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볼거리로 풍성한 10월의 축제를 소개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

시인이 아니라도 나날이 짧아지는 가을 햇살을 보노라면 뭔가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산과 들판은 이제 가장 한국적인 풍경으로 바뀌고 있고, 지방도시에서는 저마다 특색을 살린 축제들이 한창이다. 이런 때 가을을 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배낭 하나 메고 출발하면 전국이 축제장. 풍경 따라 입맛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10월 지역축제를 소개한다.

▲ 10월에 열리는 다채로운 지역축제들. ⓒ 김강민

풍물 따라 입맛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인 가을에는 무엇보다 먹을거리 축제가 다양하다. 햇볕 좋은 충북에는 햇과일이 넘쳐난다. 오는 22일 충주체육관 광장에서 열리는 <충주사과축제>와 14~22일 보은군 뱃들공원 등에서 열리는 <보은대추축제>에서는 품질 좋기로 유명한 충주사과와 보은대추를 싼 값에 맛볼 수 있다.

부산 등 어항을 낀 도시와 포구에서는 가을 생선을 위한 축제들이 잇달아 열린다. 28~30일 열리는 <부산고등어축제>에서는 생선을 직접 잡아 올리는 체험 행사뿐 아니라 제철 생선 맛을 값싸게 즐길 수 있다. 

연어맨손잡이 체험은 예약이 필수

22~30일 양양군 남대천 일대에서는 <양양연어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하천에서 생을 마감하는 연어는 70%가 강원도 양양 남대천으로 회귀하는데, <양양연어축제>는 연어의 귀향본능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축제에는 농악놀이, 퓨전국악 등 문화행사와 연어탁본뜨기, 양양연어사업소 견학, 연어뜨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 <양양연어축제>에서는 맨손으로 잡아올린 연어를 맛볼 수 있다. ⓒ양양연어축제 홈페이지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연어맨손잡이 체험’이다. 예약을 해야 체험이 가능하며 3600명 정원 중 이미 2000명 가량이 등록한 상태다. 양양연어축제 김광래 주무관은 “예약을 못한 채 현장에서 연어맨손잡기를 하려고 사정하는 관람객이 있어 매년 안타깝다”며 사전 등록을 당부했다. 그밖에도 송천 떡메치기 체험을 비롯한 행사들이 열려 양양의 농특산물을 시식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그 옛날 화성의 화려했던 영광을 기리며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역사•문화축제도 전국적으로 다채롭게 열린다. 올해로 48회를 맞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올바로 보존하여 후대에 계승하고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사상의 산물인 화성 축성의 의미를 기리고자 수원시가 매년 10월 개최하는 축제다. 7~10일 나흘간 열리는 문화제에서는 210여 년 전 정조대왕이 부왕 사도세자의 원침참배를 위해 행차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는 '정조대왕능행차' 등 2400여 명이 참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가두 전통 퍼레이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정조대왕능행차 등 최대 규모의 가두 전통 퍼레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수원화성문화제 홈페이지

수원화성문화제 똑똑하게 즐기기 위한 팁

하나. 8일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및 시민퍼레이드'는 만석공원(능행차), 종합운동장(퍼레이드) → 장안문 → 종로사거리 → 화성행궁광장앞 → 팔달문 → 중동사거리 → 영동사거리(능행차), 리젠시호텔(퍼레이드)를 걸쳐 진행된다. 낮 12시30분부터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때문에 11시 30분부터 주변 교통통제가 이뤄진다. 늦게 출발했다가는 아예 차량이동이 불가능하거나 퍼레이드를 놓칠 수 있으므로 오전 11시30분 전까지 출발지에 도착해야 한다. 현재 150대에서 200대의 차량 주차가 가능한 '신풍초등학교'에서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행사장 주변에도 유료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둘. <수원화성문화제>의 대부분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9일 오후 1시30분부터 수원화성을 따라 걷는 '짚신신고 화성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짚신비용으로 6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 9일까지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원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 ⓒ백제문화제 홈페이지.

1일 개막된 <백제문화제>는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원에서 9일까지 열린다.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문화제는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을 기린다.

