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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오려면
창의력 키우는 교육, 벤처 살리는 산업생태계 시급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8월 28일 (일) 23:44:32 양호근 기자 yanghogeun@gmail.com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사퇴 선언이 있었습니다.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 그의 퇴장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입니다. 일본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그 다음은 어디냐는 걱정이 들죠. 세 번째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인데요, 무상급식 운용방향은 정해졌지만 그 뒷얘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스티브 잡스는 에디슨이나 퀴리 부인처럼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 인류의 문명에 방점을 찍은 인물로 평가 받을 것 같습니다. 이런 영웅이 퇴장하는 것을 보는 소회가 어떻습니까?

창의력을 바탕으로, 존재하지 않던 가치 만들어낸 잡스

조용래(국민일보 편집위원): 국내외 언론이 ‘잡스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잡스가 인류사에 있어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최근 아나톨 칼레츠키 <더 타임스(The Times)> 경제담당 에디터가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전통적 기술체계를 1.0이라고 한다면 스티브 잡스는 2.0시대를 열었고, 3.0시대도 펼쳤다고 평가됩니다. 특히 잡스는 ‘혁신이라는 것은 돈을 퍼부어서 이룩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사람의 능력과 능력이 관계 지어졌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잡스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전통적 사고 틀이 아닌 새로운 상상력과 가능성으로 열어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노베이션(innovation), 즉 혁신을 외칠 때 잡스는 레볼루션(revolution), 즉 혁명을 이끌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혁명은 기존 시스템을 전복시킨다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불온시 하는 문화가 있죠. 이 때문에 결국 진정한 새로움을 이끌어내는 발전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교수님은 학생들 가르치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나’ 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학생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친구들의 잠재력을 잘 키우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열 명, 백 명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학생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과연 하고 있는 지 회의적입니다. 또 이런 인재들이 시장에 나왔을 때, 벤처를 만들고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우리 사회가 그 싹을 키우고 꽃피우며 열매 맺게 하는 토양을 제공하는가 묻게 됩니다. 대기업이 독식하면서 중소기업과 벤처가 숨쉬기 힘든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개인의 잠재력만으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나오기 어렵겠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스갯소리로 빌게이츠가 한국교육제도 아래서 공부했다면 대학에 못 갔을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자라나는 세대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의력을 북돋는 교육 개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숨 쉬고 꽃피울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습득하는 교육보다 배움의 과정에서 도전 정신 얻을 수 있게

박: 초등학생들이 해외 어학연수를 가잖습니까? 캐나다나 미국에 아이들을 보내면 어떻게 이렇게 수학을 잘하냐며 천재적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워낙 학교에서 일찍 배우고 열심히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그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는 지식만 있고 지혜는 없는 인재만 양성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저도 미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봤고, 주변에도 그런 경우들이 꽤 있는데, 우리나라의 수학 진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학을 가면 ‘수학 천재가 왔다’는 얘기들을 듣기 쉽습니다. 그래서 영재교육반으로 가기도 하는데, 거기서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부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짜여진 과정을 빨리,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 집중하는 교육이고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기르는 데는 미흡한 것 같습니다.

박: 창의력의 측면, 인재의 측면도 있지만 스티브 잡스는 한 기업에서 CEO의 역할을 극명하게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애플의 CEO 교체 과정이 우리에게 보여 준 시사점이 많은데,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가족의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부터 큰 아들이냐 둘째 아들이냐, 아니면 부인이 등장하느냐를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지 않습니까. 게다가 우리 대기업은 급식하는 회사, 광고하는 회사, 문방구 공급하는 회사 등 50개 정도 거느리고 있는데, 애플은 이와는 전혀 다르죠.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을 후계자로 선정하는 모습 등에서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조: 스티브 잡스가 ‘독선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CEO’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병원에 입원해도 회사가 큰 탈 없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내부의 경영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삼성의 경우에는 이건희 회장이 있고 없고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다르죠. 우리나라의 산업화 초기, 즉 60,70년대에는 대기업들 오너들의 기업가 정신과 창조성이 발휘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들의 2세, 3세 CEO가 등장하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2세 경영수업을 시킨다고 미국에 보냈는데 결국 돌아와서 하는 것은 머니게임이나 1세 경영자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을 벌이는 것이죠. 결국 가문의 독식, 가족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본가와 근로자가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바람직하고, 적어도 1세대 CEO들은 전체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고용을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덩치가 커져도 고용 숫자는 줄어듭니다.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의 CEO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의문입니다. 

