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집 재밌는 곳]한방백숙 전문 제천 동원가든

충북 제천 시내를 살짝 벗어나 봉양읍 학산리 좁은 도로를 굽이굽이 가다보면 맑게 흐르는 개울 옆에 통나무와 기와로 지은 큼지막한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연못을 에워싼 모양의 이 정자엔 30여 개의 탁자가 놓여있어 길손에게 ‘와 앉으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이 곳이 바로 한방재료를 넣은 향토요리로 이름 난 동원가든의 명물 ‘무학루’다.

“한 여름에 손님이 몰릴 땐 보조 식탁까지 놓아서 150 명이 한꺼번에 정자에서 식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경치를 감상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동원가든의 무학루. ⓒ 정혜정

어머니 대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우 대표(63)는 1998년 무렵에 ‘개울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면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정자를 만들었는데 어느 새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수기 때 하루 300여 명이 몰린다는 이 식당의 진짜 경쟁력은 이 무학루보다 참숯불구이와 한방백숙 등 주력메뉴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백숙과 따로 나온 찹쌀밥 곁들여 먹는 재미

▲ 손으로 직접 뼈를 발라낸 닭, 오리숯불구이와 막걸리. ⓒ 정혜정

인근 농가에서 공급받는 닭과 오리를 식당에서 직접 잡아 숙성시킨 뒤 뼈를 다 발라내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계피 마늘 후추 등에 재운 참숯불구이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의 하나. 간장으로 양념한 순한 맛과 고추장으로 양념한 매운 맛이 있는데, 손님들은 대개 반반을 주문해 고루 즐긴다고 한다. 고기는 주문을 받은 뒤에 양념을 하고 식탁에서 숯불 석쇠에 지글지글 굽는데 담백한 육질이 숯불과 조화를 이뤄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또 하나의 대표 메뉴인 한방오리백숙은 인삼, 황기, 대추 등 몇 가지 한약재를 넣어 푹 고아 만든다. 기를 보하는 인삼과 황기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오리와 만나 몸에 원기를 더하면서도 성인병 등의 걱정은 덜어준다고. 은근하게 한약재 향이 나는 쫄깃한 오리고기를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행복이 밀려든다. 이 집 백숙은 찹쌀밥을 따로 쪄서 곁들여 내는 게 특징이다.

“보자기에 찹쌀을 따로 싸서 익혀 내면 보기에도 깔끔하고 손님도 입맛에 따라 다르게 드실 수 있어 좋습니다.”

 ▲ 몸 보양에 제격인 한방 오리백숙(위)과 찹쌀밥. ⓒ 정혜정

찹쌀과 감자를 함께 찐 감자찹쌀밥은 맨밥으로 먹어도 되고, 고기를 다 먹은 후 국물에 말아 죽처럼 먹어도 맛있다. 오이무침, 고추장아찌, 깍두기, 배추김치 등 밑반찬과 막장도 맛이 깔끔하다. 토종닭 참숯불구이는 마리당 3만5000원, 오리 참숯불구이는 3만7000원, 백숙은 닭과 오리 각각 4만2000원이다. 4인 가족이 참숯불구이와 백숙을 한 마리씩 시키면 푸짐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어머니의 비법 전수 받아 아들에게도 물려줄 생각

가족과 함께 놀러 나온 길에 들렀다는 30대 주부 김주연씨는 “이 집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봤는데 정말 그렇다”며 “이쪽으로 놀러올 때마다 들러야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허우성씨는 “닭을 숯불에 구워서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산도 보이고 풍경도 너무 좋다”며 만족해했다.

▲ 동원가든 이성우 대표. ⓒ 정혜정

1970년대에 어머니가 농사를 짓던 틈틈이 닭과 오리 요리를 팔면서 시작된 식당은 1984년 영업허가를 정식으로 얻었고 이후 이 대표가 맡아 성장시키면서 지금은 제천시내에 분점도 하나 두었다.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복무중인 이 대표의 아들이 제대하면 식당을 가업으로 물려줄 계획이라고. 

 

“닭은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아 소화가 잘되고 간 기능 개선에도 좋습니다. 오리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고 몸 안의 각종 유해성분을 해독하기도 하지요. 여기에 몇 가지 한약재를 넣어 맛있고 몸에 좋은 요리를 만드는 어머니의 비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색이 물씬한 산자락 아래 고즈넉한 정자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보양식. 올 겨울에 아무리 매서운 추위가 온대도 ‘월동 준비 끝!’을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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