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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남부끄러운 복지 확충
내년 예산안, 줄여야 할 건설투자 늘고 높여야 할 조세부담률 하락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1년 09월 28일 (수) 23:21:06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정부가 어제(27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는데요, 전체 규모는 얼마나 늘었고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부예산과 기금을 합한 내년도 총세출예산 규모는 326조 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7조원, 5.5%가 늘었습니다. 총세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5% 높게 잡았고요. 정부는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고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이번 예산안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지출이 수입 내에서 이뤄지는 ‘균형재정’을 오는 2013년까지 앞당겨 달성해서 다음 정부에 나라 곳간을 채운 상태로 넘겨주겠다는 의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불요불급한 사업, 즉 ‘군살’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예산을 ‘근육질’로 편성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복지와 성장의 연결고리인 일자리에 예산의 초점을 맞춰서 '성장-일자리-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반값 등록금' 요구 미흡한 선별지원으로 미봉

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안들이 내년 예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우선 궁금한데요,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급식 같은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제:
촛불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은 ‘반값’이라고 할 만한 획기적인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예산에 반영된 등록금 인하폭은 소득 하위 70% 학생들에게 평균 22%의 등록금 부담을 낮춰주는 수준입니다.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적인 지원인데다 인하폭도 기대 이하여서 학생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논란이 많았던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 지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수준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 무상급식은 곤란하다’는 취지인데, 반면 만 5세 아동에 대한 보육비지원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해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복지예산이 사상 최대규모라고 하던데요, 실제로 복지사업이 얼마나 확충됐나요?

제: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 규모는 총 92조 원으로, 올해에 비해 5조6천억 원, 6.4% 증가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전체 예산안 중 복지예산 비중도 올해 28%에서 내년 28.2%로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 것 등 경직성 예산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분양주택이 대부분인 보금자리주택 사업 예산 10조500여억 원까지 포함돼 있어서 복지지출이 의미 있게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이런 낙후된 상황은 내년 예산에서도 별로 개선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저출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육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하는데,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 등 부모들이 간절하게 요구하는 사업들은 별로 확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그동안 우리나라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가 지나치게 많아 다른 부분의 지출을 압박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좀 줄었습니까?

제: 내년 사회간접자본예산은 22조6000억원으로 일단 올해보다 7.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올해 끝나는 4대강 사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9000억원(4.5%) 가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여수 엑스포 예산까지 감안하면 늘어나는 예산이 1조2000억원이라는 계산도 나옵니다. 그래서 내년의 양대 선거를 의식해서 토목건설사업을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역대 예산을 보면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목적의 지역사업 등을 남발하면서 SOC예산 비중이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컸고, 이것이 복지 등 다른 부분을 압박한다, 그래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예산이 편성됐다고 하겠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관련 생산과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는 복지나 교육 투자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제는 길 닦고 다리 놓는 예산을 최소화하고, 그 돈을 복지와 연구개발 등 소프트웨어적인 분야에 돌려야 할 것입니다.

세입예산에 인천공항 매각 대금 포함, 사회적 논란 예상

   
김:
세입예산에서는 매각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센 인천공항의 매각 대금이 포함됐다는데, 그렇다면 인천공항이 내년에 팔린다는 얘기가 됩니까? 
 
제: 정부가 세외 수입에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금을 포함시켰습니다. 내년에 국민주 방식으로 인천공항의 지분 20%를 매각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예산안에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정부 보유 주식을 매각해 총 30조2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경우 공기업 조직이면서도 세계최고 공항으로 선정될 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꼭 매각이 필요한가 하는 반론이 있고, 최근의 글로벌 재정위기로 증시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식 매각이 잘 되겠는가 하는 회의가 큽니다. 만일 정부가 매각을 강행하려 한다면 상당한 사회적 논란이 일 것입니다.

김: 정부가 2013년까지 재정균형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 그렇다면 국가부채도 많이 줄어들게 될까요?

제: 정부는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매년 줄여나가서 내년에는 GDP대비 마이너스 1%까지 낮추고 2013년에는 2000억 원의 흑자를 내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재정균형이 이뤄지고 경제성장이 정부가 전망하는 연평균 4.5% 안팎으로 이뤄질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5.1%에서 내년 32.8%, 2015년에는 27.9%로 떨어질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확정된 국가채무를 말하는 ‘좁은 의미의 국가부채’여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수치라고 하겠습니다. 지난주 이 시간에 얘기했듯이 정부가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공기업의 부채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국가채무’는 이보다 훨씬 큰 수준이기 때문에, 국가부채 산정기준을 보다 현실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김: 민주당 등 야당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서 복지 재정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에 조세부담률은 어떻게 됩니까?

   
제:
조세부담률은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데, 올해 19.3%에서 내년에는 19.2%로 0.1%포인트 낮아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부자감세로 조세부담률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1%에서 19.3%로 추락했다”면서 “조세부담률을 다시 21%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런 방향과 거꾸로 간 것이죠. 복지확충을 주장하는 학자들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기 때문에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복지비를 지출하면서도 그동안 적자재정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 등 담세 능력이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세금부담을 높여서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복지 확충에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6% 내외.) 

김: 이밖에 이번 예산에 새로 반영된 특징적인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년 예산에서 국민 정신건강 관련 예산을 늘려서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신설하고 정신보건센터도 138개소에서 167개소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내년에 주 5일 수업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문예회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 지역 문화시설을 활용한 토요 문화학교 100곳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있네요. 올해 취약계층 가구당 5만원씩 지급됐던 문화바우처(문화활동에 쓸 수 있는 상품권 개념)가 해당 가구의 청소년(10~19세) 1인당 5만원씩 추가로 지급됩니다. 결혼이민자가 행정ㆍ의료ㆍ교육기관 등을 이용할 때 의사소통과 서류작성 등을 지원하는 통번역 지원사를 모든 다문화가족센터에 배치한다는 내용, 흔히 '닭장차'로 불리는 전·의경버스가 우등고속버스로 교체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9월 28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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