   
제: 그런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기존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스티브 잡스라는 경영자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기업들처럼 기존 제품을 값싸고 효율적으로, 예쁘게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었던 제품, 그리고 세상에 없었던 서비스를 창출했다는 점에 있어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들여다 볼 점이 많습니다. 암을 여러 차례 극복한 사람이죠. 저는 스티브 잡스가 스트레스 많은 애플의 최고경영자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장차 건강을 회복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경영자로서의 경험, 성찰 그리고 투병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합니다. 우리 경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육제도와 산업생태계, 경제정책이 창조적 능력이 있는 경영자와 기업을 만드는 토양인가 죽이는 토양인가를 성찰해야 합니다.

박: 스티브 잡스의 은퇴 뉴스가 워낙 중요했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두 분께서 눈여겨 본 이번 주 주요뉴스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조: 이번 주에는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소식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요건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 출산이 재작년에 비해 2만7000명 늘었다고 합니다. 출산율이 계속 감소세였다가 증가세로 반전됐다는 뉴스입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선별적 복지' 누른 '보편적 복지'의 승리

제: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가 무산됐는데, 저는 이 결과가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보편적 복지’대 ‘선별적 복지’ 논쟁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해서 한국형 모바일 운영체계(OS)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는 소식입니다. 애플이나 구글에 필적할 OS를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정부 주도로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이런 게 정말 필요하다면 삼성이나 LG가 자기 돈 들여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 지금도 중소 소프트웨어 회사는 어려운데 왜 정부가 수백 억 원을 들여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갑부 워런 버핏이 얼마 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번에는 프랑스의 갑부들도 같은 맥락에서 증세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런 것이 ‘감세 철회냐 아니냐’ 논쟁을 벌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많은 것 같아서 꼽아 봤습니다.

   
박:
저도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프랑스 부자증세를 꼽았습니다. 먼저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중요 사안이 됐습니다. 투표율 25.7%, 이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조: 개인적으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죠. 주민투표가 정책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묻는 것인데, 이것을 비밀투표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개투표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민들이 만든 게 아니라 정치권이 만든 것입니다. 한 쪽에서는 투표거부가 옳지 않다고 하는데, 투표를 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거부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은 의식주입니다. 거기에다 하나를 더하면 교육인데, 무상급식은 교육 속에서도 먹는 문제입니다. 무상급식 투표의 두 가지 안 모두 단계적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식주와 교육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현안으로 떠올랐고, 시민들이 일정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결과에 대한 해석도 다르죠. 한나라당에서는 ‘사실상 승리라고 봐야한다. 오히려 희망을 봤다’는 표현을 하고 있고, 야당 쪽에서는 ‘이것은 민의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 정치권에서는 어떤 이슈라도 자기 정파에 유리하게 해석합니다. 저는 이번 투표를 아주 단순화하면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물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안은 ‘선별적 복지론’이죠. 한나라당 즉, 오세훈 시장의 안은 ‘복지는 가난하고 능력 없는 소수를 대상으로 골라서 집중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고, 이런 선별적 복지가 재정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의무교육의 연장선에서 의무급식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급식을 포함한 교육, 아이를 기르는 보육, 그리고 의료 문제와 같은 국민 생존의 필수적인 영역에서는 최소한의 복지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보는 것입니다. 25.7%라는 투표결과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외에 나머지 부동층은 거의 오세훈 안을 외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편적 복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갈수록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고, 중산층도 살기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가 됐습니다. 보육의 어려움과 가난한 노인 등 저출산고령화의 문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까지 해치고 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보편적 복지를 할 수는 없겠지만 핵심적인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에 대한 보편적 복지는 시대적 과제가 아니냐는 국민의 동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사실 교육이란 게 가르치고 기르는 것 아닙니까? 제 기억에 1970년대 학교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줬는데, 그런 것이 전면 무상급식의 시발점이라고 봅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구분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만 .정치인들은 자기 정당의 의제와 정치적 역학을 따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정치인들이 선거 판세를 점치거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죠.

