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동문회 ‘언론인·직장인 토크쇼’

“법조팀에서 일하다 보면 형사사건 취재를 많이 하는데, 유무죄 관련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나쁜 놈’이 있고 ‘이상한 놈’이 있고 ‘벌 받아야 하는 놈’이 있는데 사실 이걸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아요. 기자는 전문법조인이 아닌 데다 정보의 제한도 있고, 기사를 쓰다 보면 취재가 안 된 부분도 있고, 판단할 때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많죠...조국 전 장관은 저희한테 우호적이고 중요한 취재원이었던 편인데 엄중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죠.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사람이 정말 나쁜 놈인가, 이상한 놈인가, 벌을 받아야 하는 놈인가. 그 질문을 저한테 계속 던지게 되더라고요.”

15일 저녁 서울 중구 통일로 케이지(KG)타워 20층에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동문회 주최 ‘언론인·직장인 토크쇼’에서 박소희(33)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가 법원·검찰 취재기자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이날 토크쇼는 국내 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졸업생들이 개교 11주년을 맞아 재학생들과 함께 우리 언론계 내외의 변화와 문제를 짚고 대안을 토론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동문회 ‘언론인·직장인 토크쇼’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취재기자로서 부닥쳤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 윤종훈

박 기자는 “우리나라 언론 지형이 보수와 진보, 둘로 나뉘어 있는 게 사실인데 최대한 균형 있게 접근하려고 해도 독자 개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악플(악성댓글)’이나 항의 전화가 막 온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장관에 대해 ‘피의자’라는 표현을 기사에 넣었다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며 “사람들이 기자 신상도 털고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시점이라 아이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을까 두려울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박 기자는 “그래서 짧은 기사도 쓰기 싫고 길게 다뤘을 때는 더 쓰기 싫어지더라”며 “그냥 기자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지들이 조심하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는 오히려 부담 없이 쓸 수 있지만 조국 기사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하는 진보지의 현실을 털어 놓으며 ‘독자들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기사를 받아들이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취재원을 만나면 ‘너는 어느 편이냐’고 질문하는 것을 태도와 표정 등에서 느낀다”고 덧붙였다.

박 기자는 “기자도, PD도 직업적인 회의가 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너무 환상만 갖고 이 일에 뛰어드는 것은 말리고 싶다”며 “일정 부분 가치가 있는 일이고 적성에 맞기 때문에 버텨보려 하는데,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디지털스토리텔링’ 

<경향신문>에서 데이터저널리즘(데이터를 수집, 분석, 시각화해서 보도하는 것)을 이끌고 있는 황경상(38) 뉴콘텐츠팀 기자는 ‘중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텍스트(기사)에 다양한 그래픽이나 동영상을 넣으면서 가독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스토리텔링이라며 “최근에는 ‘게임화(gamifcation)’를 통해 독자에게 더 다가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데이터저널리즘과 게임화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강조하는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 ⓒ 김서윤

“뉴스도 ‘게임’이라는 흥미 요소를 도입해 독자를 더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과거 신문에도 ‘크로스워드 퍼즐’ 등 게임이 있었죠. 최근에는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허핑턴포스트> <가디언> 등 해외 매체에서 (게임화를) 활발하게 시도 중입니다. <알자지라>에는 ‘불법어업’ 게임이 있는데, 독자가 직접 탐사보도 기자가 되어 취재하는 방식에 독자 유입 효과가 컸고 학교에서 교육용 자료로까지 쓰이게 됐어요.”

황 기자는 <경향신문>이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던 ‘나는 어떤 독립운동가였을까’ ‘랭면의 취향’ 등을 소개하며 이런 개인맞춤형 게임을 통해 사회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화를 위해서는 기자와 웹 개발자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기자도 파이썬(Python)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 기초언어를 배워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저널리즘스쿨 ‘이단아’ 대표, ‘원 앤 온리’가 되다 

이애라(34) 카카오페이 매니저는 “저널리즘스쿨을 졸업했지만 언론인이 되지 않은 ‘이단아’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핀테크(금융기술)업체인 카카오페이에 ‘단 한사람밖에 없는(One and Only)’ 시장분석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 카카오페이에서 시장분석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이애라 매니저가 외국계 회사 등에서 국내외 현장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하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서윤

이 매니저는 “기자도 시장분석가도 결국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며 “2년 동안 저널리즘스쿨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어떤 주제로 어떤 사람을 만나도 뛰어 들어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크쇼에 앞서 제정임 대학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학연이 부정적으로 작동해온 측면이 있지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학연은 건강하게, 적극적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며 “언론계 안과 밖에서 손을 맞잡고 우리 사회와 언론의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모임으로 발전해 나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졸업생, 재학생, 교수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졸업생 대표들과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참석자들. ⓒ 김서윤

편집 : 김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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