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9.10.14 월
> 뉴스 > 연재물 > 두런두런경제
     
기부에 앞서야 할 부유층 ‘책임 납세’
미국 유럽의 자발적 부자증세 요구, 한국에는 왜 없나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고광철의 생생토크
2011년 09월 04일 (일) 18:13:39 정혜정 기자 smse7728@naver.com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는 막판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한주였습니다.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는 첫째 주,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고광철 소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와 함께 국내외 경제를 진단해보겠습니다. 이번 주에 귀를 솔깃하게 한 뉴스 중 하나가 미국, 프랑스를 거쳐 독일 부자들에게까지 세금을 더 내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건데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나라경제를 솔선해서 책임지겠다는 부자들의 행렬이 미국과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에도 이야기 나눈 적이 있지만,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이 “나 같은 수퍼리치(거부)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라”고 요구한데 이어서 로레알 화장품 소유주 베탕크루를 포함해 프랑스 거부들도 증세를 요구했죠. 이번에 는 독일 부자들도 자신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빈부격차 해소에 쓰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부자들의 ‘증세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자발적 요구에 힘을 받아서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경우는 부유세 성격의 부자 증세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의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것은 재정을 긴축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더 어려운 처지에 빠뜨리고 경제 사회의 불안을 높이는 게 결국 부자들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영국이나 그리스, 스페인에서 일어난 청년폭동이 생생한 경고가 됐다는 분석도 있고요. 증세를 요구하는 부자들이 한 얘기를 되새겨볼 만 합니다. “재정긴축으로 가난한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위기극복 방안이 아니다”, “몇 퍼센트의 세금을 더 낸다고 해서 부자가 가난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더 낸 세금이 국가부채 탕감에 쓰인다면 모두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다”, “특권 계층이 국가가 안고 있는 어려움을 좀 더 떠안아야 공정한 사회다”.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복지를 늘리는 것은 포퓰리즘’이고 ‘부자들의 세금을 더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인과 부자들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줬으면 합니다.

기업인 기부, 억지 참여 아닌 자발적 문화로 자리잡아야

박: 고 위원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인들의 개인 기부 발표가 나오고 있죠? 
 
고광철(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장): 네, 얼마 전 정몽준 의원이 개인 돈으로 2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5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이 소식에 자극을 받아서 기부 행렬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부자들의 사회 기여, 국가부채를 줄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사회 공헌적인 생각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국민들도 바라고 있고요. 하지만 한 가지 주의를 기울인다면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주위의 기대나 강요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한 자발적 기부가 문화나 관습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겠습니다. ‘포퓰리즘’에 의한 압박 차원에서 부자들의 기부를 몰고 가는 듯한 사회 분위기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부자들이 스스로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
최근 부자들의 개인적인 기부를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고 해서, 우리 기업들도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죠. 그런데 그 전에 우리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때,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회의 ‘선량한 기업 시민’으로서 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쪽으로 탈세를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기부를 한다면 이것은 위선이죠. 우선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노동자나 협력업체나 소비자, 지역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정당한 몫을 나누는 것을 기본을 하면서 , 선의에서 우러나는 자발적 기부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인들과 부자들을 존경하게 될 것 같습니다.

박: 저는 기부에 대해서는 두말 할 것 없이 ‘잘했다’고 평가하고 싶고요.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에 의해 세금을 더 부담하자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혹시 시스템 개선에 대한 요구를 덮기 위해서 ‘기부가 해결책’이라고 오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오히려 세금을 더 부담하겠다는 선언이 먼저 나온 후에 기부가 이어졌다면 대한민국에서 멋지게 존경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이 방송을 듣고 그런 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박: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아직 안 나왔어요. (웃음) 자, 이번 주 어떤 뉴스에 주목하셨습니까?

   
고:
방금 우리가 얘기한, 확산되는 기업인들의 개인 기부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는 소식과 8월에 급등한 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또 9월 말께로 예상되는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데도 주목했습니다.

제: 저는 조금 전 얘기했던 유럽 부자들의 자발적인 증세요구 확산 소식을 꼽았고요, 국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공생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요란하게 불러 모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는 평가도 나오더군요. 마지막으로, 며칠 전 한국은행법이 개정됐는데요, 한국은행의 금융조사권이 강화됐다는 뉴스입니다. 경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차원에서 의미 있는 뉴스라고 봤습니다.

물가 잡으려면 금리 환율 등 근원적 처방 필요

박: 저는 8월 물가 5% 돌파, 무역흑자 8억 달러 축소, 그리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박태규씨 체포가 미칠 여파 등에 주목했습니다. 먼저 물가이야기 안할 수가 없네요. 고 위원님, 정부의 물가 전망치가 4.0%였잖습니까? 언뜻 생각하면 4.0%나 5.0%나 뭐 그리 다르냐고 할 수 있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고: 물가안정의 최종 책임을 지는 곳이 현재 법적으로는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이 물가안정이죠. 한국은행은 연초에 물가관리목표를 발표하는데 올해가 2.0~4.0%였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계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4%대를 기록하다 8월엔 5.3%로 뛰었습니다. 2008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죠. 사실 5.3%라는 것이 목표 4.0%에서 훨씬 초과했지만 일반 서민들이 보기에는 피부에 와 닿지도 않습니다. 실제 시장에 가보면 30~40%, 2~3배 오른 것이 있기 때문이죠.

