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폐업 위기 홍대클럽 도우려 인디뮤지션 137명 공연

▲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 포스터.

장기하와 얼굴들, 장재인, 십센치(10cm)... 요즘 잘 나가는 이들의 공통점은 실력이 탄탄한 홍대클럽 출신 뮤지션이라는 것, 그리고 각각 데뷔시기에 카페 ‘바다비’에서 공연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 동교동의 라이브 음악카페 ‘살롱 바다비’는 매주 목요일 무명음악인들에게 무대를 내주어 ‘신인 뮤지션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난에다 주인의 중병이 겹쳐 폐업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이 무대를 거쳐 간 전현직 인디(독립)밴드들이 ‘바다비를 살리자’며 뭉쳤다.

복합문화공간 '바다비' 살리기에 뮤지션, 클럽 주인들 나서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열하루 일정으로 홍대 인근 10개 클럽에서 번갈아 열리는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에는 크라잉넛, 십센치, 안녕바다 등 인디뮤지션 13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무료로 출연하고, 공연에서 모은 돈은 바다비의 임대료와 주인 우중독보행씨(필명․41․시인)의 치료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공연이 이뤄지는 각 클럽의 대관료는 해당 클럽의 주인들이 부담한다. 
 

▲ 왼쪽은 라이브클럽 ‘살롱 바다비’의 내부. 객석과 무대가 가까워 뮤지션과 관객이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다. 오른쪽은 뇌수술을 받은 '살롱 바다비’주인 우중독보행.

‘바다에 내리는 비’라는 뜻의 라이브클럽 ‘살롱 바다비’는 지난 2004년 우중독보행 시인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음악공연 뿐 아니라 전시, 연극 등 다양한 문화 활동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보증금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뛰고 임대료도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최근 들어선 월 140만 원까지 오르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9월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까지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중독보행 시인이 뇌수막종에 걸려 지난 8월 30일 뇌수술을 받았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인디뮤지션과 인근 음악클럽의 주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우리가 나서서 시인과 바다비를 살리자’는 것.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락 공연, '바다비 네버다이'

▲ 무대에서 열창 중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첫날인 15일부터 공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공연장 중 하나인 ‘브이홀’에는 예매 관객 170여 명, 현장 구매 관객 60여 명 등 230여 명이 빽빽하게 입장해 십센치, 안녕바다, 아이씨사이다, 갤럭시익스프레스, 사비나앤드론즈 등의 공연에 열광했다. 또 ‘바다비’에는 60여 명이 입장해 크라잉넛, 적적해서그런지, 부나비, 피오이(POE), 황보령밴드 등의 공연을 열정적으로 즐겼다.

한국방송(KBS)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밴드>에 출연해 최근 유명해진 ‘아이씨사이다’는 ‘개똥벌레’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소화해 특히 큰 호응을 받았다. 록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보컬 이주현 씨(34)는 “2006년에 바다비에서 공연할 때 주인장님이 옆에서 떡볶이랑 오뎅탕도 끓여주셨는데…”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브이홀’에서 공연을 본 김은희 씨(42・여․경기도 용인시)는 “TV의 가요프로그램들은 상당히 선정적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 어려웠지만 이 공연에 나오는 밴드들은 거칠긴 해도 훨씬 더 재밌고 유익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 유진 양(15)도 “직접 와서 보니 더욱 재밌다”며 “장기하가 공연할 때 다시 오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인 두 아들, 남편과 함께 왔다는 민영지 씨(40・경기도 광명시)는 “바다비 주인이 뇌수술을 받았는지는 몰랐다”며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서유나 씨(20․여․ 경기도 광명시)는 “이런 뜻 깊은 공연에서 좋아하는 밴드를 봐서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박기혁 씨(37․ ‘하이 미스터 메모리’ 가수)는 “이번 공연이 성공한다면 인디문화 살리기의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다비 네버다이’는 오는 25일까지 매일 저녁 7시 반 무렵 홍대앞 두 군데 클럽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는 2만원이다. 예매현황과 출연진명단, 공연실황 등은 바다비 웹사이트(http://cafe.daum.net/badabie, http://www.badabi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 일정표(9월 20일~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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