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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완공, 축제 아니라 애도할 때”
[마음을 흔든 책] 환경운동가 최병성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2011년 10월 20일 (목) 23:43:17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표지.
지난 9월24일 금강의 세종보가 완공된 것을 신호로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오는 11월 26일 낙동강 달성보 공사가 끝나면 ‘4대강 속도전’이 공식 종료된다. 이를 기념해 지난 5일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둔치에서 한국방송(KBS)의 <열린음악회>가 개최되는 등 각종 축하행사가 대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최병성 목사(48)는 최근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 봄 출판)에서 4대강 공사는 ‘강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라고 고발하고 있다.  

환경 및 생태운동가로서 2008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 2011년 언론인권 특별공로상 등을 수상하기도 한 최 목사는 지난 4년간 현장을 돌며 찍은 180여 장의 사진과 도표, 국내외 보고서와 기사 등을 들어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애초에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로 가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며 ‘홍수 예방’이란 명분과 달리 자연스런 물길을 막아 오히려 재앙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당성 없는 사업 강행하며 홍보 공세로 국민 현혹”

   
 ▲ 이명박 정부가 홍보 책을 통해 살리기의 모델로 제시한 영산강의 동섬(위),처참히 파괴된 동섬의 모습.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최 목사는 이명박 정부가 타당성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엄청난 홍보 공세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왔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9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전국 곳곳에 뿌린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 홍보물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공사 후에 얼마나 멋지게 변모할 것인지를 그렸다. 예를 들어 영산강 편에서는 버드나무 사이 노란 유채꽃밭에 사람들이 거니는 아름다운 동섬의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영산강 동섬은 4대강 사업에 의해 파괴됐다고 최 목사는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준설해 물을 풍부하게 하고 환경친화적으로 강을 정비하고 나니 물고기가 너무 많아 수영을 못할 정도로 울산의 보물이 됐다”며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태화강 살리기의 핵심사업은 지천 오염원 차단과 더불어 ‘보’ 철거였다”며 “16개의 대형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은 보를 철거한 태화강 살리기와는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태화강은 1미터에 불과한 보로 인해 물이 썩고 홍수가 유발됐는데, 10미터가 넘는 보를 세우는 낙동강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다고 그는 우려했다.

   
▲ 최목사는 "16개의 대형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은 보를 철거한 태화강 살리기와는 정반대"라고 주장한다. 강 습지가 잘 보존된 태화강의 모습. 녹색 그물은 매년 돌아온 연어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이 대통령은 또 같은 해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에 보를 세우면 수질이 더 좋아진다”며 그 근거로 “한강의 잠실과 김포에 두 개의 보를 세웠더니 한강에 황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목사는 “황복이 돌아온 것은 한강이 맑아져서가 아니라 서울시가 황복을 방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4년과 2005년 한강에 황복을 방류했고, 2004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황복 방류행사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서울시 뿐 아니라 김포시와 경기도 역시 여러 차례 황복 치어를 방류해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한강에서 황복이 발견된 것은 서식지가 확대되고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뜻’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최 목사는 “우리나라 주요 언론이 앞뒤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갈 곳 잃은 철새들, 내 쫓긴 사람들

   
 ▲ 대한민국 최고의 철새 낙원인 낙동강 하굿둑 주변이 골재 적치장이 되었다. '법적 보호종 현황표'와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최 목사는 4대강 공사 때문에 수많은 철새와 물고기 등 생명체들이 살 곳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낙동강은 철새들의 도래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강변 습지를 없애고 강바닥을 파서 수심을 깊게 만들었다. 물이 깊은 곳에서는 흑두루미와 황새, 기러기 등이 잠수하지 못한다. 쉬지도 못한다. 최 목사는 이렇게 파괴된 철새 보호구역 옆에 축구장 10개, 야구장 2개, 농구장 5개, 족구장 10개 등이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새 도래지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을숙도를 비롯, 낙동강 하류 전체는 문화재보호구역,  환경보전지역,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 지역을 정부 기관 3곳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때문에 이제 철새들이 깃들 황금 들녘은 없어졌다. “철새보호구역 훼손자는 문화재 보호법 제112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판만 생뚱맞게 남아 있다.

   
 ▲  수심이 깊은 물에서 철새는 쉴 수 없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철새 뿐 아니라 사람들도 쫓겨났다. 최 목사는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약 2만 5000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향에서 쫓겨난 뒤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람도 있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공사 도중에 안전사고 등으로 2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 완공을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속도전만 있었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 완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공사로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중장비로만 가득한 4대강 공사 현장. 현장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찾아 볼 수 없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최 목사가 돌아본 현장의 상황은 딴 판이었다. 지난해 3월 최 목사가 직접 찾아간 낙동강 낙단보 공사 장에는 고작 97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현장도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장소장에게 공사가 가장 절정일 때의 인력을 물어봤더니 500명 미만이라고 하더란다. 16개 보를 모두 합해도 8000여 명에 불과한 숫자다. 4대강 준설과 보 공사비가 총 사업비 22조 중 약 30퍼센트 정도이니 현장 인력이 대략 10만 명은 고용돼야 하지만 1만 명에도 못 미쳤다는 얘기가 된다. 최 목사는 ‘4대강 공정률은 70~80퍼센트에 달하지만 국토부의 일자리 개념과 부합하는 상용직은 목표치의 1.3퍼센트에 불과하다’는 2011년 6월 19일자 <한겨레>기사를 덧붙였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주장했지만 대형 건설업자들의 주머니만 불렸을 뿐 가난한 농민과 지역 모래준설노동자들은 오히려 길거리로 쫓겨났다고 최 목사는 강조했다.

