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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갈 필요 없이 인천에서 재미나게”
[단비현장] 지역문화의 도전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
2019년 11월 10일 (일) 21:59:10 정재원 기자 elinoone55@gmail.com

“대학과 회사인턴 생활을 서울에서 하다 보니 항상 (전철)1호선으로 (하루)왕복 3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20대 중반까지는 인천보다 서울이 제게 익숙한 생활권이었죠. 그런데 제 삶의 너무 많은 시간이 출퇴근에 허비되고 있더라고요.”

9일 오후 1시 인천시 가좌동 복합문화공간 ‘코스모(COSMO)40’ 4층에서 지역문화기획자 이종범(28)씨가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의 행사책임자로서 토크쇼를 열었다. ‘서멀장’은 열(thermal)과 장(場)을 합친 ‘따뜻한 시장’이란 말로, ‘서울까지 가지 않고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광역시 서구청의 지원을 받아 지역문화기획자 1인기업 '스펙타클워크’가 준비했다.

“왕복 3시간 반 출퇴근, 왜 꼭 서울로 가야 하나” 

   
▲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을 종합기획한 이종범씨가 30여명의 청중과 함께 지역 문화운동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정재원

이씨는 “매일 아침 몸을 구기며 1호선 용산급행을 타는데, 반대쪽 플랫폼의 동인천 급행을 타는 사람은 여유가 넘쳐보였다”며 “나도 좀 가까운 데로 편하게 출퇴근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역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여름 ‘인천스펙타클(@incheon_spectacle)’이라는 인스타그램(사진공유사이트) 계정을 만들어 풍경 사진 등을 올렸다. 그러다 지역의 카페들에 눈을 돌리게 됐고, 크라우드펀딩(대중모금)으로 지난해 7월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이란 책을 내며 본격적으로 지역문화기획자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열린 서멀장은 ‘인천에도 멋진 사람, 재미있는 곳이 많다’는 구호 아래 인천에 기반을 둔 창작자와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0만명에 달하는 김이화씨의 ‘906스튜디오’, 서프보드와 비치웨어를 직접 만드는 ‘서프코드’, 1인 출판사 ‘일곱개의 숲’ 정채영씨 등 총 40여개팀이 참가해 의류, 해변용품, 책, 디자인소품 등을 판매했다.

물건을 파는 1층과 지하층 외에 2층에는 먹거리를 파는 라운지가 마련됐고, 3층과 4층에선 토크쇼와 공방클래스가 열렸다. 주최측은 무려 2천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개성 있는 창작자 제품 전시, 시민 2천여명 북적 

 
서멀장에 선보인 인천지역 창작자·브랜드의 다양한 전시판매품들. ⓒ 인스타그램 @incheon_spectacle

행사장 한 편에는 사진 작품도 전시됐다. 그 중 시민들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작품은 인스타그램 ‘대추자매(@44date)’ 계정을 운영하는 김차경(34), 이윤미(37) 작가의 아파트 단지 사진이었다. 인천시 가좌4동의 라이프빌라, 로얄타운 등 재개발 절차에 들어간 낡은 아파트를 찍은 사진들 앞에는 중년 여성들이 많이 몰려 추억에 잠겼다. 김 작가는 “한 때 SNS에서 어릴 적 사진을 재연하는 게 유행이었다”며 “우리나라는 개발을 이유로 변화가 워낙 많았기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기록해 놓고 싶어 사진 찍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추자매’ 김차경, 이윤미 작가가 찍은 인천 가좌4동의 재개발 아파트단지 사진들. ⓒ 정재원

서멀장을 보러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 서정미(23)씨는 “인천 특유의 로컬문화를 사랑하고 그것을 살려 행사까지 개최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꼭 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들러리’ 벗어나 ‘재미있는 도시’ 인천으로

“인천은 바닷가부터 공장산업단지, 국제도시와 공항까지 있어 자생 가능한 도시입니다. 지역문화와 브랜드를 제대로 소개하고 알릴 기회만 있다면 인천 지역 창작자와 브랜드들도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이종범씨는 인천 시민 상당수가 '인천사람이면서 서울사람'이 되는 이유가 문화공간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동인천이나 제물포처럼 인천 고유의 색깔이 짙은 지역은 점점 쇠락하고, 서울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에 인프라(사회기반시설)가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지역문화를 살린다면 인천 사람들이 즐거운 것을 찾아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이 열린 코스모40 건물 모습. 1970년대 화학산업의 효자역할을 하던 코스모 화학공장 폐건물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 정재원

편집 : 윤상은 기자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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