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유튜브 ‘세금 내는 아이들’ 옥효진 교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가질지 고민합니다. 적성, 월급 등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합니다. 받은 월급으로 은행에 가서 돈을 찾고 (남으면) 저축합니다. 세금도 내야 합니다. 네, 우리 교실은 돈으로 움직입니다. 바로 이 학급화폐를 통해서요.”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의 첫 영상에서 운영자 옥효진(33․부산 송수초) 교사가 하는 말이다. 옥 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미소’라는 가상 학급화폐를 만들어 학생들과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숙제를 제때 해오면 신용등급이 올라가며, 선생님 몸무게를 주가로 삼고 ‘쌤 내일 뷔페 갈 예정’ 등의 정보를 활용해 투자도 한다. 옥 교사는 지난 2월 유튜브 채널을 열어 이런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송수초등학교 교실에서 옥 교사를 만나고, 지난 1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돈 관리’ 몰랐던 자신 되돌아보며 경제교육 시작 

▲ 옥효진 교사가 세금과 주가 등이 표시된 게시판 앞에서 학급화폐 운용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라 게시판이 많이 비어있다. ⓒ 조한주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니까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그런데 대부분은 번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잘 모른 채로 성인이 되죠. 돈 버는 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 수 있는데, 관리 방법을 잘 모르니 저도 사회생활 초반에 참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그 방법을 학생 때, 큰 위험부담 없이 마음껏 활동하며 체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에 첫 학교 발령을 받은 후 한동안 적응하기에 급급했다는 옥 교사는 교직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특색 있는 학급 운영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자신이 갓 성인이 됐을 때 보험, 주식, 부동산 등에 관해 잘 알지 못해 저축만 조금 했던 게 아쉬웠던 그는 학생들이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해 담임을 맡은 학생들과 학급화폐 활동을 시작했다. 

학급화폐를 운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것은 ‘학급법’이다. ‘제11조 모든 국민(6학년 3반 학생)은 세금을 내야 한다’ ‘제21조 1항 복도에서는 뛰지 않는다’ 등 학급 규칙을 법제화했다. 옥 교사는 “무작정 혼내는 것보다 ‘제21조 1항을 어겼다’고 하면 아이들은 쉽게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숙제를 제때 해오는 등 성실하게 생활하면 학급 내 ‘신용등급’이 오르는 것도 법으로 정했다. 

아이들은 학급화폐로 세금을 내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 등 미소를 직접 다루는 직업은 ‘신용 3등급’ 이상으로 높아야 하고, 수학 자격증도 필요하다. 자격증은 단원별 시험(수학)이나 교내 인증제도(한자)를 활용한다. 등급 조건이 까다로운 직업은 월급도 많은데, 은행원은 400 미소, 통계청 직원은 350 미소 정도다. 신용등급이 낮은 직업은 이들의 60~70%밖에 못 받는다. 점심시간에 신청곡을 틀어주는 디스크자키(DJ)는 아이들이 제안해서 만든 직업이다. 신용등급은 저축 이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28일간 저축했을 때 1등급은 20%의 이자를 받지만 8등급부터 10등급까지는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숙제’ 등으로 신용평가, 직업 따라 월급도 차등   

학급화폐로 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다. 아이들은 용돈 기입장 형식의 종이통장에 은행원과 옥 교사가 도장을 찍어 지급하는 미소로 필요한 것을 사고 저축도 한다. 선생님 몸무게와 원․달러 환율이 주가가 되는 주식투자도 할 수 있다. 옥 교사는 ‘선생님 오늘 저녁에 뷔페 갈 예정’ ‘주말에 야구 모임에 참석’ 등의 정보를 미리 공개하고, 매일 자신의 몸무게와 환율을 게시판에 올린다. 사업을 원하는 학생은 바구니 임대료를 내고 소매상을 한다. 옥 교사에게 과자 등을 싼값에 산 뒤 소매가로 파는데, 욕심을 내 지나치게 비싼 값으로 팔려다 파산한 학생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가 파산한 학생도 있다. 