이야기 따라 인물 따라 떠나는 축제

역사의 한 자락만 축제의 현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화나 신화 등 각종 이야기 속 인물이 등장하는 지역축제도 있다. 8~9일 이틀간 남원시에서 열리는 <남원흥부제>는 직접 흥부나 놀부가 되어 흥부전을 체험하고 남원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7~9일 충북 단양에서 열리는 <단양온달문화축제>에서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만날 수 있다.

<처용문화제>는 울산시가 주최하는 유일한 축제다. 45년 째 이어져오는 축제답게 매년 전국 각지,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 30만 명 가량이 울산을 찾는다. <처용문화제>는 신라시대 ‘처용설화’ 발상지인 울산에서 처용의 화합 정신을 기리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며 6~9일 나흘간 열린다.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한 처용무는 물론 처용풍물 연희극, 인형극 등 다채로운 ‘처용 콘텐츠’가 볼거리다. 시조창•판소리와 같은 전통 공연과 처용무를 접목한 처용마술•‘처용 B-boy’도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 울산 <처용문화제>에서는 처용무와 더불어 국내외에서 건너온 뮤지션들의 세계음악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처용문화제 홈페이지

<처용문화제>와 함께 진행되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처용문화제>만의 독특한 행사다. 이정자 축제감독은 “처용무 춤과 처용가를 세계와 만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7년부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신설했다”며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축제”라고 말했다. 올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집시 재즈 음악밴드 레 쥬 누와(Les Yeux Noirs), 미국의 흑인 음악에 큰 영향을 준 펠라 쿠티(Fela Kuti)의 아들 세웅 쿠티(Seun Kuti)와 펠라 쿠티의 밴드 ‘이집트 80’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이외에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라이브를 들려준다.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은 무료이며 공연시작 10분 전부터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타지에서 오는 관람객은 행사장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매년 울산의 10월 첫 주 날씨는 낮에 맑을 경우 조금 더운 정도이고 밤은 조금 쌀쌀하다니 담요나 보온이 되는 겉옷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이보다 새로울 수 없는 이색축제들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이색축제들도 준비되어 있다. '강릉'과 '커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21~31일 커피마니아들을 위한 커피 축제가 강릉에서 열린다. 강릉 안목바다는 즐비하게 늘어선 커피 자동판매기로 유명한 곳. '커피 1세대'라 불리는 커피명인 박이추 선생이 강릉에 가게를 열면서 강릉에는 새로운 커피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올해로 3회째 <강릉커피축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임영관아지, 강릉항, 솔올 분수광장, 경포 호수광장 등 강릉의 낭만바다에서 직접 로스팅을 해보는 것은 물론 진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강릉 명소에서 다양한 커피맛을 즐길 수 있는 <강릉커피축제>. ⓒ강릉커피축제 홈페이지

명실 공히 세계축제로 떠오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9일까지 안동 하회마을 등지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전통 탈춤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이스라엘, 인도 등 세계 각국의 탈춤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마당극, 안동민속축제 등 춤꾼들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어 축제기간에 신명나게 놀아볼 수 있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에서 각각 축제장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이동하기 쉽다.

‘김치 없이 하루도 못 산다’는 한국인과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반가운 축제가 있다. 15~19일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김치문화축제>가 그것이다. ‘천년의 맛, 세계인과 함께’라는 주제를 내건 <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는 외국인과 함께 하는 행사가 눈에 띈다. ‘외국인 김치 담그기 체험’과 더불어 올해는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이 자국의 요리법을 김치에 접목시키는 다문화 김치요리 콘테스트가 열린다. 개막일인 15일 오후 4시부터는 우리가락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비롯해 재즈콘서트와 열린음악회가 열리니 참고하자.

▲ 외국인이 더 좋아한다는 <세계김치축제>. 김치담그기 체험은 물론 김치명인콘테스트 등 김치와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세계김치축제 홈페이지

18일 열리는 김치명인들의 전통김치담그기 경연도 볼거리다. 지난해 ‘김치명인콘테스트’에서는 게딱지와 지게미를 김치에 넣어 ‘꽃게 보쌈김치’를 선보인 박기순(41, 광주)씨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세계로 뻗어가는 김치의 색다른 모습이 궁금하다면 눈여겨볼만한 행사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