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취업정보] ‘스펙 대신 능력 평가’ 취지 불구 비판 시선도

‘나는 가수다’를 포함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기자와 피디(PD)를 뽑는 언론사 채용에도 서바이벌 형식이 도입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 등을 운영하는 한경미디어그룹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신문기자와 방송기자를 뽑는 서바이벌 전형 ‘나는 기자다’의 서류지원을 받는다. 이에 앞서 씨제이(CJ)미디어 계열의 게임전문채널 <온게임넷>은 지난달 1일부터 영화 및 뮤직비디오 감독과 피디를 서바이벌 형식으로 선발하는 ‘디렉터스’의 서류 및 UCC(사용자제작콘텐츠)접수를 시작, 9일 마감했다.

스펙보다 기자로서 문제의식과 기사작성 능력에 초점

 ▲ 한경미디어그룹의 '나는 기자다 2011'. ⓒ 한경미디어그룹 홈페이지.

대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나는 기자다’의 예선에서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와 본인이 작성한 기사나 동영상(방송기자)을 평가해 50명 정도의 본선진출자를 가릴 방침이다. 기사 또는 동영상은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나 이미 언론에 공개된 기사는 제외된다. 

본선대회는 10월부터 11월 초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본선 참여자들은 큰 범위로 제시된 주제에 대해 열흘 동안 자유롭게 취재한 뒤 기사나 동영상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동영상은 스마트폰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각 경연마다 일정 인원을 탈락시켜 10명쯤이 결선에 진출하며, 11월 중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 사옥에서 진행되는 결선에서는 최종적으로 5명을 선발할 방침이다. 이들은 한경미디어그룹의 수습기자로 채용된다.

결선에서 탈락한 응시자는 연말에 실시되는 한경미디어그룹의 일반 공채에 지원하는 경우 서류 및 필기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한경미디어그룹 채용 담당자는 “화려한 스펙(학력 등 조건) 대신 기자로서의 문제의식과 기사작성 능력에 초점을 맞춰 진짜 기자가 될 만한 역량 있는 사람을 뽑아보자는 것이 서바이벌 전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디렉터스',  개인뿐 아니라 팀으로도 참여 가능

 ▲ <온게임넷>의 '디렉터스'. ⓒ <온게임넷> 홈페이지.

총 상금 2000만 원을 걸고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하는 ‘디렉터스’는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다. ‘디렉터스’ 연출을 맡은 <온게임넷>의 박대승 피디는 “지원자 중에는 장애인도 있고 노인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며 “연령과 직업에 따라 제작 능력에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특혜나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연에는 개인은 물론 팀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데 중간에 개인에서 팀으로, 혹은 팀에서 개인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박 피디는 “방송제작은 무엇보다 팀웍이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서바이벌과 달리 개인이 아닌 팀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디렉터스’는 예선 접수마감 하루 전인 지난 8일 현재 UCC 400여 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마감까지 지원한 팀 중 1차로 50개 팀을 뽑고, 예선 2차에서 질의 응답식 면접을 통해 16개 팀을 추려낼 방침이다. 이어 예선 마지막으로 1박 2일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미션 경쟁을 통해 본선에 진출할 8개 팀을 선발한다. 촬영 및 편집 장비, 제작비 등은 방송국에서 제공한다.

본선에 진출한 8개 팀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해 파이널(결선)에 진출할 두 팀을 정하고 파이널에서 우승팀을 가린다. 최종 우승한 팀은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한 <온게임넷> 인턴사원으로 채용된다. ‘디렉터스’는 오는 10월 15일 <온게임넷>을 통해 첫 방송되며 20일부터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 주상돈

한편 이 같은 서바이벌 방식의 채용에 대해 예비언론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문기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곽 모(29)씨는 ‘나는 기자다’에 대해 “본선진출자에게 주는 갤럭시탭이 탐난다”고 웃으면서 “이미 대부분의 채용과정이 각 단계마다 일부를 떨어트리는 일종의 서바이벌인 셈인데, 스펙이 부족하지만 실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년간 언론사 입사를 준비해왔다는 민 모(26)씨는 “나가수를 따라한 이름부터 식상하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회사는 관심을 끌고 이름을 더 알리겠지만 드러내 놓고 경쟁해야 하는 지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비판적 시각에 대해 한경미디어그룹 관계자는 “일부 서바이벌 프로가 절박한 취업희망자를 쇼 출연자 수준으로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상업적으로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진짜 기자를 뽑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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