 프로그램이라 심의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방심위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나 내용 및 구성이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간접광고 상품명을 출연자가 직접적,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라며 경고를 내렸다.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위 표를 제시하며 간접광고와 협찬의 차이를 설명했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드라마 간접광고도 갈수록 노골적이다. MBC 드라마 <돌아온 복단지>는 2017년에 출연자가 수학 학원의 학습전략을 자세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주방기구를 시현하고 제품의 특장점까지 언급해 방심위 경고를 받았다. 최근에는 ‘80분짜리 광고’라는 악명이 붙은 SBS <더 킹: 영원한 군주>가 화제가 됐다. <더 킹> 제작진은 5월 9일 방영분에 주인공이 전화 통화 중에 커피 상표를 그대로 노출한 채 컵을 들고 뜬금없이 상대에게 커피 맛을 묘사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상대에게 립밤을 건네주며 “이거 하나면 다 돼”라는 광고 카피 같은 대사를 하는 등 이야기 흐름을 끊어가며 간접광고를 넣었다.

홈쇼핑은 ‘허위 영수증’ 연출도

“홈쇼핑 측에서는 원래 홈쇼핑은 고객에게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홈쇼핑 채널 또한 유한한 전파를 쓰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엄격해야 하지요. 심의를 엄격하게 받아야 합니다.”

광고를 맥락 없이 과하게 끼워 넣는 경우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방심위는 2017년 롯데홈쇼핑에 ‘허위 영수증’ 건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심위가 조사한 해당 홈쇼핑 채널의 수법은 이렇다. 채널 제작진이 백화점에서 세일을 일절 반영하지 않고 제품을 산 뒤 영수증을 발급받는다. 출연자는 카메라 앞에서 할인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영수증을 내밀어 보이며, 방송에서 제시한 가격이 파격적이라고 광고한다. 시청자들은 직접 백화점 매장에 가서 어떤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지 않는 한, 광고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제작진은 영수증을 그대로 백화점에 가지고 가서 상품값 결제를 취소한다. 3개 홈쇼핑 광고에서 이 수법으로 200억 매출을 냈다.

홈쇼핑의 경우, 방심위에서 제재를 의결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행정명령을 받는다. 과기정통부는 방심위 제재를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조건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과징금 자체가 회사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심위에서 한 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최소 5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이다. 허위 정보를 미끼로 장사하면 몇백 억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홈쇼핑으로서는 심의 규정을 어기고 과징금을 납부하는 게 남는 장사다.

최소한 지켜야 할 합의점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15세 관람가’인 데다 미성년자가 보는 시간대에 재방송되는 프로그램인데 대선 소주를 방송에 내보내 문제가 됐다. 제작진은 2017년 5월 14일 등 방송분에서 출연자 김건모 씨가 ‘소주 기행’을 즐기는 장면에서 소주 상표를 반복해서 노출하고,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소주 분수’를 선보인다. 김 씨는 그해 대선의 광고 모델로 선정됐다. 민 사무총장은 “'예능에서 재미로 저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저런 ‘소주 분수’를 집에 들여놓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지나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제재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 사무총장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범죄 형량을 늘린다고 해서 그만큼 범죄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다만,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보장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방종이나 상업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계속 토론해가며 하나하나 합의점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배스킨라빈스31이 광고에 11살 아동 모델을 성인 여성을 따라한 차림새로 등장시켜 방심위에서 심의한 바 있다. 마침 그해 유럽 방송 허브인 네덜란드 방송규제위원회를 방문한 민 사무총장은 위원회에 해당 광고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새벽 시간대 방송에서 성인의 가슴을 노출하는 것까지 허용할 정도로 방송 환경이 자유롭다. 하지만 그 광고에 관한 의견을 묻자, 아동을 상업 목적에서 성적으로 묘사해 문제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 논란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럽처럼 제작 현장에서부터 성인과 미성년자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계범

한 학생이 “기성 방송사들이 케이블과 OTT 플랫폼 등 경쟁자에 밀리는 상황에서, 자신들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토론을 유발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뒤, 월트디즈니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지사를 열기로 하면서 기성 방송사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민 사무총장은 방송사들이 사정이 넉넉할 때 광고로 벌어들인 이윤을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좋은 시절에 남는 자본을 재투자하지 않았다는 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릴 거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그도 플랫폼이 좌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결국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체에 힘이 실릴 거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제작만을 맡는 외주 제작사가 ‘갑’이 되고, 콘텐츠 유통 통로 중 하나일 뿐인 지상파는 ‘을’이 된다. 민 사무총장은 이러한 요인 때문에 현장에서 고민이 많고, 합일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1학기 [저널리즘 특강]은 김언경, 김양순, 곽윤섭, 정연주, 강진구, 고경태, 민경중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은초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