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1대 국회 당선인 대상 ‘기후·재난 비상대응 토론회’

“기후위기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시대에 진입했어요. 코로나19는 결국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후위기는 한번 일정 선을 넘으면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재난 비상대응 국회토론회’에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재난 위기 시대 새로운 정책 대안’ 발제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우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크게 뒤처져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9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공급 중 재생에너지는 6.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석탄 등 화석연료와 원전이 차지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시급

▲ ‘기후·재난 위기 시대 새로운 정책 대안’을 주제로 발제하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김정민

윤 교수는 “원전은 사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가 별로 없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에너지 투자 중 70%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2018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1097만 개에 달하는데 지금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에너지전환에 투자하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후변화대응법, 에너지전환법 등을 제정하면 더 안정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수 있으니 21대 국회가 입법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재생에너지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기기와 건물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이후, ‘지역 의료 체계 강화’ 절실 
 
환경재단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과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 공동주최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발제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이 ‘문명 전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문명이 시작됐고, 문명의 시작은 인구밀도 상승, 가축과 밀접한 생활로 전염병을 불러왔다”며 “특히 문명의 전환기에 전염병이 인류를 찾아왔는데,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삶의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1차 의료, 지역의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공공과 민간 의료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도시 위주 발전 방향을 바꿔 지역사회를 강화해야 하고, 지역사회 의료가 현재의 대학병원 수준이 돼서 언제든지 높은 수준의 의료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잘 갖춰진 공공의료와 민간 의료가 협력해 세계를 이끄는 ‘K의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체계 강화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도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의료는 건강한 도시에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을 알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하는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 김정민

‘재난의 계층화’, 생존위기 몰리는 소외층 배려 필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바이러스로 바뀐 세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코로나19로 원격업무 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난의 계층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강의를 하면 청각장애인 학생들은 수업을 듣기 한층 어려워지고, 집안에 아이가 세 명인데 PC는 한 대밖에 없으면 아이들의 학습권도 침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으로 인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우리 사회의 제일 약한 고리들이기 때문에 이 같은 ‘재난의 계층화’를 세심하게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송 부사장은 또 “외국에서 노인들은 온라인 쇼핑을 할 줄 모르는데 오프라인 마트의 식자재 사재기 때문에 먹을 것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터넷 접근성 격차가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기술지식을 못 갖춘 계층이 소외되는 현상)’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바이러스로 바뀌는 세상’을 주제로 발제하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방재혁

자연생태계 유린 중단해야 인간이 산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팬데믹,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지금 우리가 전염병에 걸리는 건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야생동물 서식지를 자꾸 침범해 면역이 없는 위험한 바이러스와 접촉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생긴다는 것이다. 또 기후변화 때문에 열대에 서식하던 야생박쥐들이 점점 더 온대지구로 이동해 더 많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도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팬데믹, 기후변화,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발제하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방재혁

그는 “(팬데믹은) 앞으로도 툭하면 벌어질 일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하다”며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은 효과적인 백신 발명을 기대하고 있지만, 효율이 60~70% 되는 독감 백신 제작하는 데 70~80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기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연생태계에 대한 유린을 중단해야 인간의 감염병 위험도 낮아진다”며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인간이라는 종도 멸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재하지 않는 ‘핵융합’ 대신 재생에너지 박차를”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30여 명 중 10여 명은 ‘1분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 활동에 앞장설 것 등을 다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데 우리나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환경파괴 등 문제가 많고 전기료 인상 문제도 있으니 핵융합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순진 교수는 행사 마지막 순서인 종합토론에서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핵융합기술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농촌 태양광도 농작물 재배와 병행할 수 있고, 도시공간도 이용할 곳이 많고, 3면의 바다에서 해상풍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핵발전은, 핵융합도 기존의 핵분열과 마찬가지로 위험기술”이라며 “거기에 들어갈 돈이 있다면 당장 재생 가능 에너지와 효율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발표자들. 왼쪽부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진행을 맡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 방재혁

21대 국회 당선인들 ‘초당적 협력’ 다짐

이날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킨 미래한국당 조명희 당선인은 1분 발언에서 “기후위기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전문분야가 위성인데 지구과학, 기후변화, 재해, 재난에 관심이 있어서 끝까지 잘 들었다”며 “앞으로 과학기술분야에 특화된 4차산업혁명 포럼을 만들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정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중반에 참가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코로나 이후의 문제에 시사점을 던져 굉장히 의미 있었다”며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라는 점을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이 문제와 관련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하는 조명희 미래한국당 당선인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마스크를 쓰고 경청하는 참석자들. ⓒ 김정민 방재혁

편집 : 박서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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