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음악영화제] 역대 최대 관객∙∙∙야외 폐막식 취소

경쟁부문 대상에 스페인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

레인 네버 스탑. 지난 11일부터 6일간 제천을 영화와 음악의 도시로 만든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폐막식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폐막식은 16일 저녁 7시 의림지에 마련된 라이브 무대(JIMFF Live Stage)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후 5시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자 야외 행사가 취소됐다.

▲ 폐막식이 예정된 의림지 라이브 무대에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 이슬기

폐막식은 오후 7시 30분 의림지 근처 뉴이벤트홀로 장소를 옮겨 간소하게 치러졌다. 얄궂게도 퍼붓던 빗줄기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지만 영화제 관계자와 초청 감독, 그리고 소수의 관객들만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경쟁부문 대상은 스페인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의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Chico and Rita)>가 차지했다. 심사위원특별상에는 미국 휘트니 다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이티, 음악의 전사들(When the Drum Is Beating)>이 선정됐고,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은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았다.

▲ 최명현 제천시장이 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날 수상자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은 불참해 전진수 프로그래머가 대신 상을 받고 있다. ⓒ 이슬기

배우인 윤여정 심사위원장은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서면으로 “각각 지역과 장르 음악의 특성을 담아낸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 수상작품을 결정하는 데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며 심사의 어려움을 전했다.

경쟁부문에서는 아시아 작품들에 비해 미국과 유럽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였고 극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가 심사위원들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았다.

<치코와 리타>는 독특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음악영화로 쿠바의 재즈 뮤지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이른바 ‘아프로-쿠반 재즈’의 화려한 막을 여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와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미국 휘트니 다우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슬기

<아이티, 음악의 전사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티의 정치와 역사,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아이티 음악가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스웰시즌>은 촬영과 편집, 사운드 등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고 다큐멘터리면서 극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번 영화제의 사회를 맡은 배우 한지은과 정태우. 가운데는 최명현 제천시장. ⓒ 이슬기

배우 정태우와 한지은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에는 록밴드 범킨스와 제천심포니오케스트라, 그리고 제천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준비돼 있었지만 야외 폐막식과 함께 취소됐다. 대신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홍보대사였던 배우 정겨운과 이윤지가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날 폐막작 <치코와 리타>는 저녁 8시 30분 TTC 복합상영관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아이티, 음악의 전사들>은 폐막식 뒤 의림지 야외 무대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로 야외상영은 취소됐다.

영화 말고도 보고 듣고 즐길 것 많아 관객 몰려

5박6일의 영화제 기간에 거의 매일 비가 내렸지만 제천을 찾은 관객의 수는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34편에 비해 올해 53회 66편을 기록한 매진행진만 봐도 제천음악영화제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다. 24개 국, 84편의 영화가 상영됐던 지난해에 견주어 26개 국, 101편의 영화가 상영돼 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영화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로 관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로 활약한 배우 정겨운과 이윤지가 영화제 폐막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슬기

영화제의 음악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과 ‘제천 라이브 초이스’ 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해 ‘리쌍’, ‘스윗소로우’, ‘노브레인’, ‘이승열’ 등 보다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제천 라이브 초이스’의 마지막 밤 14일에는 배우 류승범이 디제이로 출연해 귀와 눈을 끌었다.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거리예술 프로젝트 ‘오지라퍼’도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객을 위한 무료공연과 서비스도 강화됐다. 의림지 라이브 무대(JIMFF Live Stage)에서는 영화제 기간에 ‘미니 원 썸머 나잇’과 같은 모습으로 다양한 영화와 음악공연을 무료로 제공됐다. 숙소와 티켓, 왕복차량, 기념품, 보험 등을 함께 제공하는 원스톱 패키지 프로그램 ‘바람불어 좋은 밤’도 마련돼 관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천음악영화제는 그야말로 비의 축제였다. 비 탓에 폐막식이 취소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비는 음악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가슴을 더 진한 감동과 추억으로 적시기에 충분했다. 오동진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비 때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 비 때문에 보다 즐거운 영화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내년의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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