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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촛불 정체성’ 흔들
[토론]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사회정책 평가와 대안'
2018년 12월 02일 (일) 22:24:31 임지윤 기자 dlawldbs20@naver.com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란 주제로 진보 성향 대학 교수, 시민, 사회단체 활동가 등 323명이 참여하고 있는 ‘지식인네트워크’의 2차 토론회가 11월 30일 오후 3시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이병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 '지식인네트워크’ 2차 토론회가 11월 3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이병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신경아 한림대 교수,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 임지윤

“비정규직 노동정책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문제의 핵심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친노동 정치인인데다 거짓말 못하는 이미지이고 2017년 촛불항쟁을 통해 탄생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이명박근혜 3기’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첫 발제를 한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먼저 2001년 이후 갈수록 절대규모는 증가하지만 임금과 노동조건은 악화하는 한국의 비정규직 실태를 보여주며 “지금 정부도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다’고 말하지만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결과는 총 노동시간 OECD 2위, 성별임금격차 지수 OECD 1위, 평균에 못 미치는 고용률 등 노동시장 작동의 비효율성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에 관해 ‘촛불정부인가, 이명박근혜 3기인가’란 제목으로 첫 발제를 했다. © 임지윤

조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용 불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상시,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자회사 채용 방식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KTX 여성 승무원이 10년 넘게 노사분규를 겪은 이유가 바로 ‘자회사 방식’ 때문이었다”며 “그 방식은 고용안정성은 높이지만, 모회사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에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처우를 받는 것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점에서 제조업 완성차업체의 사내하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성장을 통한 분배’ DNA 이제는 없애야

“2016년 촛불혁명은 우리나라 역사상 중요한 정치적 전환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성장’이란 프레임에 갇혀 소득불균형, 노동인권 등은 개선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은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성장’ 담론 아래 우리 국민들 역시 뼛속 깊이 ‘성장을 통한 분배’란 DNA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조 교수에 이어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복지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며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과 과제’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먼저 문재인 정부는 자유주의 정부임을 강조하며 “좌파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성격을 정확하게 보고 정책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신자유주의 성장 전략과 사회보험 중심의 공적복지 확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암묵적 합의로 이뤄진 ‘경제개발’이 ‘사적 자산 축적과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역진성’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 증가는 사회보험료 증가와 같은 말로 인식됐다”면서 “이것은 중산층을 위한 복지일 뿐이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과 과제’란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했다. © 임지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적복지 확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인데, 그 부분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같이 자산 축적이 공적복지 역할을 대신해온 개발국가 복지체제에서 소득 상승이 자산 구매와 부채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고 소비확대로 이어지려면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수적이고, 주택소유를 대신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자동화를 강화하는 임금주도 방식을 제한적으로 실행하는 대신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실질가처분소득을 높이는 이른바 ‘사회적 임금’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밥그릇 싸움으로만 몰고 가”

   
▲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패널 토론에서 ‘한국 복지체제’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임지윤

이날 토론자로는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나왔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을 향한 거센 비판 여론에 대해 “민주노총이 정부를 정책적으로 비판하고 거리에서 시위를 많이 하니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민주노총이 계속 제시한 주요 정책과제인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 중소영세·미조직·비정규직 사업장과 노동자 문제는 외면한 채 정부와 언론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며 정부의 소통방식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로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주 크다”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등 정부의 친노동 정책들이 갈수록 ‘정치적 자충수’에 막혀 후퇴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의 가치’를 아쉽게 만들었던 노무현정부의 ‘시즌 2’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적 대화를 계속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직접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 말했지만 ‘여성 노동’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2018년은 ‘미투 운동’의 역사로 기록되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녀간 실질 소득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에는 성차별을 다루는 부서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평등위원회’ 설립도 시민단체에서 계속 요구하지만 아직 만들지 않고 있으며 ‘차별 금지법’, ‘성차별금지법’ 역시 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원래 추진하려던 정책들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면서 여성 인권도 다시 추락하고 있다”며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J노믹스’ 경제 정책을 멈추지 말고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식인네트워크’ 2차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는 시민들. © 임지윤

“한국 사회 많은 문제는 언론의 문제” 

이날 참석한 지식인들도 토론에 참여했는데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한국사회 많은 문제는 언론 문제와 직결돼 있고 보수 언론은 노동운동을 ‘과격시위 프레임’, ‘폭력 프레임’, 심지어 ‘교통불편 프레임’으로 본다”며 이런 언론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성기업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도 “폭력은 있어서 안 되지만 그 기업의 오랜 노동탄압을 한번도 보도하지 않던 신문들이 폭력이 발생하자 일제히 달려갔다”며 노동문제를 제대로 이슈화하지 못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과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지난 7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9월 19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1차 토론회를 열었다.


편집 :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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