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책임지는 ‘지옥 노동’

“배송이 빨라서 만족합니다.” 인터넷 쇼핑몰 가격비교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리뷰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제품에 관한 평가만큼이나 배송의 신속함을 평가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들은 ‘당일배송’ 서비스를 택배회사에 요청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물건을 사고 받기까지 펼쳐지는 살풍경은 오늘도 계속된다. 

택배 노동은 사람을 속된 말로 ‘갈아 넣어서’ 이윤을 낸다. 택배기사는 택배회사의 이름과 시스템을 빌려 일하지만, 그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닌 경우가 다수다. 택배 배달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이자 위탁대리점에 고용된 간접고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 지난 3달간 CJ 대한통운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자.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CJ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대책 마련, 노동조합 인정,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실시했다. ⓒ 택배연대노조

택배기사들은 직접 할부로 구입한 택배 화물차를 몰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네를 누빈다. 서울 같은 대도시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가면 밤늦은 시간에도 화물차를 오르내리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시 택배기사들은 보통 주당 74시간가량 일하지만,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은 보장받지 못한다. 배달 건당 수수료로 택배기사가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출근해 화물터미널에서 차에 물건을 싣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해당하지만 수당은 못 받는 봉사 활동이 되어버린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보통 2,500원가량을 택배비로 치른다. 이 중에서 실제로 택배 기사에게 떨어지는 택배비는 650~1,100원가량이다. 나머지는 유통업체가 택배사와 계약한 대가로 받는 소위 ‘백마진’ 800원가량, 대리점 수수료, 보험료, 차량유지비 등으로 소진된다. 택배 단가는 역대 최저지만, 택배 물량은 2017년 약 23억 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택배 단가는 매년 낮아지는데, 처리해야 할 물량은 매년 늘어나 점유율과 이윤을 유지하려는 택배회사들 간에 출혈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택배 산업은 2017년 전년 대비 9.9% 성장해 매출액 5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0년에 견주면 8배 성장한 수치다. 

늘어나는 택배 배송을 소화하면서도, 비용은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 착취가 행해지고 있다. 택배 물류센터 야간 작업 때 이뤄지는 상•하차 업무는 극한 노동, ‘지옥의 아르바이트’로 유명하다. 레일에 실려 오는 박스를 분류하는 작업, 화물차에 실어 넣는 작업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빠르기와 노동강도다. 12시간에 이르는 밤샘 작업에 휴식 환경도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근속 노동자가 드물어 미성년자까지 채용하고 있다는 고발이 종종 들린다. 제대로 고용계약서를 쓰거나 야간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는 드물고, 그나마 미성년자들은 성인에 견주어 몇만 원 빼고 하루치 임금을 받는다. 

올해 10월 1명, 8월에 2명의 노동자가 택배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졌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일어난 사고들이었다. 사망 사고는 업계 1위 회사의 물류센터에서 일어났다. 비용 최소화와 이윤 극대화, 신속한 배송은 노동자를 ‘갈아 넣은’ 대가로 이뤄진다. 소비자들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발품을 파는 불편을 잊고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택배기사들이 겪어야 하는 살풍경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편집 :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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