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인영화제] 건강한 노년문화를 보여준다

노인은 쓸쓸하고 대화가 되지 않는 존재인가?

스마트폰, 인터넷, 컴퓨터. 어른들은 이런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다. 젊은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이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작동법을 배우기도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젊은 세대에게 어른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통신기기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의 발달, 인터넷문화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노인들은 점점 더 빨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기 마련이다.

▲ 제4회 서울노인영화제 포스터. ⓒ노인영화제공식블로그

여기에 언론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성인 한 명당 노인부양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에게 노인은 그저 부양해야 할 존재, 대화가 되지 않는 존재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

“요즘 젊은 세대는 노인들을 나와 상관없는 세대로 보는 것 같아요. 젊은 청춘들도 언젠가 늙게 돼요. 이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내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노인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노인영화제를 주관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일문스님은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을 단순히 쓸쓸하고 소외된 존재, 부양 받아야 하는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 봐야 한다는 거다.

▲ 미디어 교육을 받고 있는 노인들. ⓒ노인영화제공식블로그

“노인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노년기를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소통하고 어우러져야 건강한 노년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장 감독’은 주체적 문화생산자

일문 스님은 노인문화를 하나의 문화 자체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즐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서울노인영화제를 시작했다.

▲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일문스님. ⓒ 이지현
노인들의 미디어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컴퓨터와 카메라 활용법, 영화제작 등의 교육을 시작했다. 특히 영화 제작 과정에서 노인들은 대부분 이야기의 소재를 자기 자신, 자신이 겪은 경험과 주변에서 찾았다. 이는 노인 스스로 삶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고 회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노인영화제는 노인들이 미디어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발표하고 자랑하는 축제의 장으로 처음 시작됐다.

“어르신들이 직접 영화를 찍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노인의 눈과 앵글을 통해 노인문제와 사회문제 등을 바라봄으로써 그분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일문스님은 “영화라는 도구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노장 감독’이 등장한 것 자체가 주체적이고 활동적인 문화생산자로서 노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영화제를 몇 번 하면서 젊은 감독의 참가도 많이 늘었어요. 젊은 감독에게는 노인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의 기회를 제공했고, 노인 감독에게는 주체적인 문화생산의 기회가 주어졌죠. 그들의 문화와 시선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가 노인영화제입니다.”

▲ 제4회 서울노인영화제 초청개막작 <그대를사랑합니다> 포스터. ⓒ노인영화제공식블로그
또 그는 노인영화제가 노인과 젊은 세대간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아쉽다고 한다.

“젊은 감독의 노인주제 출품작을 보면 현 세대가 노인을 이해하는 지점을 알 수 있어요. 전반적인 소재나 내용이 대부분 노년의 쓸쓸함, 경제적 궁핍, 세대간 단절, 죽음 등이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노인상의 정립과 세대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젊은 감독들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고 한다. <하루>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 <외할머니와 레슬링> 등이 본선에 진출한 젊은 감독의 작품이다.

서울노인영화제는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서울 서대문아트홀 청춘극장에서 열린다. 개막식 초청작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비롯해 총 2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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