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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같았으나 끝은 달랐다
[미디어비평] TV조선 대 JTBC, ‘이미선 청문회 보도’
2019년 04월 22일 (월) 21:07:57 이신의 PD tion1469@naver.com
   
▲ 이신의 PD

4월 10일부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헌법재판관이라는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불법 주식 의혹’은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위 공직자 청문회라는 막중한 업무에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 ‘10일, 인사청문회 당일’, ‘15일, 야당의 이미선 후보자 고발’, ‘19일, 청와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주요사건 발생 순서대로 JTBC ‘뉴스룸’과 TV조선 ‘뉴스9’ 보도 프레임과 프라이밍을 비교 분석했다.

4.10일 청문회: 부적격 프레임 일색, TV조선 30 ··· JTBC 18

TV조선은 7분을 할애해 이미선 후보자 청문회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TV조선 보도에서 언급한 정보 30가지 모두가 ‘부적격’ 프레임이었다. JTBC 보도에서 언급한 18가지 정보 역시 모두 ‘부적격’ 프레임이었다. 청문회 당일, 여야 모두 이 후보자의 주식에 의혹을 품었고, 언론사는 이를 검증하지 않은 채 여야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했다.

의미있는 차이는 이미선 후보자 청문회 보도 다음에 배치된 보도 내용이다. TV조선은 청문회 보도 이후 1분 50초 분량으로 ‘일본 대사관 신축 포기’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강조한 프레임은 ‘한일관계 최악’이다. 헌법재판관 후보 부적격 프레임에 이어 한일관계 악화 보도는 ‘정부의 무능’을 강조하는 프라이밍 효과를 낳는다. 

   
▲ 지난 10일, 15일, 19일 JTBC ‘뉴스룸’과 TV조선 ‘뉴스9’에 보도된 ‘이미선 프레임’을 분류한 도표. 왼쪽이 JTBC, 오른쪽은 TV조선. © 이신의

반면 JTBC는 청문회 보도 이후 7분 동안 ‘대통령 관련 가짜뉴스 강력대응 예고한 청와대’를 집중 보도했다. 단순 보도에 그친 것이 아니다. 일부 유튜버들의 발언이 보수 정치인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치인들의 발언이 정파적 방송으로 다시 환원되면서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과정을 보도했다. 마지막에는 외국 실험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험에 참여한 일반 시민 91%가 최소 1개 이상 가짜뉴스에 속는다는 사례를 통해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JTBC의 가짜뉴스 보도는 이미선 후보자 보도가 4분 30초였다는 걸 고려한다면 프라이밍 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배치로 보인다. 

4.15일 이미선 고발: TV조선, 부적격 여론 부각 ··· JTBC, 균형 보도

1분 40초 동안 TV조선은 이미선 후보와 관련해 적격 1개, 부적격 11개의 정보를 전달했다. 세부 보도 내용에서는 국민의 54.6%가 부적격 응답을 보인 데이터를 사용했다. 부적격이 높게 나온 50~60대와 서울·호남 지역을 세분해 설문 결과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보도 배치는 부적격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8일, ‘이미선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3%’라는 새로운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TV조선은 관련 보도를 한 꼭지도 하지 않았다. 같은 날 JTBC는 새로운 설문 결과를 토대로 ‘달라지는 여론…’을 적격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15일 JTBC는 6분 동안 이미선 후보 의혹과 관련해 집중 보도한다. 총 24개 정보 중 부적격 13개, 적격 11개로 10일 보도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보도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2017년 같은 사례로 자진 사퇴한 ‘이유정 변호사 사건’과 비교 분석한 내용이다. 보도 내용에는 이미선 후보가 관여한 판결과 주식회사의 관계,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받는 의혹과 오 변호사의 변론, 그리고 의혹과 반론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모두 소개한다. 이유정 변호사 사례와 다른 점을 부각해 적격 프레임을 강화하려 한 듯하다.

   
▲ JTBC는 ‘이미선 부부, 검찰·금융위에 고발’…여야 ‘날 선 대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유정 변호사 사건’과 비교해 두 사안이 같지 않음을 부각했다. © JTBC 

프라이밍 효과와 관련해 TV조선은 이미선 보도 이후 ‘김학의 동영상 피해자 검찰 조사’를, JTBC는 ‘분당 차병원 신생아 사망’을 보도해 의미있는 의도를 보이지 않았다.

4.19일 청와대 임명: TV조선, 이념 공세 ··· JTBC, 여성 기대감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미선, 문형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TV조선은 부적격 15개, 적격 2개, 방향 2개, 이념 7개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아래와 같은 앵커 멘트는 TV조선이 바라보는 재판관 자질이 ‘이념 프레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헌법재판소는 이념적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청문보고서조차 채택해주지 않은 재판관이 9명 중 4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어지는 보도는 ‘김순례 3개월 당원권 정지, 김진태 경고’다. 5·18 망언 관련 징계에 여당은 ‘솜방망이 징계’라고 반발하고, 야당은 ‘적절한 징계’라고 옹호한다. TV조선은 징계 대상자들의 망언에 관해 ‘적절한 수준’의 징계라는 반응을 보도하면서 앞선 부적격, 이념 프레임의 프라이밍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 TV조선은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이미선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야당이 ‘좌파독재 마지막 퍼즐’이라고 비판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 <TV조선>

JTBC는 부적격 3개, 적격 2개, 방향 2개, 이념 3개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TV조선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균형 있는 관점을 보였다. 최초로 여성 재판관이 3명이라는 사실에 비중을 둬 여성 관련 진보적 판결을 기대했다. 이어서 ‘박근혜 형 집행정지, 법 절차 아닌 정치로 풀자?’를 보도했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촛불 재판이거든요, 정치 재판이지 법리적인 재판이 아닙니다”라는 주장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균형적 보도 이후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는 야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도해 ‘야당의 비합리성’이라는 프라이밍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이념만 부각된 이미선 청문회 보도

헌법재판소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한다면, 재판관 임명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여야의 정치적 이해에 치중하고, 이념적 프레임을 강조한 보도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TV조선은 19일, 이미선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찬반이 명확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립하는 사건에 보수정권과 반대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념 대립을 부추길 뿐이다. 

한편 두 언론은 후보자 부부의 ‘주식 의혹’에만 치우쳐 이미선 후보의 과거 재판 내용과 전문성은 보도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 공방을 비판과 새로운 관점 없이 보도한 것이다. JTBC는 펙트체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TV조선은 야당의 대변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JTBC는 재판관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관련 진보적 판결을 기대한다는 보도와 이미선 후보 의혹과 관련한 펙트체크를 제외하고는 이미선 후보에 대한 다각적 검증을 하지 않았다. TV조선은 부적격 프레임을 일관되게 유지했고, 이미선 후보자 임명 후에는 노골적인 이념 프레임을 드러냈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전문화하는 시대에 시청자들은 단순 펙트체크를 넘어 다층적 접근을, 이념 프레임을 넘어 합리적 갈등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을 기다린다. 


편집 : 신수용 기자

[이신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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