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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토지공개념이 필요한 시간
[단비발언대]
2019년 02월 18일 (월) 20:12:11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 윤종훈 기자

곧 취업을 해야 하고 언젠가 결혼도 해야 하는 나는 부동산 얘기가 나오면 걱정이 앞선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관심 없는 문제였다. 공부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월급 받는 직장에 들어가면 몇 년 안에 집을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 시절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귓등으로 들었다.

방값 때문에 공부 전념 어려운 대학생들

대학에 들어가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현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 학점 순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에서 성적이 나빠 나와야 했던 친구는 ‘왕복 5시간 통학’과 ‘비싼 방값’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다른 친구와 작은 원룸을 나눠 쓰는 선택을 했다. 그의 방에 놀러 갔을 때, 가구도 별로 없는데 둘이 눕기에 비좁아 보이는 공간이 안쓰러웠다. 그는 부모님께 부담을 더 드리게 돼 미안하다며 당구장, PC방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성적을 올려야 하는데, 전보다 공부하기 더 어려운 형편이 됐다. 3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따뜻한 밥 먹으며 학교 다니던 나는 왠지 죄스러운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 처지도 그 친구와 딱히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금은 대학원 기숙사 비용을 장학금으로 지원받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 취업하면 월급에서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방값 때문에 허덕이는 신세가 될 것이다. 집과 땅, 건물을 가진 이들이 시세차익과 임대료 등으로 점점 더 부자가 될 때, ‘숨만 쉬고 월급을 다 모아도’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 틈에 나도 들어가게 될 것이다. ‘부동산 불패’를 자랑하는 이들을 보며 일할 의욕을 잃고 박탈감을 느끼는 그 무리에 말이다.

604채, 545채, 531채, 497채...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보유한 주택 수가 이렇다고 한다. 부동산 자산을 몰아가진 소수가 불로소득을 누릴 때, 집 없는 다수는 바닥으로 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 어렵사리 가게를 낸 자영업자는 비싼 임대료 내느라 자기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렵고, 젊은 부부들은 전·월세 인상에 발을 구르다 애 낳기를 포기한다. 아이들 장래 희망이 ‘건물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사회에서 부동산 보유 여부는 사실상 계급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 지난해 10월 4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임대사업자 주택 등록 현황'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은 총 4,599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 JTBC

공공임대주택, 토지공공임대제, 그리고 보유세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 강화’가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 것은 이런 현실이 도무지 정당하지 않다는 데 공감해서였을 것이다. 움직일 수도, 더 만들어낼 수도 없는 토지를 소수가 장악해서 과도한 지대(rent)를 챙기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일찌감치 <진보와 빈곤>에서 역설했다.

그가 주창한 토지공개념은 부동산의 사적 소유권과 처분권을 인정하되 그 수익은 공공의 목적에 맞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지하철을 건설해서 주변 땅값이 올랐다면 지주가 그 차익을 다 가질 것이 아니라 일부를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걷어 임대주택건설 등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의 선진국들을 포함해 여러 나라들이 부동산 보유세와 장기 공공임대주택, 토지공공임대제 등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우리도 세금 무서워 투기를 못 할 만큼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고, 그 재원으로 10년 이상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하는 것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토지를 싼값에 수십 년씩 임대해 줌으로써 집값을 낮추는 토지공공임대제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민달팽이 유니온’ 등 청년단체가 추진하는 공유형 사회주택을 적극 지원해서 저소득 청년들이 주거환경 개선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부동산을 ‘가장 확실한 재테크’로 생각했던 기성세대는 주어진 조건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결과적으로 지독하게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었다. 청년세대는 집과 건물이 ‘부담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 ‘함께 어울려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전환을 이루려면 토지공개념이 필요하다. 비록 개헌안은 무산됐지만, 토지공개념만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살아 숨쉬길 바란다.


편집 : 김태형 기자

[윤종훈 기자]
단비뉴스 전략기획팀, 기획탐사팀, 환경부 윤종훈입니다.
정보를 캐내는 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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