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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은퇴생활, ‘자연’이 답일까?
[TV를 보니] MBN <나는 자연인이다>
2019년 08월 05일 (월) 11:03:24 김현균 기자 966mhz@hanmail.net

종합편성채널 MBN의 자연 다큐멘터리 <나는 자연인이다>는 2012년 8월 22일 첫 방송을 했다. 2016년 9월부터 이 프로그램은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서 10위 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올 5월 기준, 이 프로그램 선호도는 3위(3.6%)다.

이 프로그램은 40~50대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5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남성은 5%, 50대 남성은 9%의 프로그램 선호도를 보였다. 프로그램에 여성 자연인들도 여럿 출연했기 때문인지 여성들도 2~3%의 선호도를 보인다. 각박한 일상에서 여유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해방감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 프로그램을 보고 은퇴 후 자연 속에서 편안한 노후를 꿈꾸는 중장년층도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오십대 중장년층에게 ‘자연 속에서 산다’는 선택은 쉽지 않다. 프로그램 기획의도는 적은 돈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TV 속 ‘자연인’들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사오십대 귀농인들은 영농활동 어려움으로 ‘농지 및 시설 투자 자금 부족’을 들었다. 40대는 43.1%로 가장 많았고, 50대는 31%로 ‘영농경험 부족’(35.2%) 다음으로 많았다. 농업만으로 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아 귀농인의 45.3%는 농업 이외 경제활동에 참여했다. 그 이유로는 ‘농업소득이 적어서’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72.9%로 압도적이었다.

충분한 준비 없는 귀농이 초래하는 위험은 이미 다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됐다. 그런데도 <나는 자연인이다>는 사오십대 중장년층에게 자연 속 삶인 귀농을 꿈꾸게 한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해도 괜찮을까?

‘자연인’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선배들

프로그램에서 주목해볼 것은 출연진 나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MC 이승윤과 윤택은 주요 시청자들과 나이대가 비슷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연인’은 보통 오십대 후반부터 육칠십대로 시청자 자신과 나이가 같거나 더 많은, 몇 년 앞서 인생을 경험한 선배들이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이승윤과 윤택이 자연 속에 사는 자연인의 삶을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다. 자연인들은 악화된 건강을 돌보거나, 사업실패에 따른 좌절을 극복하고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산골로, 섬으로 들어가 은퇴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메조미디어 2018년 ‘타깃 오디언스 리포트’에 의하면, 오십대의 관심사 1위는 건강, 2위는 노후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매회 자연인이 사는 자연 풍경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자연인들의 식생활, 주거생활, 여가생활을 조명한다. 자연인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건강을 되찾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연인을 그들보다 앞서 건강 문제, 노후 문제를 해결한 멘토로 인식하게 된다. 시청자는 이승윤이나 윤택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연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가진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 <나는 자연인이다> 351화 자연인 이선강 씨와 MC 이승윤. 시청자들은 MC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연인에게 건강문제, 노후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배워나간다. Ⓒ MBN

적은 비용으로 편안한 은퇴 생활?

건강문제와 노후문제는 돈이 충분하다면 현대생활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금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18년에 나온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연령층이 은퇴 이후 필요한 자산은 4억~6억5천만 원 수준이다. 중산층과 하위층의 필요 노후자산은 각각 5억 원과 4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실제 노후준비자산은 중산층이 3억 원, 하위층이 8천만 원에 불과하다. ‘나는 자연인이다’ 주요 시청자 대부분은 그들의 경제력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건강과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

   
▲ 342화 자연인 김경자 씨가 직접 지은 집. 자연인은 설계부터 건축까지 스스로 했다고 한다. Ⓒ MBN

이런 상황에서 자연인의 삶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행복한 은퇴생활을 보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 자연인들은 자신이 사는 집을 주변의 재료를 활용해 만든다. 식사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해결한다. 혼자 살 때 가장 큰 문제인 외로움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가생활을 하면서 이겨낸다. 자연인들은 자기만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351화 자연인 이선강 씨는 몸을 단련하거나 트럼펫을 연주한다. 342화 자연인 김경자 씨는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기타를 시작했다.

자연인들의 자연 속 삶을 프로그램은 차분하게 그려낸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복잡하지 않고, 자연인의 삶을 묘사할 때 흐르는 음악은 차분한 클래식이거나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7080 음악이다. 프로그램에서 자연인들은 과거의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말고는 대부분 웃는 표정을 짓는다. 자연인들이 그들의 삶으로 보여주는 소박한 은퇴생활은 그것을 보는 시청자에게 자신도 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시청자의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 343화 자연인 김형태 씨가 만들고 있는 ‘감로수’. 그는 이것으로 몸의 알코올을 해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MBN

그러나 시청자들의 희망처럼 ‘자연 속 삶’이 건강과 안락한 은퇴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연인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보편적인 효과가 의심되는 유사의학인 경우가 많다. 343회 자연인 김형태 씨가 주변 풀과 나무를 이용해 만드는 ‘감로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감로수’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사의학적 방법들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잘못 시도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방법에 관해 MC들은 완전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다소 거부감을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 자연인의 주장을 존중하고 그들의 방법을 따라 해본다.

자연인들이 사는 터전 역시 아무런 절차 없이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주변 재료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그것을 세울 땅은 있어야 한다. 약초나 나물 등을 캐는 것도 땅을 갖고 있거나 땅 주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병에 취약한 중장년층이지만, 가까운 곳에 의료기관도 없다. 산중생활만으로는 수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프로그램에서 제기되지 않는다.

미학자 블로흐는 ‘미학적 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주체가 대상에 대해 가지는 심리적 거리를 말한다. 미적 관조의 대상과 감상자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즉 실제적 욕구나 목적으로부터 대상을 분리함으로써 미학적 거리가 얻어진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연인들의 삶은 그들의 ‘실제 삶’과 분리되어 있다. 시청자들은 실제 모습과 분리된 자연인의 모습을 보고 미학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블로흐가 말한 ‘거리’ 또는 ‘분리’는 예술의 감상에 필수적인 ‘관조’의 태도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관조의 태도로 자연인을 바라보게 한다. 자연이나 농촌을 대상으로 하거나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일관되게 보이는 자세다. 프로그램 속 자연인들처럼 우리도 희망과 낭만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편안한 은퇴생활을 즐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편집 : 정재원 기자

[김현균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김현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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