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신수용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 중인 신수용이라고 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이제 막 국회에 등원한 초선의원들께, 저는 2227번 버스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중랑구를 지나는 버스 중 하나입니다. 이 버스를 타면 개인 자가용과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저 혼자만 덩그러니 버스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출퇴근 시간에도 승객이 열 손가락이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버스는 수년째 계속 운행 중입니다. 버스가 다니는 지역구 의원이 초선의원 시기에 내놓았던 공약인 것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아파트 부녀회장이 두툼한 명부를 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2227번 버스 신설에 대한 찬반 여론 조사였습니다. 기억하건데, 전 동을 통틀어 'X'를 표시한 사람은 저 혼자 뿐이었을걸요? 주부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공약이기도 했죠. 대형마트에 가는 유일한 직행노선이니까요. 말하자면 지역구 유권자 상당수가 원하는 버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형편없는 공약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고, 집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는 이도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버스 승객이 너무 적었습니다. 오늘도 버스는 하루중 상당 시간을 텅 빈 채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겁니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입니다. 국가적 수준의 법과 정책을 꾸려야 할 국회의원이 지역관리를 위해 지역 편의주의에 매달린 탓입니다. ‘국회의원을 하는 이유는 또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라는 핀잔이 있듯이, 차기에도 당선되려면 최우선적으로 챙겨야하는게 '지역구 관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는 빠져도 지역행사에는 얼굴을 내밀고 눈도장을 찍는 의원님들이 많지요.

‘2227버스’는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의원님들의 공약집에도 넘쳐납니다. 00체육관, 00센터 등 각종 지역개발 공약이 또 다른 2227버스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지역개발사업과 같은 토목사업이 많이 적힌 공약집을 건네는 후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다리놓고, 길닦고 건물 올리는 토건사업이 우선 공약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 전국에는 다리와 길이 매우 많고 각 지역에는 비어있는 건물들이 숱합니다. 국가 예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성과물로 쓰일 토건사업에 우선 국민세금을 써버릴 때가 아닙니다. 시대가 요청하는 공약,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매우 시급한 현안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빈곤가정에 대한 지원, 아동복지 확대, 기후변화를 저지할 환경정책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동부터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까지 운행하는 '2227번' 버스 © 나무위키

‘그럼 지역민들의 삶은 누가 챙기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역마다 수십 명의 지역의회 의원들이 존재합니다. 세밀하고 지엽적인 지역 현안은 지역 의원들에게 맡기고, 더 큰 운동장에서 뛰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의도 의사당의 시간과 인력 역시 한정돼 있습니다. 큰 권한과 예산을 임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100년을 바라보고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판을 갈아엎는 것도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역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행 지역구 기반의 선거 현실을 뜯어고치자는 말씀입니다. 더 큰 영역에서 다수의 유권자를 돌볼 수 있는 '권역구비례대표제'와 같은 선거제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는건 어떤가요? 21대 초선의원들께서는, 한번 더 국회의원을 하는 것을 국회의원 활동 이유로 삼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그리고 활동기간에 상관없이 '굵은' 임기를 마치시길 당부합니다.


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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