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작진 “비판 방송 겁박한 수사, 사필귀정”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고발했던 2008년의 문화방송(MBC) <PD수첩>보도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보도내용 중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도 공익목적의 보도가 분명한 경우 명예훼손 등의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과장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능희 피디(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PD수첩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무죄임을 주장해왔다. ⓒ MBC홈페이지 캡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도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만, 국민 먹거리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 대상으로 한 데다, 보도내용이 공직자인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일부 허위사실 인정하나 고의성 없는 공익보도면 명예훼손 무죄"

조 피디 등은 2008년 4월29일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운천 전 장관 등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09년 6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보도내용에 허위 사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봤으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보도내용 중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한 내용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감염소로 표현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광우병이라고 단정한 부분,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광우병 감염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 것 등 3가지다. <PD수첩>은 이들 내용에 대해 부정확한 표현이었다는 등의 정정보도를 이미 내보냈다.
 
이와 별도로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 보도와 관련해 MBC를 상대로 낸 정정·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추가적으로 세 가지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명한 원심을 깨고 한 가지에 대해서만 정정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검역중단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 ‘의견 표명’이었고, 정부가 수입위생조건을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보도 역시 '의견 표명'이므로 정정보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인의 94%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보도는 허위성이 있으므로 보다 분명하게 정정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 더 이상 없어야

▲ 2008년 4월 29일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장면 갈무리. ⓒ PD수첩 캡처
이번에 대법원이 내린 민·형사 판결은 정부 정책의 감시·비판을 본령으로 하는 언론보도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경우 사후 정정보도로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명예훼손등의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당시 <PD수첩>을 진행한 송일준 피디는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언론을 괴롭히고 겁박해서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면 법률적 측면에서 무모한 도전이라고들 말한 재판을 검찰이 3년 넘게 끌고 온 이유가 뭐 있겠느냐”고 말했다. 송 피디는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방송의 역할을 막으려 했겠지만 이번 판결로 사필귀정(事必歸正)임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PD수첩> 책임자였던 조능희 피디도 판결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언론인을 겁박하기 위해 포승줄에 묶고 수갑을 채웠다”며 “21세기에 정책을 비판했다고 언론인을 철창에 가두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피디 등 제작진은 수사과정에서 검찰 출두를 거부하다 긴급 체포된 일이 있다.

조 피디는 또 “당시 <PD수첩> 수사가 부당하다며 사표를 낸 임수빈 서울지검 부장검사는 검사다운 검사였다”며 “반면 우리를 수사하고 기소한 정치검사들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의도적으로 제공한 정보를 대서특필하며 <PD수첩>을 몰아세운 일부 언론에 대해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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