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를 보니: 2011추석특집] 철지난 특선영화에 짜깁기 예능

이미 한 주가 지났지만 지난 추석연휴기간의 각 지상파 방송사 특집 편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풍성한 한가위’에 영 어울리지 않는 부실한 차림표에 시청자로서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한가위특집’이라고 거창하게 이름만 달았지, 재탕에 짜깁기에 철지난 특선영화에.......도무지 진득하게 시선을 줄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웠다.

진득하니 눈길 줄 프로그램 드물었던 연휴

 ▲ 이름만 '특집'인 추석연휴 지상파방송 편성표.

출연진이 입고 나온 옷만 한복일 뿐 기존 방송과 별로 다를 게 없는 한가위 특집들은 한껏 부풀린 포장에 혹해 선물꾸러미를 풀던 시청자의 손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한가위특집 쇼! 음악중심(MBC)> <한가위특집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3 (MBC)> <한가위특집 세바퀴(MBC)> <한가위특집 해피타임!(MBC)> <추석특집 스타주니어쇼 붕어빵(MBC)> <추석특집 놀라운대회 스타!킹(MBC)> <추석특집 SBS 인기가요> 등등 간판은 화려했다. 문화방송(MBC)는 <뉴스데스크>까지 한가위 특집이라고 명찰을 달았다. 하지만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들이 연휴 중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를 켜는 낮시간대엔 케이블 방송에서 재탕, 삼탕까지 했던 주요 예능프로그램의 짜깁기가 판을 쳤다. MBC의 <무릎팍도사 입담꾼들의 역습(10일)>과 <라디오스타 피로야 가라(11일)>, <세바퀴 종합선물세트(12일)>가 대표적이다. 자사 케이블채널을 통해서도 평상시 수시로 내보내는 간판 예능프로그램의 몇 회분을 주요 내용만 편집해 연속으로 내보냈다. 과연 시청자가 바라는 ‘앙코르’였을까.   

<절정> 등 볼 만한 방송 전진 배치 했더라면 

영화관 말고도 디브이디(DVD)와 인터넷 TV, 케이블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흘러간’ 인기영화를 지상파 방송이 추석특집으로 틀어준 것은 특히 무성의해 보였다. <님은 먼 곳에(MBC)>, <마음이2(KBS2)>, <이끼(KBS2)>, <전우치(SBS)>, <의형제(KBS2)>, <조선명탐정(KBS2)>, <내 사랑 내 곁에(SBS)>, <방가? 방가!(KBS2)> 등은 상영관에서 흥행에 성공한 후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이미 몇 번씩 방영된 것들이다. 대중영화도 제대로 접하기 어렵던 시절에야 명절 연휴 TV특선으로 선보이는 상업영화들이 귀했지만, 채널만 돌리면 영화가 나오는 요즘 이런 편성은 방송사들의 ‘시간 때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관객들을 못 만났지만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귀한’ 영화들을 엄선해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그것이야말로 진짜 ‘특선’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지상파방송에서는 16편의 추석특선영화를 방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연휴 방송 중 그래도 ‘건졌다’고 할 만한 프로그램은 한국방송(KBS) 드라마스페셜 <화평공주 체중감량사>와 MBC 앙코르 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 그리고 MBC 특집극 <절정-시대를 품은 시인, 이육사> 정도였다. 

이 가운데 두 편으로 구성된 <절정>은 한 달 여전 광복절 기획으로 방영한 특집극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희로애락에 가슴 벅차하던 시인이자 일제강점기의 암흑 속 자유를 갈구했던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39년 8개월 짧은 생을 조명했다. 아이돌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김동완과 배우 서현진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시와 드라마를 잘 버무려낸 짜임새 있는 구성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절정>은 광복절 방영 후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재방송 요구가 쇄도했고, 이에 따라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0일 밤 12시 30분부터 1, 2회를 연속 방영했다. 다만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의미 있는 드라마인데도 지나치게 늦은 시간에 배치한 부분은 아쉬움이 컸다. 

▲  MBC 특집극 <절정-시대를 품은 시인, 이육사>.

‘명절에 뭔가 했다’는 표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정말 가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편성이었다면 이런 프로그램들을 황금시간대로 전진 배치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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