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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사는 이는 왜 행복할까?
[TV를 보니] EBS ‘건축탐구 집’
2019년 09월 19일 (목) 10:58:07 이자영 기자 delicious_12@naver.com

“시대에 따라 집의 모습은 바뀌어왔지만 ‘집은 곧, 내가 사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도 합니다. 타인의 집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재밌습니다. <건축탐구 집>은 집과 사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함께 진정한 집의 의미를 찾아 떠나보세요.”

EBS 제작진이 내세운 프로그램 기획 의도다. 집은 한국인의 영원한 로망이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2000년대 초에 이런 현실을 반영한 ‘러브하우스’가 있었다. 거주환경이 좋지 않은 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경제사정이 더 나아져서일까, 지금은 연예인들이 발품 팔아 의뢰인의 집을 대신 찾아주는 <구해줘! 홈즈>가 있다. 아직 자가소유는 어렵지만, 이 프로그램은 집을 향한 대중의 욕망 때문인지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와중에 집을 소재로 한 독특한 다큐멘터리가 나타났다.

‘집주인 행복하게 해주는 집’을 찾아서

‘당신은 어떤 집을 꿈꾸시나요’라는 질문을 가지고 매회 다른 주제를 잡아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 기본인 내러티브다. 소재는 ‘집’이지만 매주 주제가 다르다. ‘은퇴 후 내 생애 마지막 집’ ‘한옥’ ‘외국인이 바라본 집’ 등이 주제다.

한 건축가 부부가 전국 곳곳으로 주제에 맞는 집을 방문한다. 어느 날은 또 다른 건축가가 다른 주제를 가지고 여정을 떠난다. 집주인에게 집에 관한 가치관을 묻기도 하고, 집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건축가로서 그 집을 살짝 비평하기도 한다. 건축가의 시선에서 한 번, 집을 지은 집주인의 시선에서 한 번, 두 관점에서 집의 의미를 찾게 한다. 만나는 집주인들은 ‘인터뷰이’고, 건축가는 ‘인터뷰어’다. 여정을 보여주는 로드 다큐멘터리 형식은 스토리텔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아파트는 주거공간으로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형태다. 상자 같은 건물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콘크리트 기둥들이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는 사각형 창문들로 메웠다. 씻고 다듬고 데우기 좋게 최적의 동선으로 계획된 싱크대가 있고, 옷을 종류별로 나눠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이 있으며, 가죽옷을 입힌 안락한 소파가 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은 기능주의, 표준화, 단순화를 특징으로 하는 기계미학을 삶의 곳곳에 침투시켰고, 현대인의 삶을 규격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집을 주거공간에서 ‘삶의 터전’으로 복원해낸다. 집의 건축 양식이 집주인의 삶과 역사에 어떻게 닿아있는지 찾는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건축 양식이 집주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했는지보다 집주인이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건축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다.

집과 집주인은 어떻게 공존하는가

   
▲ 운조루 고택. 문을 모두 열어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어우러지려 했다. 한옥은 바람을 통해 나무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 EBS <건축탐구 집>

건축가들은 “남의 집은 지어봤지만, 내 집은 지어보지 못했다’는 뜻밖의 고민을 드러내며 여정을 시작한다. 그들은 집을 지으며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집주인에게 묻는다. 건축가와 집주인은 결국 같은 방향을 추구했다는 것을 확인한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집, 사람과 집의 공존이 그것이다. 집의 전체적인 구조를 담아내기 위해 항공샷은 빠지지 않는다. 쉽게 갈 수 없는 고택, 한옥과 전원주택을 다룰 때는 풍경과 집의 조화를 영상에 담아내고자 했다.

고택의 건축기법 속에 들어있는 선조들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집의 역사를 통해 한 인간의 인생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럴 때 집은 한 인간의 성장과 함께하는 삶의 터전이다. 쉽게 구경하기 힘든 타인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집주인들이 집을 짓기까지 평탄하지 않았던 사연도 있다. 시청자는 집주인의 고민을 들으며 공감하면서 미래를 설계하기도 한다. 상류층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라 더 친밀감이 든다.

   
▲ 한옥에 사는 부부는 집 안채에 ‘누마루’를 만들어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쉼의 시간을 가진다. ⓒ EBS <건축탐구 집>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건축 다큐멘터리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건축 다큐멘터리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2017)과 컨셉이 유사하다. ‘하늘과 맞닿은’ ‘나무가 숨쉬는’ 등 주제별로 분류해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건축탐구 집>에서 여러 집을 방문하는 모습을 건축가의 여정으로 표현한 것은 넷플릭스와 구별되는 신선한 포인트다. 집주인들의 고민은 ‘은퇴 이후 생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자연과의 조화, 아이들 키우기, 한국에 사는 외국인’ 등등 충족해야 할 다양한 삶의 조건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고민을 담은 다양한 유형의 집을 담아낸 점은 이 프로그램의 큰 차별점이다. 포맷을 명확히 하되 주제의 다양성을 통해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 고양이를 키우는 부부는 고양이와 함께 공존하는 집을 만들었다. 가구로도 사용하면서, 고양이의 놀이터로도 사용한다. ⓒ EBS ‘건축탐구 집’

환금성의 가치로만 집을 평가하는 시대다. 이 프로그램에서 찾는 집은 ‘집주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집’이다. 제작진은 ‘공존’을 기본조건으로 강조하는 듯하다.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함께 뛰어노는 집, 외국인도 한국인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집, 자연과 공존하는 집 등이 주요 소재다. 멋들어지게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건축’에 중점을 두다 보니 독립주택만 다루었다는 점이다. 방송중이라 앞으로 어떤 ‘집’ 이야기를 다룰지 알 수 없지만, 시대 흐름에 맞춘 ‘셰어하우스’를 다루어 봐도 좋을 것이다.


편집 : 황진우 기자

[이자영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 환경부, 미디어부 이자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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