제: 그렇죠. 이 물가지수 안에는 평소에 가격변동이 없는 항목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평균이 낮게 나온 것이지, 실제로는 굉장히 많이 오른 것들이 많습니다.

고: 네, 어쨌든 통계 숫자로만 봐도 이미 관리목표선을 뛰어넘었고, 3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는 것,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박: 제 교수님, 물가 상승률을 품목별로 보면 어떻습니까?

   
제:
네, 저도 주부입장에서 재래시장, 마트, 백화점 식품코너 등 골고루 다니며 장을 봅니다만 역시 주부들이 가장 걱정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두드러지게 올랐습니다. 통계청에서 나온 숫자는 농산물 15.6%, 축산물 9.2%, 수산물 10.3% 등지만 이것은 평균이고요, 어떤 품목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서 50%가 오르기도 하고, 2배 가격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매일 식탁에 올려야 하는 먹거리일 때, 주부들은 근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오지 않습니까? 평소에는 아끼더라도 추석 때는 장만해야만 하는 품목들이 있는데 차례상 차리는 비용 또한 앞으로 꽤 오를 것 같습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전세가격도 전년대비 5.1%가 올라서, 2003년 3월 이후 최고의 증가율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평균이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몇 천 만원씩 올려달라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도시가스가 10.4% 올랐고 시내버스료도 5.6% 올랐는데, 이동전화통화료가 1.6% 내린 것이 유일한 위안입니다. 내리는 것은 쥐꼬리만큼 내리고 오르는 것은 너무 겁 없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살림살이를 꾸리는데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게 최근 물가 상황입니다.

박: 네, 또 중요한 것이 근원물가인데요. 변동 폭이 큰 식품, 연료비는 그렇다고 해도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것이 갖는 의미도 크죠?

고: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의 가격변동을 보는 것입니다. 농산물 가격은 이상기온 등으로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고, 석유류 가격은 국제정세와 변화 등에 따라 진폭이 크기 때문에 이를 빼고 물가변동을 측정하는 것이죠. 그런 근원물가가 4%나 오른 것입니다. 이 얘기는 지금의 물가상승이 일시적 기후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쉽게 꺾이기는 어려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율, 금리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원물가는 특히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박:
그동안 ‘50개 품목 집중관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물가카드를 썼는데요, 다이어트에 관련한 모든 약을 가져다 썼는데 정작 밥을 안 줄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부 물가대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습니까?

제: 박 원장님의 ‘다이어트 비유’가 적절했다고 봅니다. 저는 목욕탕에 비유하고 싶은데요, 목욕물이 콸콸 넘칠 때, 안 넘치게 하려면 일단 수도꼭지를 잠가야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도꼭지는 가만히 두고 바가지로 한두 바가지씩 퍼낸다면 안 넘칠 수가 없는 것이죠. 우리가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를 살리겠다고 초저금리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정상화해서 이것을 걷어 들여야 하는 데 제 때 안 했습니다. 그래서 돈이 넘치다보니 물가를 밀어 올려서 근원인플레이션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또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환율 정책을 폈고, 그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높게 형성된 것 또한 물가불안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통화‧환율정책에서 수도꼭지를 계속 열어놓은 채 ‘기름값을 낮춘다’,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한다’, ‘설렁탕집의 담합을 잡겠다’는 등의 개별정책으로 아무리 애를 써봐야  바가지로 퍼내는 수준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근원적인 처방 없이 지엽적인 데 매달린 것이 물가정책 실패를 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유통구조혁신과 수급불안 품목의 공급 확대와 같은 말이 요즘 자주 나오고 있는데요, 쓸 만한 대책이 있습니까?

고: 사실 정부로서도 지난 8월 물가 상승은 불가항력이었죠. 이상기온과 원자재가격 상승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것, 일견 이해할 만합니다. 유통구조혁신 하겠다는 말은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가 밝힌 대로 유통구조가 개선됐다면 우리나라는 최첨단의 유통구조가 마련됐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강압적으로 모든 품목의 가격을 누를 수도 없는 거고요. 실제로 기름값을 강압적으로 내려봤잖습니까? 3개월 정도 내려봤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올라갔죠.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추석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많은 품목들에 대해서 비축물량을 조속히 풀고 대체재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관세를 낮추는 정책을 연장하는 등 일시적인 공급부족을 해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환율과 금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경제적으로 논쟁이 많은 사안이지만 심각하게 논의해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 제 교수님, 이 와중에 세계 경제가 계속 침체된다면 물가상승 속의 경기둔화,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수도 있는데요. 어떤 대책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물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통구조개선, 담합규제, 수입량조절 등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 쪽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하고요.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역시 금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하고 미국도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불안한 상황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릴 여력이 아직은 있다고 생각하고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을 때, 서둘러 조금씩 올려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외부의 위기가 가시화하는 경우 금리를 내려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현재의 물가불안에 대한 처방이 되는 동시에, 앞으로의 경제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라는 의견입니다. 좀 전에 스태그플레이션 얘기를 하셨는데, 지금 이미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전조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의 양’, 즉 성장률 퍼센테이지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신경 쓰지 말고, 목표 선은 낮게 가져가면서 ‘성장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분배를 개선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데 눈을 돌리는 것, 즉 ‘성장의 질’ 쪽으로 고민을 옮겨가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기능 추가하고 공동조사권 강화