▲ 옥효진 교사가 신용등급을 구분한 표 앞에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을 설명하고 있다. ⓒ 조한주

옥 교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돈이 쌓이니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어난 것이다. 혼자 진행하다 보니 완벽한 수치 조절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2학기에 직업을 줄여 실업률도 높이고 월급을 낮추는 등 노력했지만 물가 조정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6학년 사회과 과정과 연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으로 시작한 올해는 학급화폐 활동도 늦어졌다. 옥 교사는 대면 수업이 일부 허용된 지난 6월부터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학급화폐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프레드시트로 학생별 온라인 통장을 만든 뒤, 비대면 수업 기간에 해온 숙제 등을 토대로 신용등급을 정했다. 학급 마스크 구매 비용 등으로 이미 약 2천 미소의 적자가 나, 학생들 동의 아래 ‘국채’도 발행했다. 

학급 내 실업률이 올라가 ‘재난지원금’이 필요해지자 학급 학생 전원이 국회의원으로 참여하는 국회 임시회를 열어 반장․부반장인 ‘공무원’을 제외한 전원에게 1인당 100 미소씩 지급하기로 했다. 옥 교사와 공무원이 모인 국무회의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학급 경기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 보유세에 해당하는 자릿세를 40 미소에서 각각 20 미소와 30미소로 두 번 줄여주기로 했다. 

‘쌤 몸무게’ 주가로 투자수익률 30~40% 올린 학생도 

▲ 지난해 옥효진 교사 학급의 아이들이 은행원, 국세청 직원 등의 직업을 갖고 수입지출을 기록한 장부들. ⓒ 조한주

옥 교사는 학급화폐 활동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자산 운용을 탁월하게 잘했던 학생과 ‘탕진잼(돈을 낭비하는 재미)’에 빠져 파산한 학생 등 둘을 꼽았다. 우선 지난해 가르친 학생 중 하나는 어른인 자신도 배우고 싶을 만큼 기가 막히게 관리를 잘했다고. 

“하고 싶은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미리 취득했고, 월급을 받으면 60%는 바로 저축하고 남는 돈을 주식에 투자해 30~40%의 수익률을 올렸어요. 보통은 위험성 때문에 겁을 먹고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데,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따져보면서 주식투자를 했죠. 연말에는 미소 자산이 커져서, 애장품 경매에서 원하는 건 거의 다 살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아마 그 친구는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성인이 돼서 문제없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반대로 파산한 학생은 복도에서 뛰다가 걸리는 등 벌금에 돈을 많이 썼다고 한다. 월급 저축도 하지 않았고, 점심 DJ에게 노래를 신청하는 데 거의 모든 돈을 다 쓰기도 했다. 이 학생은 끝내 돈이 너무 없어 학급화폐 활동을 포기했다.

편당 5시간 들여 43편 제작, 구독자 1만 7천여 명

▲ 옥 교사가 학교 교실 자신의 책상에서 학급화폐 활동과 유튜브 제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한주

유튜브 제작은 교사 생활의 전환점이자 자산이 됐다고 옥 교사는 말했다. 영상을 촬영하고 자신의 수업을 다시 돌려보면서 아이들 반응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아이들의 장점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튜브에 친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유튜버 선생님’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에 중학생이 된 제자가 ‘잘 보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영상이 올라오면 자기들끼리 재미있어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만7천여 명이다. 

옥 교사는 3분 내외의 유튜브 영상 한편을 만드는 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퇴근 후 1시간 정도 편집하고, 조금씩 자주 만들어 한 달에 두세 편 정도 완성한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은 모두 43편이다. 게시판 꾸미는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에 약 40만 회까지 조회된 적이 있는데, 그때 잠깐 채널의 방향성에 혼란을 느꼈지만, 차분히 학급화폐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 옥 교사와 공무원 역할을 하고 있는 학급 반장, 부반장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 세금내는아이들

옥 교사는 “유튜브 댓글로 학급화폐 활동에 관해 문의하는 교사들이 있다”며 “무엇보다 ‘재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급화폐 활동은 저도 학생들도 재미있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힘들고 부담스러워지면 꾸준히 이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심을 갖는 교사들에게 “틀에 맞춰서 제가 하는 거랑 똑같이 할 필요 없고, 선생님 자신이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변형해 진행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또 “‘돈이 최고다’보다는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경제교육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지금도 ‘찾아가는 경제교육’ 등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교육청 등이 좀 더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이론도 좋지만,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교육법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초년생이 돼 경제 쪽으로 피해를 입지 않고, 또 자산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청소년 경제교육이 많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편집 : 박서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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