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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남아 혈세 줄줄, 쌀 모자라 성노예
[리포트] 대북 쌀 지원
2019년 06월 03일 (월) 00:23:13 최유진 홍석희 기자 gksmf2333@gmail.com

쌀 남아 혈세 줄줄, 쌀 모자라 성노예

<앵커>

(김유경) 80년대까지만 해도 ‘쌀밥’은 남한에서 넉넉한 국민 살림살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북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쌀밥에 고깃국’을 국정 목표로 삼기도 했고요.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남한은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느라 연간 수천 억원의 혈세가 줄줄 새 나갑니다. 북한은 쌀이 모자라 굶어 죽지 않으려 탈북하는 여성들이 성노예로까지 팔린다고 합니다. 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민족의 엇갈리는 운명, 남북이 지혜롭게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최유진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 중국서 17만원 성노예로 ‘탈북’

경춘선 김유정역을 나와 4백여m 걸으면 김유정문학촌이 펼쳐집니다. 김유정의 등단작이 1935년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 <소낙비>입니다.

가난에 시달리다 야반도주한 소낙비 주인공 춘호와 아내. 춘호는 먹고 살 방도가 없자 돈을 벌어 오라며 아내를 때려 내보냅니다. 동네 부자 이주사에게 2원을 받고 몸 파는 것이 아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돈벌이였습니다. 구타 속에 생존을 위해 몸 파는 여성, 단순히 일제강점기 소설 속 허구일 뿐일까요?

김유정의 소낙비 속 춘호 아내는 80여년 뒤 오늘날 북한을 탈출한 여인의 복선이었습니다. 탈북 여성 50명 중 60%가 중국에서 성매매 피해를 겪었다는 영국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우리 돈 5100원에 탈북 여성이 몸을 팔고, 단돈 17만원에 아예 성노예로 팔립니다. 탈북자를 인신매매하는 중국 시장은 1250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 북한, 10년 만 최악의 식량난

지난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북한 식량안보 평가’자룝니다. 북한 인구의 40%인 1천1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립니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은 고작 417만t으로 추정됩니다. 10년 만에 최악의 흉작이던 지난해 470만t보다도 적습니다. 하지만, 올해 북한에서 필요한 식량은 무려 576만t. 예정된 수입량 20만t과 국제기구 지원 2만1200t을 더해도 136만t이 모자랍니다. 그러다 보니 배급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북한의 1인당 하루 식량 배급은 300g으로 지난해 550g보다 22%나 감소했습니다. 굶어 죽기 직전 탈북해 보지만, 결과는 앞서 본대로 여성들의 성노예 전락입니다. 1990년대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가 재현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권태진 GS&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연구원장

“금년 2월에 UN 북한 김성 대사가 국제 사회에 식량이 올해 부족하다 도와 달라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배급제도가 상당히 무너졌어요. 지금은 완전히 셧다운 됐죠, 수출을 못 하기 때문에. 제대로 기업 활동이 안 되는 기업들은 종업원에게 배급을 못 줌으로 굉장히 타격을 받게 되고, 100만t이 부족해도 실제 50만t은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시장 메커니즘으로도 커버가 안 되는 것들이라고 보는데 그 부분은 전혀 대책이 없는 거죠. 그 충격은 부자들에게는 가지 않습니다. 권력계층에는 가지 않습니다. 대책이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

# 한미,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에 공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지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량 지원이 이뤄진다면 시기는 6~8월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북한에 쌀을 지원하면 군량미로 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북 지원 쌀은 오래 보관하기 어려워 군량미 보관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 남아도는 쌀, 보관료만 연 4천억원 낭비 

현재 전국에 정부가 관리하는 양곡 보관창고는 3천900여 곳.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쌀 재고는 이달 기준 130만t에 이릅니다. 이를 보관하는 연간비용만 해도 1만t당 37억원, 모두 4800억원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보관료가 3천억을 넘어선 데 이어 1800억원이나 더 많은 예산이 새 나갑니다. 더욱이 이렇게 예산을 잡아먹는 쌀은 결국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료용으로 공급합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사료용으로 공급한 쌀은 101만t. 올해도 40만t의 쌀이 가축 사료로 나갈 예정입니다.

미곡종합처리장 RPC와 쌀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은 더 답답합니다. 한 쌀 가공 공장에 나와 있는데요. 공공비축미를 사들여 가공하는 곳입니다. 정부 대신 쌀을 보관하면서도 비용 한 푼 지원받지 못합니다.

인터뷰) 제천쌀연구회영농조합법인 원만희 회장

“17년도 같은 경우는 13만원 밖에 안 가니까 우리도 벼를 축적해뒀다가 하루 500t을 소 사료용으로 판 적이 있어. 가슴이 아프지. 사람이 먹으려고 했다가 잉여 농산물이 돼가지고 천대를 받으니까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 불 확 싸지르고 싶더라고, 그래도 어떡해. 농민들은 농사에 자꾸 흥미를 잃어가고 고령화되는데 대북지원 같은 거 해서 생산량이 가을에 타작 많이 하고 현찰 줄 수 있다면 박수치고 환영할 일이지.”

“도정을 해서 수분이 15%를 넘어가면 활동을 해요. 도정 후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외부기온이 20도가 넘어가면 산화해버린다고... 순수한 쌀은 두세 달 넘어가면 시퍼렇게 돼서 먹을 수 없게 돼버린다. 요즘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주민들 준다면 두세 달을 못 넘어가니 그런 전쟁용, 군사용으로 보관된다는 염려는 안 해도 되지.”

# 대북 쌀 지원 ‘손해’ 아닌 ‘이득’ 

2018년 쌀값이 전년에 비해 오르자, 북한을 탓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정부가 비축해 둔 쌀을 북한으로 보냈기 때문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는데요. 북한에 처음 쌀을 지원한 것은 1995년, 그해 15만 톤을 제공했습니다. 2002년 40만 톤, 2003부터 2007년까지는 해마다 10~40만 톤 정도를 지원했는데요. 2010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수해가 났을 당시 5000톤을 지원한 이후 끊겼습니다. 정부 비축미를 비공식적으로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대북 식량 지원이 ‘일석사조’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량난에 처한 동포를 돕고, 관리비용을 절감하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도주의적 의무를 다하고, 대화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대북 지원을 ‘퍼주기’라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는데요. 조 정책위의장은 쌀 “29만5천t을 지원하면 약 1천100억원이 관리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습니다.

# 북은 쌀 없어 ‘성노예’, 남은 쌀 넘쳐 ‘개 사료’

남한에서 쌀은 예산을 갉아먹다 가축 사료로 쓰입니다. 굶주림에 시달린 북한 주민 일부는 타국에서 성노예가 돼서야 쌀밥을 먹습니다. 남한에서 천대받는 쌀은 타국에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과거 서독은 동독과 정치적 논쟁을 벌이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73년부터 1990년 통일까지 18년간 서독은 동독에 574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동방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 동·서독 화해와 통일을 일궈낸 겁니다. 인도주의에 입각해 ‘식량 정의’를 실현할 때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의 길이 열립니다. 단비뉴스 최유진입니다.

(영상취재 : 최유진, 홍석희 / 편집 : 최유진 / 앵커 : 김유경)


편집 : 임지윤 기자

[최유진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전략기획팀 최유진입니다.
해야 할 말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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