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생발전 외치면서 ‘부자감세 지속’은 모순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 주 발생한 경제쇼크의 여진으로 이번 주에도 각국 금융시장이 출렁였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생발전’이라는 단어가 광복절 축사에 등장한 이후 우리 경제가 얼마나 대기업에 편중적인지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8월 첫째 주 함께해주실 두 분은 국민일보 조용래 편집위원과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입니다. 조위원님, 이번 주 어떤 뉴스를 주목하셨습니까?

조용래(국민일보 편집위원): 예,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이야기했던 ‘공생발전’을 먼저 꼽았고요, 구글이 모토롤라모빌리티를 인수하기로 해서 지금 정보기술(IT)생태계가 변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주목했습니다. 다음으로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전격적으로 일시중단하는 조치를 했다는 뉴스를 꼽았습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저는 미국의 대부호 워런 버핏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서 재정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을 한 데 주목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는 부자감세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죠. 두 번째는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이 드디어 지난 목요일 청문회에 나왔는데, 정리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소식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외환거래에 물리는 세금, 즉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했는데, 유럽의 재정확충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과도한 금융투기를 억제하는 방법도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의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감세가 효과 없다는 사실,  미국 역사 스스로  증명해

박: 먼저 제 교수님 지적하신 워런 버핏의 발언, 국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낳고 있는데 제 교수님은 어떤 생각이십니까?

제: 미국에서 양심적인 부자의 발언이 나왔는데,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방법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방향이었죠. 그 때문에 앞으로 미국 경제가 더 악화되겠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실 전 세계에 또 다른 위기의 파도를 몰고 왔습니다. 그런데 워런 버핏이 거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나처럼 돈 많이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라, 세금 더 내도 아무 문제없다, 그런 방법으로 재정을 튼튼하게 해서 경제를 살리자’하는 것입니다. 이 발언이 미국 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부자감세로 문제가 많은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워런 버핏이 부자들 세금 더 걷자는 말을 이번에 처음 한 것은 아니고요, 예전에 부시정부가 상속세 폐지를 들고 나왔을 때도 빌 게이츠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와 함께 상속세를 폐지하지 말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바라는 애국적 백만장자모임’ 등을 통해 다른 많은 미국 부자들도 꾸준히 증세를 요구했습니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헤지펀드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소로스, 씨엔엔(CNN)을 창업한 테드 터너,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자들이 책임을 지려하는 것이 미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이를 보면서 자기 성찰을 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조 위원님, 미국 부자들이 세금을 더 걷으라고 목청을 높인 것을 보면 미국도 부자감세가 꽤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죠?

조: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감세정책이 하나의 중요한 흐름으로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부시 정부에서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폈죠. 그런데 감세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자가 계속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반대 의견이 고조됐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오바마 정권이 증세를 주장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벽에 부닥쳤죠. 감세론자들은 부자의 세금을 깎아줘서 돈을 많이 쓰게 하면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도 돈이 흘러간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게 상당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감세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박:
제 교수님, 워런 버핏처럼 선량한 부자들도 있지만 “당신의 인상적인 한마디를 위해 다른 사람의 세금을 높이려고 하지 말라”고 반박하는 미셀 바크만 공화당 의원 등 반대 목소리를 내는 부자들도 많지 않습니까?

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양심적인 부자 대 탐욕적인 부자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처럼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해서 좀 더 내자’는 부자들이 있는 반면 ‘내려면 당신이나 더 내라’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이 누구냐 하면 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숨어있는 부자들’이고 또 공화당 의원들 자신입니다. 이렇게 세금을 깎아주자는 주장의 배경에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할 돈이 많아져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정이 더 튼튼해진다’ 하는 래퍼 커브 이론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래퍼 커브 현상이 현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워런 버핏도 뉴욕타임즈에 썼지만 역대 미국 정부의 정책과 세금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렸을 때 미국의 재정이 더욱 튼튼해지고 경제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적게 물렸을 때 모든 것이 악화되었고요. 지금 중요한 것은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들 분위기인데요. 미국 중산층은 지금까지 세금을 올리는 데 대해 기본적으로 반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부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깎아준 결과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미국경제가 계속 어려워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니까 이래선 안 되겠다는 각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버핏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95%이상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들의 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는데 버핏의 발언을 계기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새롭게 추진할 수 있는 국면을 맞는 것 같습니다.

