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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미국 비준해도 한국은 불투명
민주당 “투자자국가제소제 등 10개 분야 재재협상 필요”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1년 10월 05일 (수) 11:55:15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아시는 것처럼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6월에 협상을 타결하고 정부간 서명이 이뤄졌는데, 양국 의회에서 비준되지 못해 4년 3개월 넘게 표류했습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드디어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으로써 미국 측의 비준이 가시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하는 것을 봐서 우리도 비준절차에 나서자’는 입장이었던 우리 국회, 특히 여당도 국내 비준절차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현재의 내용으로는 비준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논란과 공방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통령 후보시절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내 이행법안을 제출한 것은 ‘어려움에 빠진 미국경제 살리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죠?

   
제: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한미 FTA가 불공평하게 체결됐다”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죠. 특히 “연간 수십만 대의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팔리는데,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 차는 고작 수 천대 수준”이라고 불평했습니다. 이것은 노조의 이익을 생각해서 FTA체결에 부정적인 미국 민주당의 전통적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자동차 산업의 이익을 더 반영하는 쪽으로 FTA내용에 수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런 불만은 상당히 완화됐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더블딥(경기회복 중 다시 침체)’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오마바 정부가 45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까지 발표했는데, 한미 FTA로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김: 한미 FTA가 최종 발효될 때까지 앞으로 어떤 절차들이 남아있습니까.

제: 미국의 경우 하원과 상원에서 비준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되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물밑 합의를 이미 거친 것으로 알려져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이달 13일을 전후해 미 의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국회의 비준절차와 함께 FTA에 관련되는 개별 법안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절차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현재 FTA관세특례법 등 10여개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절차를 다 마치면 양국이 공식 서한을 교환함으로써 발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국내 절차를 10월, 11월 중 모두 마치고 내년 초 발효할 것을 기대하는 입장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경제생존", 여당과 시민단체는 "오히려 타격입을 것"

김: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은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를 기대하는 입장인데요, 이들이 한미 FTA를 지지하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의 장벽을 낮추는 한미 FTA는 경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라고 주장합니다. 세계 각국이 FTA같은 양자 협력과 지역공동체 등을 통해서 살 길을 찾고 있는 마당이니,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해 미국 같은 선진국, 대형시장과의 FTA가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미FTA가 발효할 경우 10년간 실질국내총생산(GDP)이 5.66% 높아지고, 3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김:
반면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현재의 내용으로 한미 FTA가 발효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이죠. 이유가 뭘까요?

제: FTA라는 것은 두 지역이 사실상 하나의 경쟁 무대로 통합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거꾸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의 FTA의 경우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산업분야가 많기 때문에, 이익보다는 피해가 클 게 뻔하다는 주장입니다. 국내 일자리가 늘기보다 오히려 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만일 FTA의 구체적인 협상이 경쟁력이 약한 분야에 대한 보호 장치를 충분히 확보한 것이라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실제 한미FTA의 합의 내용은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수출업종에 약간의 이익이 기대되는 반면 농축산업, 의약, 금융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또 투자자국가제소제 등 독소조항때문에 주권국가로서의 정책선택권도 제약될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입니다.

김: 민주당은 일부 분야의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제: 민주당은 어차피 첫 협상타결 후 2번씩이나 재협상을 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만큼, 우리도 재재협상, 즉 재협상을 한 번 더 하도록 요구해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0개 항목을 제시했는데, 쇠고기 같은 농축산 주요품목의 경우 일정기간 관세철폐를 유예하자, 유통법이나 상생법 등을 통한 중소상인 보호 장치는 확실하게 인정을 받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한국산으로 확실히 인정받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의약품의 허가·특혜 연계 제도를 폐지하자, 투자자국가제소제(ISD)를 폐기하자, 자유화후퇴금지(역진불가) 조항을 폐기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한 번 개방하면 되돌릴 수 없고 규제 조치도 어려워

김: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특히 투자자국가제소제와 자유화후퇴금지조항 등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제:
투자자국가제소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투자자(기업)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 투자자가 해당 정부를 국제법정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정부가 대중소기업상생을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거나, 기업형수퍼마켓(SSM)의 확장을 규제하거나, 부동산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거래허가제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경우 외국인투자자의 제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에 따르면 멕시코 등 해외에서 이와 관련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환경정책 등에 대해서도 국제법정에서 배상판결이 나서 정부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정책이 무효화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자유화후퇴금지(역진금지, 혹은 래칫조항)의 경우 일단 시장개방을 약속한 경우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어서, 개방이후 예기치 않은 피해가 나타날 경우에도 정책적 대응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김: 한미 FTA가 발효하면 그동안 유보했던 국내 쌀시장 역시 결국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던데, 어떤 근거에서 나온 얘기입니까.

제: 최근 위키리크스에서 폭로한 미 국무부전문 보고내용입니다. 2007년 8월 김종훈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의 쌀 개방 요구에 “세계무역기구(WTO)의 쌀수입쿼터협정이 종료되면, 한미 쌀시장개방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당시 “한미 FTA에서 쌀시장개방은 확실히 배제했다”고 발표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죠. 우리 정부는 WTO규정에 따라 2014년까지 개방이 유보된 쌀시장을 2012년에 높은 관세를 물려 개방하는 이른바 ‘관세화개방’으로 전환할 것을 추진 중입니다. 만일 그 때 한미 FTA가 발효된 상황이라면 미국 측이 관세를 낮추고 미국산 쌀의 수입을 확대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값싼 미국산 쌀이 밀려들어와 국내 쌀농사는 초토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 우리나라가 현재 여러 나라와 FTA를 맺고 있지만, 그 중 선진국과 맺은 첫 번째 협정이 한유럽연합(EU) FTA라고 할 수 있죠? 지난 7월에 발효했는데요, 현재 어떤 경제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EU FTA가 발효할 경우 10년간 경제성장률이 5.62% 추가 상승하고 연평균 3억6000만 달러씩 무역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 8월 두 달간 실적을 보면 EU와의 교역에서 무역수지는 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억9000만 달러 흑자에서 반전한 것입니다. 우리 물건 수출은 별로 안 늘고 EU에서의 수입이 늘었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아주 짧은 기간의 실적이라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고 유럽재정위기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FTA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비현실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0월 5일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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