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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천장화 그릴 때 마음으로
[단비뉴스 10주년] 이봉수 발행인 기념사
2020년 06월 21일 (일) 12:31:20 이봉수 발행인 hibongsoo@hotmail.com
   
▲ 이봉수 <단비뉴스> 발행인

지난 11일 옥천에 다녀왔습니다. <옥천신문>에는 우리 스쿨 졸업생이 셋이나 일하고 있습니다. 오한흥 옥천신문사 대표의 농막 옆 계곡에 발 담그고 농사 지은 감자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잠시나마 시골 사는 맛을 즐겼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머리 위로 은하수가 흐르는 장관도 목격했습니다.

더 부러운 것은 사적 모임인데도 그 신문을 후원하는 사람 여럿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용산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매주 현장에서 기도회를 연 김인국 신부, 전국언론노련 전 위원장인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 언론에 관심이 많은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등이 모였으니 자연스레 언론개혁과 독립언론의 생존이 화두가 됐습니다.

<옥천신문>은 <단비뉴스> <뉴스타파>와 함께 한국의 3대 비영리 대안매체로 <신문과방송>에 커버스토리로 소개됐습니다. <뉴스타파>는 우리 스쿨 김용진 교수가 창간 주역이었고 졸업생도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사적으로 가까운 3대 비영리 매체가 이제 공적으로 연대해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하는 저널인 <신문과방송>은 2017년 10월호에서 [비영리 저널리즘]을 커버 특집기사(논문)로 다루면서 국내 비영리 매체로는 <뉴스타파> <옥천신문>과 함께 <단비뉴스>를 비영리 저널리즘 모델의 대표주자로 꼽아 자세히 소개했다. ⓒ <신문과방송>

<단비뉴스>가 10주년을 맞은 것은 우리 모두 축하할 만합니다. 제호를 고민할 때만 해도 이게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반신반의했습니다. 대전 ND소프트와 편집 포맷을 짤 때 아침에 가서 밤늦도록 사장과 디자인팀을 괴롭힌 일이 벌써 10년 전 추억이 됐습니다.

그러나 오늘 10주년 기념식은 자축과 회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는 우리보다 2년 뒤 창간된 매체인데도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잘 알 겁니다.

<옥천신문>은 30주년을 맞았는데, 옥천에서는 주요 언론사를 모두 따돌리는 부수와 영향력을 자랑합니다. <경향신문>이 2월 8일 3개면에 걸쳐 <옥천신문>을 소개했지만 ‘전통 미디어 위기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취재해봤습니다. 옥천에는 인구 5만에 2만 가구가 사는데 다섯 집 중 한 집이 <옥천신문>을 본다고 합니다.

비결은 지독한 '현장주의'입니다. 기자·직원이 19명이나 돼 “인건비가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려면 많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 덕분에 제보나 지역광고가 <옥천신문>에 몰릴 뿐 아니라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옥천 주민들은 싸우다가도 “너 그러면 옥천신문에 난다”는 게 ‘말싸움 무기’라고 합니다.

인디언 속담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단비>도 좋은 기사를 꽤 많이 내보내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아직 약합니다. <다음>에 이어 <네이버>에 진출했는데도 조회수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10년 전 창간사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입니다. 작은 매체이면서도 타깃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정제된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게 우리 각오입니다. 많이 내려도 걱정, 적게 내려도 걱정인 비, <단비뉴스>는 ‘지나침’ 곧, '과장보도'를 배격합니다. 청와대 정원에도, 달동네 손바닥 만한 채마밭에도 고루 내리는 단비처럼 ‘성역’ 없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전달했는지 돌이켜보면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칼럼이 발언대 등을 통해 나간 적도 많았습니다. 정제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말은 고정관념을 받아들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는 대학이 기성사회의 재생산구조에 편입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대학언론도 기성언론의 대안이나 안티테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되지만 이성적인 반동과 불온은 필요할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기성언론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사도 많았습니다. 문법 오류와 비문이 그대로 출판되는 것도 기성언론을 답습하는 건 아닌지 부끄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분야든 대가의 솜씨는 구석구석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데서 차이가 납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던 때 일화를 소개하며 앞으로 우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가 천장 구석에 작은 인물화를 그리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구석진 데 잘 보이지도 않는 인물 하나를 그리기 위해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미켈란젤로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알지."

   
▲ 미켈란젤로가 1508년부터 4년에 걸쳐 완성한 시스티나 소성당 천장화 <천지창조>. 천장 밑에 세운 작업대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에 물감을 칠해나가는 고된 작업으로 목과 눈에 이상이 생겼지만, 그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며 대작을 남겼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 모두 자신을 속이면 안 됩니다. <단비>를 보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때도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다른 공부하랴 <단비> 만들랴, 힘든 줄은 압니다. 단비 재정도 넉넉치 않습니다. 그러나 난초를 키워보면 물이 부족해야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람도 결핍을 느낄 때 창의적인 업적을 낸 분이 많습니다. 10주년을 계기로 <단비뉴스>가 가능하면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2020. 6. 21. 사단법인 <단비뉴스> 대표 이봉수


② 가장 메마른 곳으로, 온 힘 다해 달렸다

③ 불평등·기후위기에 정면승부를 걸다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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