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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쫓는 형사와 조폭, ‘어색한 공조’
[씨네토크] ‘악인전’
2020년 03월 22일 (일) 16:01:14 권영지 기자 kjih0130@hanmail.net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악인전>은 ‘센캐(센 캐릭터)’의 향연을 보여준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괴물 형사 역을 실감나게 해내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마동석이 이번엔 조폭 두목으로 변신했다. <범죄도시>를 재미있게 본 관객 중에는 마동석 주연이라는 소식에 <악인전>을 ‘믿고 본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극장을 나온 관객들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네이버 평점엔 ‘빠르지만, 허점이 많은 전개’ ‘배우의 오버 연기가 오글거림’ 등의 혹평도 있었다. 10점 만점에 4점, 심지어 1점을 준 네티즌도 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관객을 오글거리게 했을까?

사이코패스’ ‘성인오락게임’ 진부한 소재

이 작품의 배경은 2005년이다. 그해는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으로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들 사이에 알려진 시기다.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가 암흑가의 자금줄로 악용되어 사회문제로 떠오른 때이기도 하다. 그런 시대 이야기가 왜 한참 지난 지금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사이코패스’나 ‘도박’ ‘사행성 게임’은 이미 수없이 우려먹은 소재다. 콘텐츠 기획에서 중요한 점은 타이밍에 맞춰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제작자는 ‘지금 대중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악인전>은 관객의 관심이 떠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가 2005년에 개봉했다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만큼 화제가 됐을 수도 있다.

   
▲ 조폭 장동수(마동석 분)와‘미친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은‘나쁜 놈 두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컨셉을 이루는 파트너다. ⓒ 키위미디어

형사물 X 느와르 X 연쇄살인의 ‘짬뽕’

지금까지 형사와 조폭의 ‘추격전’을 그린 영화는 많았다. 익숙한 이야기 전개다. 그런데 형사와 조폭의 공조라니? 사실, 시도는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적절한 조합이다. 영화를 밥에 비유해보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는데 반찬은 없고 밥만 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참기름과 간장만 보인다. 어쩌겠는가? 참기름 한 숟가락, 간장 한 숟가락을 넣어 비빈다. 이때 참기름이 두세 방울 더 들어가면 맛이 느끼해진다. 느끼함을 상쇄하려고 간장을 더 넣어 봤자 헛수고다. 간의 균형은 이미 망가져 맛을 되찾기 어렵다.

<악인전>이 그렇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이 콘텐츠 구성의 핵심이다. 하지만 낯선 것을 넘어 ‘이게 뭐야? 정신없어’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 콘텐츠 구성은 실패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네이버 평점에 ‘개연성이 떨어진다… 형사랑 조폭이랑 뭔 공조를 한다고’라는 평을 남겼다.

   
▲ 평점 1점을 준 네티즌은‘개연성 없음’을 지적했다. ⓒ 네이버

다큐멘터리스트 이동석은 “다큐멘터리는 산들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는 프로그램을 ‘산’에 비유했는데, 산은 여러 개 작은 봉우리가 이어져 큰 맥을 이룬다. 그중 주봉도 있다. 콘텐츠에도 작은 주제와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큰 주제가 있다. 이동석은 이 봉우리를 적절히 배열하는 것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특제 소스 과다 사용은 ‘무리수’

이 작품의 장점은 영화라는 요리를 할 때 음식 맛을 돋워주는 ‘살인’ ‘조폭’ ‘형사’라는 특제 소스를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작품은 대개 이 중 한두 가지를 주 소재로 잡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살인’을, 하정우가 출연한 <범죄와의 전쟁>은 ‘조폭’을, <비스트>는 연쇄살인을 수사하는 ‘형사’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세 가지가 모두 합해져 ‘나쁜 놈이 모여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흥미로운 컨셉을 창출해냈다.

단점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소스들의 배합이 맞지 않은 것과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은 것이다. 세 가지 소재를 한꺼번에 집어넣은 감독의 시도는 아쉽게도 ‘무리수’로 끝났다. 조폭의 주먹처럼 쓴맛이 나지도, 겁에 질린 목격자를 설득하려는 형사의 말처럼 단맛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뒤죽박죽 알 수 없는 맛이다. 또 하나는 소스를 제대로 섞지 못해 여기는 이 맛, 저기는 저 맛이 난다. 혀가 마비된 것일까? 한 네티즌은 ‘액션신은 볼만했는데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31가지 맛’이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골라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영화는 이미 감독이 만들어서 내놓은 레디 메이드 요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 ‘캐릭터가 따로따로’라는 점은 이 영화가 가장 많이 받은 지적이다. ⓒ 네이버

지금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라

‘바다 이야기’ ‘사이코패스’는 오래된 소재다. 제작자는 항상 언론과 여론이 어떤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현실 속 이야기가 작품에 반영될 때, 시청자는 작품에 감정을 이입하기 쉽다. 떠오르는 이슈를 영화에 접목했다면, 흥행에 더 성공했을 것이다. 살인마 역을 ‘여성’으로 선정했다면, 관객은 최근 전남편을 살해하고 현 남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고유정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여성 연기자의 배역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특제 소스는 하나만!

어설프게 여러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면 관객은 영화에서 감정이입할 상대를 찾지 못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꼭 한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흐름을 분산하는 건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마동석이 눈은 안 웃고 입꼬리만 올라가는 걸 클로즈업한 장면은 남발하지 말았더라면…. 마동석의 ‘영혼 없는’ 미소는 한 번만 나오는 게 재미있다.


편집 : 김정민 기자

[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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