갇힌 물은 썩고, 강 주변은 ‘막개발’ 가능성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 수심을 깊게 만드는 준설 작업과 제방을 쌓아 보를 만드는 것이다. 낙동강에 세워지는 8개의 보 가운데 7개가 국제대형댐학회가 정의하는 ‘대형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댐’이 아닌 ‘보’라는 용어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최 목사는 비판했다. 이렇게 큰 댐에 물이 갇히면 썩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를 만들면 낙동강에 10톤 정도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부산경남 지역과 구미의 취수원을 옮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물이 썩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렇게 물이 썩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강바닥을 파내고 보를 만드는 것은 언제든 갑문만 달면 전환 가능한 ‘대운하’를 위한 포석이라고 최 목사는 주장한다.

   
 ▲ 낙동강 낙단보의 모습. 최목사는 "4대강에 세워지는 것은 단순한 '보'가 아닌 대형댐"이라고 주장한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씨는 지난 2월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특별 강연에서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치수가 아니라 호텔과 레저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게 바로 4대강 사업의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강이 공원화되면 이론적으로 사람들이 더 가까이 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질이 더럽고 수심이 깊어 누구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제방 안의 강을 파괴하는 사업이라면, ‘친수구역특별법’ 사업은 제방 밖의 아름다운 강변을 파괴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8조를 투입한 수자원공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소 100조원에서 200조원에 달하는 공사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개발하기 시작하면 제방 밖의 강변은 복원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완공을 바라보는 4대강 사업을 보며 우리에겐 절망할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인가? 최 목사는 독일 이자강과 강원도 영월 서강의 예를 들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 독일 이자강은 운하였다.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생태계가 파괴되자 독일 뮌헨시는 원래의 자연하천으로 복원했다(위), 운하를 여울과 모래, 자갈이 있는 생명의 강으로 복원한 이자강의 모습(아래).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150년 전에 생긴 독일 이자강 운하는 작은 비에도 툭 하면 홍수가 나고 생태계도 파괴된 ‘죽은 강’을 만들었다. 그러자 뮌헨시는 이자강 운하를 여울이 있는 원래의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10년 동안의 조사 설계와 10년 동안의 복원 공사 끝에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강원도 영월의 서강도 비슷하다. 1998년 건설교통부가 홍수를 예방한다며 강변에 제방을 쌓았다. 바로 다음해 여름, 왼쪽 제방에 부딪힌 물살이 오른쪽 농경지를 유실시켰고, 아름다운 강변은 처참히 파괴됐다. 왼쪽에 이어 오른쪽에도 제방을 쌓자, 그 안에 갇혀 거세진 물살이 왼쪽 제방을 무너뜨렸다.

   
 ▲ 2000년 제방 건설 당시(위)와 2011년 제방이 무너지고 다시 살아난 강의 모습(아래). 좌측에 있던 제방은 홍수에 무너져 사라졌고, 우측 강변(아래)은 버드나무가 다시 자라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그런데 최 목사가 올해 그 곳을 다시 찾았을 때 왼쪽 제방이 홍수에 무너져 사라진 터에 물길을 따라 키 큰 나무들이 절로 자라고 있었다. 오른쪽 강변은 버드나무군락과 습지가 되어 있었고 사라졌던 하중도(강 속의 섬)가 생겼다. 그는 “스스로 다시 살아난 놀라운 생명의 현장이었다”며 “인간이 아무리 제방을 튼튼히 쌓을지라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선진국들은 강을 수로화하는 일이 환경파괴의 재앙이라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고 있다”며 “진정한 홍수 예방은 구불구불한 물길과 습지를 복원해서 유속이 느려지게 하는 것, 제방을 없애 범람원을 다시 강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영월 서강 주변의 제방. 최목사는 "제방은 쌓은 지 단2년 만에 콘크리트 흔적만 남기고 무너졌다"고 전한다. ⓒ 출판사 <오월의 봄>제공

그의 이런 주장은 ‘공사 전과 후’를 비교하는 생생한 사진들과 폭넓은 국내외 자료에 의해 탄탄하게 뒷받침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를 ‘청개구리’ ‘국가 테러’ 등의 원색적 용어로 비난하거나 “4대강 현장에 서면 손담비의 ’미쳤어‘ 라는 노래말만 떠오른다” “제구실 못하는 오탁방지막이 ’나는 뻥이요‘라고 노래하고 있다”는 등의 감정적 서술은 다소 거슬린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냉정하게 고발했더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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