   
조: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 밖에 생각이 없니”라고 묻고 싶습니다.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상급식을 하면 아이들에게 거지근성이 생기니까 안 된다고요. 우리가 누구한테 밥을 얻어먹었다고 거지가 되는 것은 아니죠. 장학금을 받게 되면 ‘나도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장학금을 받는 아이에게 거지근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 사안이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출발한 것은 오세훈 시장이 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로 서울시의회에서 야당과의 세력 불균형을 뒤집어 보겠다는 것이었죠. 장기적으로는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뭔가 ‘한 건’ 하겠다는 의도에서 시도했다고 봅니다. 막판에는 대권출마를 안 한다거나 서울시장직도 걸겠다고 했고, 사실상 주민투표 무효가 된 시점에서는 한나라당과 상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직을 걸 때는 혼자하고 사퇴할 때는 당과 협의하겠다는 모양새도 좋지 않았죠. 민주당도 자천, 타천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이 거론되는데, 이는 내년 총선 선거구도에서 유리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너나없이 보선이나 총선 얘기만 하고 있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 주민투표에 이미 180억여 원을 썼고, 서울시장 선거에 다시 300억여 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서울시 예산이 700여억 원인데, 이걸 안 쓰겠다고 500억 가까운 돈을 쓰게 만든 것이죠. 그런 낭비가 안타깝습니다. 어쨌거나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이왕 치르는 선거이니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토건 위주의 성장인가, 복지 위주의 성장인가’가 논쟁의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뉴타운 등을 하면서 토목건설 위주의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했는데, 다 합하면 몇 조원 단위였습니다. 그런데 복지 차원에서 아이들 밥 먹이는 것에 대해서는 몇 백억 원을 가지고 나라가 망한다고 벌벌 떨었거든요. 이런 문제는 정말 정직하게 공론의 장에 내놓고 유권자들에게 표로 의사를 물어야 합니다. 토건 위주의 경제로 갈 것인가, 아니면 복지를 충실히 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내수도 살리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로 갈 것인가를 토론해야 합니다.

일본, 경제위기에 빠져나오기 위해선 정치적 리더십과 부유세 증세 요구돼

박: 두 개의 큰 담론을 다뤘는데요.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얘기로 넘어가죠. 조 위원님은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셔서 일본 경제에 정통하신데, 어쩌다가 일본의 신용등급이 선진국 중에 최하위까지 내려갔습니까?

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재정 문제입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이 이어졌는데, 연평균 성장률이 1% 안팎이었어요.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는데, 그게 주로 사회간접자본(SOC)투자 같은 재정 동원이죠. 그러다보니 지금은 부채가 1000조 엔 정도로 늘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게 됐습니다.

박: 1000조 엔이면 우리 돈으로 1경4000조 원 정도 되네요.

조: 올해 일본 예산이 92조4000억 엔 정도 되는데, 이중 45조 엔 정도를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 부채도 계속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죠. 이를 해결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아 일본은 지금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3월의 일본 대지진 이후에 일본 경제가 제대로 작동 하겠느냐는 불신도 있고요.

박: 우리나라는 일본의 국가 전략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텐데요.

   
제:
조 위원님이 일본의 국가부채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신용등급 강등의 원인이라고 제대로 지적해주셨는데, 여기에 덧붙이면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진단되면 해결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는데 일본은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정치권에 리더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하다가 안 되면 총리가 바뀌고, 1년을 못 채우고 나가는 총리가 벌써 여럿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일본을 보면서 저렇게 가지는 말아야 하겠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일본이 지금 엄청난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일본도 선진국 평균과 비교해서는 복지 지출이 낮기 때문에 여기서 줄일 여지는 없습니다. 반면 일본도 토건 투자를 아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과감하게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또 일본에도 담세능력이 있는 부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반발이 심할 텐데’ 혹은 ‘경기가 더 가라앉으면 어떡하나’하는 논리에 갇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야 합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는 돈을 풀고, 담세 능력이 있는 소수의 부유층들에게는 증세하는 정책으로 가야합니다. 그것을 돌파할 정치적 리더십과 과단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일본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어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거나 외국 자본이 나가지 않는 것은  일본 국민들이 약 1400조 엔 정도의 개인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 대부분을 내국인이 갖고 있죠. 그런데 1400조 엔이나 갖고 있는 국민들이 돈을 안 써서 내수가 확장이 안 되고, 경제가 침체되는 겁니다. 일본 국민들은 ‘내 돈을 지금 써버리면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 것이죠. 정부를 못 믿는 것입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라든가 비전이 보이면 가지고 있는 돈을 풀어서 윤택한 노후를 보낸다거나 할 텐데 돈을 쥐고 있어서 소비가 작동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포인트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 부족이죠. 한국에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당,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치가가 누구인지를 선거에서 따지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박: 일본의 문제에서도 우리가 배워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8월 27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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