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투병 중에도 완벽주의자 본색

▲ 스티브잡스 (1955-2011).
지난 8일 타계한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암 투병 중에도 산소마스크 디자인에 집착하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전기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지음)에는 잡스가 투병 중에 병원 기기의 디자인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가 나타나 있다. 잡스는 의사가 자신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려 하자 그것을 벗겨 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며 “다섯개를 더 가져오면 내가 고르겠다”고 말했다. 또 손가락에 끼운 산소모니터의 디자인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고 불평했다.

잡스는 전기에서 섬세한 디자인과 제품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을 쓰는 특유의 완벽주의가 생긴 배경에 대해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집의 울타리나 장롱을 만들 때 잘 보이지 않는 뒤쪽도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어린 잡스에게 완벽주의의 교훈을 심어줬다.
 
잡스는 가장 좋아하는 금언으로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를 꼽았다. 언젠가 모두 함께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잊어버리거나 웃어넘길 것이고 그때를 황홀했던 절정기로 여기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잡스는 버림받은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폴 잡스, 클라라 잡스)를 “1000퍼센트 부모님”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고, 생부모에 대해서는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잡스는 생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으나 알아보지 못했다. 잡스는 나중에 이 사실을 전해들었고, 생부를 만난 장면을 떠올리면서 “기가 막히더군요. 그 레스토랑에 몇 번 갔고 주인도 만났거든요. 그래요 시리아 사람이었어요. 악수까지 나눴는데…”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패드 단말기에 삼성전자가 제조한 시스템온칩(SoC) ‘A4’가 들어간 것은 잡스가 인텔을 불신하고 삼성의 신속한 개발력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들어 있다. 잡스는 ‘A4’ 제조사 선정 과정에 대해 “두 가지 이유에서 그들(인텔)과 함께할 수 없었다”며 “하나는 그들이 증기선처럼 느리고, 또 하나는 다 가르쳐 주고 나면 우리 경쟁자들에게 그것을 팔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잡스가 마지막으로 구상했던 사업은 아이패드용 커리큘럼 교재와 전자 교과서를 만들어 교과서 산업을 해체하고, 책가방을 메고 다니느라 척추가 휘는 학생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황경상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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