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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커넥션’과 새로운 ‘만남’
[상상사전] ‘연결’
2019년 03월 25일 (월) 22:23:04 배지현 jihyeon98xoxo@gmail.com
   
▲ 배지현

검색창에 ‘연결’이라는 단어를 입력해보았다. 결과는, ‘사물과 사물 또는 현상과 현상이 서로 이어지거나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었다. 연결, 곧 타인과 관계 맺기는 우리 사회를 이루는 바탕 시스템이기도 하다. 공동체주의자 매킨타이어는 ‘나는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딸 또는 사촌이고...’로 시작되는 긴 구절로 개인들의 연결된 정체성을 설명한다. 연결 없이는 개인도,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연결’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 ‘connection’을 우리말 ‘커넥션’으로 바꿔 검색하면 요상한 결과가 나타난다. ‘검은 커넥션’, ‘커넥션 의혹’, ‘웹하드 커넥션’ 등 온갖 부정적 사건을 설명하는 단어로 둔갑하는 것이다.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우리 사회의 온갖 ‘부정적인 연결’들이 ‘커넥션’이라는 단어의 의미망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영어 단어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각종 ‘커넥션’들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권력과 권력, 또는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내는 이 불쾌한 연결은 청춘을 절망시키고,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 강원랜드와 우리은행의 취업비리사건, 정치인들의 취업청탁 사건에도 그들 사이의 커넥션이 작동했다. 국민들은 사안을 조사하고 합당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너도 조사받으면 나도 받겠다’며 정당 사이에 거래를 시도하며 감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단언이 무색해진 것이다.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배경에도 박정희-최태민 시절부터 이어져온 커넥션이 깔려있었다. ⓒ '김진의 돌직구 쇼'

커넥션이 민주주의를 무력화하고, 헌법을 유린한 경험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배경에도 박정희-최태민 시절부터 이어져온 커넥션이 깔려있었다. 이를 밝혀내고, 단죄하고, 바로잡기까지 국민들은 너무나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영하의 날씨에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이 외침은 사회에 만연한 검은 커넥션들을 단죄하고 단절하라는 외침이기도 했다. 

결국 촛불은 정권을 교체해냈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외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우리 사회 ‘커넥션’의 끝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집권 초기 적폐청산 의지를 천명한 것에 견주어, 실제 사회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이전 정권들과 현 사회의 '커넥션‘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국회 의석 분포를 비롯한 현실정치의 한계 때문에 개혁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즉각 개혁을 원했던 지지층에는 실망스런 추이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군부 독재 이후 첫 민주정부가 탄생하면서 YS 역시 군부 적폐 청산을 천명했다. 집권 초기 5공청문회를 진행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구속시키지만,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정권 이양기에 화합을 명분으로 이들을 사면해준다. 이런 정치적 결정은 두고두고 우리 정치가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까지도 전두환의 추징금은 절반밖에 걷히지 않았는데 그의 부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남편을 칭송하는가 하면 전두환을 영웅시하는 지만원 같은 부류도 생겼다. 역사의 전환기에는 단호함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왕의 목을 날림으로써 권력자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민주주의의 전통을 세웠다. ‘5.18 망언’도 불철저한 관계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권기간의 반을 지나면서 문재인 정권의 기조가 ‘적폐청산’에서 ‘경제’로 이동한 듯하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순환하기 마련인 경기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어두운 커넥션을 끊어내는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지 않으면 조직 전체를 썩게 만든다는 점을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3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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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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