박: 사실 미국이 대공황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최저임금 도입하고 소득세를 90%까지 올리는 획기적 정책을 구사한 것 아닙니까? 래퍼 커브 이론이 맞다면 그때 미국은 망했어야했는데 그 반대로 되었죠. 그런데 조 위원님,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다양한 방법으로 감세조치가 진행됐는데 최근에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않습니다. ‘감세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 ‘기업투자를 늘려서 일자리 공급을 많이 하겠다’ 하는 것이 감세를 주장했던 이론적인 근거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정적자만 빠르게 증가하고요. 예를 들어 법인세를 깎아주면 투자여력이 많이 생긴다고 얘기 했지만, 이미 주머니에 50조원을 갖고도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들이 세금 조금 더 깎아준다고 투자를 더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정부는 감세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지난 18일 전월세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주택 임대사업자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전월세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라고 하는데 조금 들여다보면 이것은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감세정책은 여전히 다양한 방면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감세가 아닌 재정확충 방안 고려해야할 시점

박: 제 교수님,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공생발전과 함께 2013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이면 불과 2년 남았지 않습니까? 지금과 같은 감세기조에 경제가 침체되는 경우 과연 균형 재정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제: 재정균형 이야기가 처음에 나왔을 때 기획재정부 쪽에서 감세 철회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처럼 잠깐 언급을 했는데 청와대가 황급하게 나서서 ‘아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기조는 그대로 간다’고 수정하더군요.그러니까 재정적자는 줄여야 하는데,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은 지금보다 더 깎아주겠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실 남는 방법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이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인상하는 것입니다. 공생발전이라는 것은 부자와 서민이 다함께 잘살자는 이야기인데, 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서민들의 부담은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를 운영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복지 확대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서 안 된다고 하고요. 과연 그것이 과연 공생발전인가?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 조 위원님,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되겠습니까?

조: 아젠다(의제)를 내놓았으면 그 아젠다에 상응하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상생이니 공생이니 하는 이야기를 해놓고 방법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어서 언밸런스가 되는 것이죠. 소득세를 깎아주는 것은 결국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일 등 재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말고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보수는 감세, 진보는 증세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이 문제는 재정 뿐 아니라 물가불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그렇고 국내에서 볼 때도 그렇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돈이 굉장히 많이 풀리지 않았습니까? 시중에 돈이 부족해서 사람들 손에 돈이 없는 게 아니에요. 그 돈이 부자들의 금고에만 쌓여있고 중산층과 서민들 손에는 안 간다는 것, 이게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난국을 극복하는 방법은 부자들의 금고에 너무 많이 쌓여있는 돈을 정부가 일부 걷어 들여서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사실 감세만 안 해줬다면 저절로 들어오게 돼 있던 세금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걷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서민을 위한 복지에 쓰면 돈을 더 이상 인위적으로 풀지 않아도 되니까 물가불안을 억제할 수 있고 자금을 선순환시키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 거꾸로입니다.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돈은 계속 풀고요, 그 돈이 부자들의 금고에 쌓여있는데 부자들의 세금은 더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민복지는 포퓰리즘이라서 못 늘린다고 합니다. 정책당국과 여당의 일부가 이런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데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우선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것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구간의 감세 계획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1년에 4조~5조 원의 추가재정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소득세는 5억 원, 10억 원 이상 고소득자를 분리시켜 더 높은 세율로 증세하는 것도 검토해야 합니다. 영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50% 정도 되는데 우리는 35%거든요. 너무 많이 올려도 곤란하겠지만 회장님, 사장님들의 세금을 몇 퍼센트 더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런 가계대출 원천 봉쇄는 시장경쟁논리에 맞지 않아

박: 현재 소득세 최고 구간인 8800만 원은 대기업 부장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고소득층세율을 인상 얘기가 나오면 중산층까지 반발하죠. 중산층의 반발 뒤에서 미소 짓고 있는 사람은 회장님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분리시켜야 합니다. 다음으로 은행권의 신규가계대출 중단, 참 특이한 경우인데요.

