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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된 성’ 드디어 침묵을 깨다
[역사인문산책] 미투운동
2018년 07월 07일 (토) 23:06:39 박재익 기자 jipark1220@gmail.com

고대 아테네 아고라의 에클레시아(Ekklesia, 민회)에도, 로마 포룸의 코미티아(Comitia, 민회)에도, 심지어 1932년 이전 현대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영국 투표장에도 여성은 없었다. 20세기 초까지도 영국 사회에서 아내를 팔 수 있었다. 1886년 영국 작가 토마스 하디가 발표한 <캐스터브리지 시장>(The Mayor of Casterbridge)에도 이런 실태가 담겼다.

당시 우리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메드빌에 본사를 둔 여행지 <키스톤 뷰>(Keystone View)가 전하는 1904년 기사를 보자. ‘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한 서양 선교사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여성의 절대적인 종속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귀족 계층은 탐욕스럽게 횡포를 부리고, 농노계층은 항상 먹을 것이 모자라고 압제를 받았으나, 한국 여인과 같은 처지는 아니었다.’ 100여 년 전 우리 사회 여성 인권의 현실이었다.

   
▲ 로마 포룸의 모습 ⓒ Pixabay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까? 남자 교사들이 여제자들을 추행하는 비행의 온상으로 전락한 학교가 적지 않다. 어렵게 그런 학교를 탈출해 나오면 사회는 여성들을 포근하게 감싸줬을까? 직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차별과 멸시가 만연하고, 여성에게는 끝없는 성폭력의 위협 속에 인내가 요구될 뿐이다. 섬마을 여선생님 성폭행 사건은 드러난 일부다. 지금도 여성 폄하가 담론이 된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보인다. 공무원 채용을 필두로 여성의 사회진출 보장을 위한 각종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지만, 서구 선진국보다 크게 뒤처진다.

오늘날 서양 사회를 낳은 기독교 중심의 상업자본주의와 동양의 유교 중심 농업사회 전통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먼저, 성선(性善)사상. 애덤 스미스가 집약한 자유 방임론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치관을 전제로 깐다. 맹자가 설파한 유교 사상 역시 ‘인간은 착하다’는 사고 위에 집을 짓는다. 둘째, 서구 기독교나 동양 유교는 남성 중심이다. 이 두 가지 가치관이 만들어낸 결과는 무엇이었나? 계급과 종속, 억압과 폭력, 갈등과 전쟁, 차별과 혐오다. 합리적이지도 착하지도 않은 남성들이 빚어온 역사에서 젠더 갈등은 이런 부조리를 더욱 심화했다.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남성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데 서툴다. 올해 들어 우리 사회 미투(Me too) 운동이 거세지며 언론에 오르내렸던 정치인, 교수, 문화예술인을 보자. 합리적, 이성적으로 포장된 이들 유명인의 페르소나(Persona)는 폭로된 실체와 너무나 달랐다. 이들은 2500년 전 아테네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남성 관객을 상대로 펼치던 남성 예술가의 연기에 머문다. 젠더 갈등을 직시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지향하는 것은 모두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협력과 공존사회로 가는 초석이다.

프랑스 여성 철학자 보부아르는 1949년 <제2의 성>에서 심리, 신화, 역사적 접근을 통해 여성이 독립된 성이 아니라 남성에 종속된 ‘제2의 성’이라고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규범이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져 평생 그에 갇혀 살아간다. 이제 반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태어나 개성을 가꿔 가는 여성의 역설이 우리 사회 부조리를 뒤엎어주길 기대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를 놓고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강의를 듣고 한 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도 첨삭 과정을 거쳐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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