박: 두 번째 뉴스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입니다. 일단 뉴스 내용부터 정리해 볼까요.

제: 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통해서 물가안정을 이루는 걸 목적으로 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죠. 이번에 법개정을 통해서 물가안정이라는 고유의 목적에 금융안정이라는 목적을 추가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의 건전성을 높여서 위기를 예방하는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이를 법에 반영한 것입니다. 또 금융안정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조사권한을 더 강화시켜주는 것이 법에 반영됐습니다. 이전에도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은행에 대한 조사를 할 수는 있었는데, 한국은행이 공동조사를 요청해도 금융감독원이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요청할 경우 한 달 내에 금감원이 지체 없이 응하도록 못을 박았습니다. 한국은행은 당초에 단독으로도 은행을 검사할 수 있는 단독조사권을 요구했으나 워낙 반발이 심해서 포기하고 공동조사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타협한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은행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 회사들에 대해서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종합하면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의 위상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수단을 부여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박: 고 위원님, 이렇게 되면 상전이 둘이 되니까 은행권은 당연히 떨떠름할 것 같은데, 이것이 금융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
방금 제 교수께서 말씀하신 한국은행법 개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인 2년 전입니다.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자’, ‘한국은행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출발을 했죠. 사실 한국은행과 정부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양상으로 2년 간 질질 끌어왔는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갑자기 통과된 거죠. ‘금융감독원에 조사권을 다 줬더니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문제가 생겼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있겠느냐’하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된 영향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에 있어서 중앙은행의 기능이 강화되는 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이 흐름을 반영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금융감독원에 모든 권한을 다 준 것이 문제가 돼 권한을 분산시킨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의 부패와 감독원의 실수가 스스로 권한 약화를 초래한 것이죠. 문제는 은행권입니다. 공동검사를 한다는 것은 은행권에 시어머니가 1명 더 생긴 것입니다. 은행들은 한 군데 더 나와서 따지면 문제가 많아진다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으로 검사를 하더라도 누가 주가 되고 부가 되는지 서로 결정을 하고 서로 집중할 것을 나누면 됩니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차원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죠. 금융회사들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를 잘 감시감독하되, 소비자들이 영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겠다는 차원에서 양 기관이 합의한다면 은행권의 불만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명성과 단호함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 단행해야

박: 다음은 고 위원님께서 꼽아주신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또 한 차례 태풍이 불어올 것 같죠?

고: 금융감독위원회가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생존이냐 퇴출이냐 하는 결정이 이번 달 말에 내려집니다. 한차례 태풍이 불 수 밖에 없는데요, 경영진단결과를 가지고 구조조정을 할 때 금융위원회가 과거와 같은 불신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제: 구조조정에 있어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두 가지 원칙은 투명성과 단호함입니다. 살려줄 저축은행과 퇴출시킬 저축은행을 결정할 때 분명한 원칙이 공표되어야 하고, 그 원칙에 의거해서 정확하게 결정이 내려지는 지 밖에서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많은 금융회사들이 퇴출됐는데, 그 과정에서 정치인, 관료 등 온갖 힘 있는 사람들이 관련 있는 금융회사를 위해 로비를 엄청나게 했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이 왜곡됐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죠. 만약 이번에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낳을 것입니다. 단호함이라는 부분은 적당히 지원해서 살려주는 방향이 아니라 대주주의 비리와 불법행위 등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등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을 초월하는 구제책은 곤란하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주려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 지금 제 교수님도 말씀했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필요성은 굉장히 높은데 법적 테두리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자본주의의 근본정신이 준법인데, 법을 초월해서는 안 되죠. 예를 들어 (저축은행 투자자들이 사들인) 후순위채 같은 경우는 원래 예금보장이 안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잘 모르고 산분들은 정말 억울할 것입니다. 후순위채가 지급보장이 안 된다는 설명을 못 들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법을 고치면서까지 이런 분들을 구제한다면 몇 백 명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경제 전체의 근본 체제와 질서를 깨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박: 참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하는 이슈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 같습니다. 오늘도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9월 3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혜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발행인: 이봉수|편집인: 김문환|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