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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바람, 자연에너지가 답이다
[마음을 흔든 책] 이이다 데츠나리 ‘원전 없는 미래로’
2018년 06월 25일 (월) 08:00:27 박재익 기자 jipark1220@gmail.com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중단됐던 건설공사 재개를 결정하면서도 원자력 발전 자체에 대해서는 ‘축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탈원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업계 등 이해당사자는 물론 관련 분야 전문가들, 보수언론의 반격도 거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탈원전 기조를 확인하고 2016년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과연 그대로 실현될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이이다 데츠나리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이 지난 2011년 출간한 <원전 없는 미래로: 출구는 자연에너지다>는 한 사회가 탈원전에 합의하고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유럽연합(EU) 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자연에너지 도입과 확산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으나 원자력을 옹호하는 기득권세력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행착오를 통해 한국이 배워야 할 것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이 책이 나왔을 때, 일본 민주당 정권은 참사 대책과 함께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는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29%였던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53%로 늘린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후에는 다시 원전 부활을 도모하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이다. 현재 원자력 발전 비중은 한 자릿수로 떨어져 있지만 2030년에 20~22%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아베 신조 정권의 계획이다.

그래서 ‘왜 원전에서 벗어나야 하나’ ‘왜 자연에너지가 대안인가’를 설명하는 이 책은 현재 일본 탈핵세력의 다급한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정부의 정책 기조는 탈원전으로 전환됐지만 원자력 기득권세력의 반발이 여전한 우리 사회에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워야 할 것’을 일러주는 참고서가 될 만하다.

   
▲ 일본의 대표적 에너지전환 전문가인 이이다 데츠나리는 “일본이 탈원전과 자연에너지로의 이행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해외 각국의 성공사례와 일본 내의 의미 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도요새

이이다 소장은 일본 내 원전세력이 자연에너지에 대한 회의론을 어떻게 전파했는지 지적하고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연에너지 회의파는 높은 비용,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발전소 입지 확보의 어려움, 환경파괴 가능성 등을 거론했지만 진실은 이와 반대라는 것이다.

경제성·청정성·안정성 뛰어난 에너지

저자는 자연에너지가 유일하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에너지라고 설명한다. 풍력, 태양광, 지열 에너지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급속히 발전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설비가 많이 보급될수록 생산비용이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반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고 생산과 수입 과정에서 급격한 가격변동 위험도 크다. 온난화 비용까지 생각해본다면 자연에너지가 답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 자연에너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일조량이 충분치 않을 때, 바람이 고르지 않을 때 전력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는 천연가스, 수력발전, 양수발전 등의 대안과 축전지 기술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연에너지는 또 작은 규모의 분산형 전원을 무수히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화력이나 원자력 같은 대규모 집중형 전원보다 공급의 안정성에서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 대형 원전에 사고가 생긴 상황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자연에너지가 녹색경제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자연에너지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이 극히 적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방지, 생태계 보전,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 등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를 이끌 수 있다. 또 설비 생산과 건설, 운영 관리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자는 자연에너지만이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고 강조한다. 자연에너지는 각 주택이나 마을 단위의 태양광 패널 설치, 풍력발전기 설치 등 소규모 분산형으로 생산할 수 있으므로 환경파괴 등의 의제에 대해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일단 설비가 구축되면 원료에 해당하는 햇빛, 바람, 지열 등은 공짜로, 무한대로 공급된다.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불행히도 일본은 “(원자력)추진파가 ‘안전신화’를 주문처럼 거듭 읊어대면서 어용학자나 탤런트들을 동원해 (원전 증설을 위한) 프로파간다(선전)를 한다”고 그는 꼬집었다.

일본이 ‘자연에너지 후진국’이 된 이유는

자연에너지의 다양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자연에너지 후진국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원자력 마피아’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원전관련 기업과 기술자, 연구자, 그리고 원자력족 의원과 관료 등이 원전산업을 둘러싼 이권에 얽혀 있다. 저자는 3·11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의 자연에너지 정책 추진 역사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03년 무렵까지 사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 보급국가였다. 하지만 정책 초점이 원전 육성으로 쏠리면서 2004년 독일에게 1위를 내주었고 2008년에는 6위로 하락했다.

1997년 교토회의(지구온난화 대책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던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경단련(우리나라 전경련 성격) 및 전력업계의 영향으로 자연에너지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법안을 폐기했다. 2002년 의회는 자연에너지 촉진에 효과적인 FIT 대신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는 ‘전기사업자의 새 에너지 등의 이용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FIT는 자연에너지 전력 가격이 고시 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을 공급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자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하고, 기술혁신의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자연에너지 공급과 기술개발을 촉진한다.

반면 RPS는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자연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 제도 아래에서는 중소규모 사업자나 개인이 자연에너지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 각국의 사례를 보면 덴마크, 독일, 스페인 등 FIT를 도입한 국가의 도입효과, 즉 2020년까지의 자연에너지 도입잠재력 대비 2005년의 도입 실적은 8~10%에 달하지만 RPS를 도입한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등은 도입효과가 1%미만으로 나타난다.

   
▲ 의무할당제(RPS)를 택한 국가에 비해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택한 국가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 도입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다른 길 선택한 유럽, 환경과 일자리 잡아

대표적으로 FIT를 활용한 독일의 경우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논의를 시작, 25년간의 점진적인 추진 끝에 2011년 ‘완전한 탈핵’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의 자연에너지(재생에너지) 생산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2011년 전체 전기생산량의 20%를 넘어섰고, 2016년에는 약 30%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에너지 분야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숫자가 2016년 현재 2.3%(정부 기준 7%)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계획 48.7기가와트(GW) 가운데 59%가 RPS를 적용하는 발전회사 대규모 사업이다. FIT가 적용되는 도시형 자가용 태양광, 협동조합과 시민펀드를 통한 소규모 사업, 농지를 이용한 태양광 설치 등 시민참여형 사업은 41%에 그친다.

   
▲ 2017년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계획의 신규설비 계획에는 RPS(의무할당제)가 적용되는 발전회사 대규모 사업이 59%에 이른다. ⓒ 박재익

탈원전과 자연에너지로의 이행은 어느 나라에서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폭넓은 토론을 통해 단단한 합의를 이뤄야 하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저자는 “중앙에서 독점한 정책이 원자력에 집중된 에너지 정책을 낳았고 3·11이라는 파국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은 국가가 에너지원을 독점하는 방식이며 자연에너지 발전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은 중앙에서 지역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가는 에너지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한국에도 큰 울림을 준다.

“대규모 집중에서 소규모 분산으로, 중앙집권에서 지역분권으로, 독점에서 개방으로, 생산자 시선에서 이용자 시선으로 그리고 원전에서 자연에너지로,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을 수반하는 에너지 진화의 때가 됐습니다.”


편집 : 김미나 기자

[박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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