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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선동·모욕 판치는데 그냥 두자고?
[미디어비평] 1인미디어, ‘규제’냐 ‘자율’이냐
2020년 02월 25일 (화) 15:47:21 이자영 기자 delicious_12@naver.com

한 아이돌 가수가 이런 말을 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지만, 혼자 있고 싶다.” 역설적이다. 화려하지만 외로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그의 말이 이해된다. 그가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은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감정이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지만,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미디어가 있다. 1인미디어다.

사진과 글, 영상 등을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던 ‘블로그’가 1인미디어의 시작이었다. 그것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방송’으로 진화했으며, 지상파 방송까지 ‘인터넷방송’을 콘텐츠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구독자 수에 기반을 둔 광고에 따라 수입이 생기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인터넷 방송 채널 수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먹방, 쿡방, 브이로그와 같은 용어가 생겨났고, BJ, 유튜버,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등으로 불리는 인터넷 방송인이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관계를 단절시키는 ‘초연결사회’의 역설

화제만큼 논란도 많다. 한 40대 남성 시청자가 여성 BJ에게 수천만 원의 ‘별풍선’(시청료 개념)을 선물했지만, 개인적인 만남을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한강 투신 소동을 벌였다. 이외에도 BJ와 시청자 간에 ‘로맨스 스캠’(온라인으로 이성과 친분을 쌓은 뒤 상대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기)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 만남을 거절당하자 투신 소동을 일으킨 인터넷방송에 달린 시청자 댓글. 1인미디어 관련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누리꾼의 우려도 크다. ⓒ 가판대 유튜브

1인미디어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은 ‘초연결성’과 ‘비대면성’이라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 때문이다. 1인미디어는 광대역 네트워크에 기반한 초연결사회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방송사를 따로 설립하지 않아도, 요금을 내고 가입하지 않아도, TV와 같은 수신기가 없어도 된다. 대부분 사람이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PC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대면해야 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차림새부터 태도, 표정, 말투까지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친교를 쌓을 수 있고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현대인의 심리에 최적화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익명성, 비대면성, 자율성이라는 특성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악플을 예로 들 수 있다. 로맨스 스캠, 조작 방송도 마찬가지다. 1인미디어를 유행시킨 요소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초연결사회가 도래했다지만, ‘연결을 끊는’ 초(剿)연결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연결망은 넓어졌는데, 대중은 그 속에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사기와 악플로 서로의 연결망을 끊고 있다. 초연결사회는 온라인에 한정된다. ‘은둔형 외톨이’ 신세는 변함이 없으며 더욱더 많아질 뿐이다.

1인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를 파악해야

1인미디어가 왜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소비자는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심리를 모두 살펴야 한다. 매스미디어는 공공적인 콘텐츠를 주로 다룬다. 당연히 규제와 제약이 따른다. 덜 공익적이지만 솔직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1인미디어가 소비자에게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매스미디어와 다른 점이자 특징이다.

적당한 규제는 미디어 시장을 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구글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에 ‘노란 딱지’를 붙인다. ‘광고 부적합 콘텐츠’라는 의미다. 부적절한 영상에 광고가 노출되기를 꺼리는 광고주들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인공지능과 직원이 콘텐츠 내용과 제목, 해시태그 등을 보고 콘텐츠를 선정한다.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혐오’다. 인종이나 고향, 국적, 장애, 나이, 경력, 신체•문화적 성별 등과 관련된 차별이나 소외, 굴욕감이나 폄하 표현이 반영된 콘텐츠가 배제 대상이 된다. 둘째는 ‘가족 캐릭터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경우다. 코미디나 풍자 등 콘텐츠 목적과 관계없이 가족 구성원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폭력적이거나, 성적이거나, 불쾌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나타내는 콘텐츠가 대상이다. 셋째는 ‘선동’과 ‘모욕’이다. 개인이나 그룹을 모욕하거나 모욕의 의미가 담긴 불필요한 언어를 사용하는 콘텐츠다.

법적•제도적 규제는 아니지만, 구글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런 규제 방식이 1인미디어를 정화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기준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규제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준에 관한 준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성향에 따라 딱지를 부여한다는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다.

1인미디어는 파급력에 견주어 규제는 사각지대에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 방송을 방송법 규제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인미디어 시장의 특색인 자율성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못한다면, 인터넷 법의 규제를 받도록 하면 된다. 인터넷 자율규제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터넷 방송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경고제도를 도입하고 과태료도 부과해야 한다. 자율성을 부여하되, 윤리적 규제는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편집 : 유연지 PD

[이자영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 환경부, 미디어부 이자영입니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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