조: 그렇습니다. 지난 6월 29일에 가계부채대책이 나온 이후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니까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압박한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을 중단하겠다고 전격적인 선언을 해버린 거예요. 분명 필요한 가계대출도 있을 텐데, 이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은 시장경쟁논리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가계부채가 너무 불어나서 연착륙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식의 대책은 완전 경착륙이죠.

제: 저는 이번 가계대출 중단 소식을 들으면서 ‘샤워실의 바보’라는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샤워 물을 틀었는데 너무 뜨거우니까 놀라서 바로 완전 찬물로 돌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왔다 갔다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꼬는 말인데, 우리 금융당국과 은행들을 보며 연상이 되더군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했는데 줄이지 않고 있다가 몇 퍼센트를 못 맞추면 제제하겠다고 하니까 전격 대출 중단 조치를 한 것 같습니다. 금융당국, 넓게는 통화신용당국의 행보를 보면 사실 저금리를 일찌감치 정상화해서 가계대출이 회수되도록 하는 거시경제정책을 써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창구지도를 통해 뭔가 해결하려다 보니 이런 무리수가 나타난 것이거든요. 정책당국이 반성해야 하고, 급작스럽게 가계대출 중단결정을 한 은행들 역시 책임성과 공공성 차원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인 다그치는 정치인들, 제도정비 등 본질적 해결책 찾아야

박: 다음으로 이슈가 되었던 것이 한진중공업 청문회죠.

제: 일단 청문회 자체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조남호 회장이 수십일 동안의 외유 끝에 드디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야당의원들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도 상당히 공세를 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당시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부족했다, 사측이 여러 차례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노동자 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등의 사실이 드러났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남호 회장이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서 결론적으로 정리해고 철회는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하나도 찾지 못했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 이번 청문회에서 자본의 무책임한 대응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인들이 청문회를 열어서 한 일이 고작 국민들에게 ‘아 시원하다,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는 느낌을 주는 데 그쳤던 게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국회가 해야 하는 몫은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을 더 세밀하게 만드는 등 제도를 차근차근 정비하는 것입니다. 기업인을 닦달하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맹점이 있었다면 보완하고 그래서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그렇게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해 가는 역할들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박: 제 교수님, ‘공생발전’ 화두에 대한 평을 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공생발전이라는 지향점은 지금 우리 단계에서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도 그대로만 된다면 좋은 일이죠. 문제는 진정한 실천 의지가 담겨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왜 이런 의심을 하는가 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 여러 가지 구호가 나왔을 때마다 명실상부하지 않구나, 구호는 멀쩡한데 내용이 거기에 따라주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너무 여러 번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동반성장’ 구호를 내세웠는데,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죽어 가는 현실에 대해 실질적 조치는 없거든요. 그 다음에 ‘공정사회’ 구호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일수록 범법, 위법, 편법이 많습니다. 지금은 공생발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자감세는 계속할 것이고, 복지확대는 포퓰리즘이라 안 된다면서 도대체 뭘 가지고 공생발전을 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조: 지금 공생발전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초점이 공생이 아니라 발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발전이냐의 수식어로 공생이 들어간 것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발전이죠. 공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이 약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 성장이라는 것에 물음표를 붙여볼 때가 됐습니다. ‘성장 없이 복지도 없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성장으로 갈 것이냐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할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경축사에서 발전과 성장에 초점을 두고 공생발전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저는 공생발전이 ‘교언영색’이 아니고 ‘실천궁행’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분 오늘 감사합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8월 20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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