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휴대폰 고집하다 ‘비교체험’ 일주일 했더니...

“너 아직도 그 핸드폰 써?”

오랜만에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필자의 휴대전화를 보며 핀잔 투로 말했다. 갑자기 좌중의 관심이 휴대전화 얘기로 쏠리면서 다들 각자의 전화기를 꺼내든다. 한결같이 스마트폰(컴퓨터기능을 겸한 전화)이다.

“그거 통화는 되니?”
“명색이 기자가 스마트폰 없이 기사는 어떻게 쓴대?”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던졌다. 쏟아지는 관심이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필자는 ‘일반’ 휴대전화를 2년 째 사용하고 있던 중이었다. 친구들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소식을 주고받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갈수록 불평을 듣는 일이 생겼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공지사항을 무료로 보낼 수 있는데,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에게는 요금을 내는 문자를 써야한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스마트폰 쓰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걸어 다니면서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어디서나 간편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는 ‘스마트족’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전화 쓰고, 메모하고, 자명종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 불편 없는 휴대전화를 또 바꾸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면 일단 써보고 비교하면 어떨까? 그래서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친구의 스마트폰을 일주일만 빌리기로 했다. 친구의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였다.

▲ 체험에 사용한 일반 핸드폰(좌)과 스마트폰(우). ⓒ 주상돈

친구의 스마트폰에 내 휴대전화에 있던 유심(usim)칩을 넣고, 내 휴대전화엔 친구의 유심을 넣어 기기를 교환했다. 유심은 일종의 개인정보 저장장치로 각각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유심만 바꿔 끼우면 원래의 전화번호로 통화할 수 있다. 이 때 요금은 각자 원래 가입한 전화의 요금제가 적용된다.

유심 교체는 같은 통신사끼리는 물론이고 에스케이티(SKT)와 케이티(KT)간에도 가능하다. 유심을 사용하지 않는 엘지유플러스(LG U+)는 교체가 불가능하다. 애플사의 ‘아이폰4’는 아이폰4끼리만 유심교체가 가능하다. 아이폰4는 다른 스마트폰들과 달리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유심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심 크기를 변형해주는 유심 어댑터를 사용하면 일반 유심을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교체가 가능하다. ‘핸드폰 보호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다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 부가서비스를 해지한 후 유심교체를 해야 한다. ‘휴대폰 보호서비스’는 타인이 마음대로 내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무료 부가서비스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1500만 명을 넘었다. 2010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4858만 명이니 국민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람이 여러 대의 전화를 쓰는 경우도 있어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는 5175만 명인데, 스마트폰은 이 중 4분의 1이 약간 안 되는 셈이다. 어쨌거나 필자도 임시로나마 스마트폰 사용자 1500만 명 대열에 끼게 됐다.

▲ 유심칩을 맞바꾸면 스마트폰을 체험할 수 있다. ⓒ 주상돈

유심을 교체하고 휴대전화 전원을 켜니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휴대폰 변경완료! 요금제 확인 필수!”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정상적으로 유심 교체가 완료됐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상당한 요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자는 ‘안심데이터 100’에 가입했다. 이 부가서비스는 월 만원을 내면 한 달 동안 500메가바이트(MB)상당의 데이터 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체험하는 일주일동안 데이터 통화 500MB를 모두 사용하면 만 원이 청구되지만 이를 다 쓰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한 양만큼 만 요금이 나온다.

▲ 유심칩을 교체하고 핸드폰은 다시 켜면 휴대폰 변경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고객선터에서 온다. ⓒ 주상돈
유심을 교체하고 데이터전용 부가서비스에 가입했으니 이제 스마트폰 사용 준비는 끝! 필자는 실시간 요금조회와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티 스토어’를 통해 내려 받았다. ‘미니 티 월드'라고 해서, 실시간으로 요금을 확인해 초과사용을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으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설치했다. 카카오톡을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는 문자, 사진, 동영상을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다. 단 쓰리지(3G)망 접속으로 인한 데이터요금은 별도로 청구된다.

▲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모바일 메신져인 카카오톡(좌), 다음피플(우). ⓒ 해당 홈페이지

카카오톡을 설치하자 평소 연락이 뜸했던 대학교 후배가 금방 문자를 보냈다. “스마트폰 사셨어요?”로 시작해서 “○○선배 아빠 된대요”까지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왔다. 최근 연락이 뜸했던 군대 동기도 모임 일정을 보내왔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는 80자 이내 전송, 건당 20원이라는 장벽이 있지만 카카오톡은 글자수 제한도 없고 무료여서 부담이 없었다. 말을 아낄 필요가 없는 탓이어선지 끊임없이 말풍선(카카오톡 화면에 나타나는 대화내용)이 이어졌다.

▲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화면. ⓒ 주상돈
이번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치과에 예약한 사랑니 발치를 앞두고 ‘사랑니 발치 후 주의사항’을 찾아봤다. 평소라면 방에서 컴퓨터를 켜야 할 수 있던 일인데 길에서도 할 수 있으니 신기했다. 하지만 문자판 입력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평소보다 철자를 입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작은 화면과 느린 인터넷 속도가 갑갑한 느낌도 주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을 가능케 하지만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학습도 시도해봤다. 단어암기 응용 프로그램으로 영어단어를 외우고, 사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영화나 인터넷 강의를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저장하면 스마트폰은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 즉 PMP가 된다. 최근 방통위가 발표한 ‘2011년 상반기 제 3차 스마트폰이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이 대중화한 후 전자책(e-book)이나 PMP 등의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스마트폰은 일반 핸드폰에 비해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 주상돈
체험을 시작한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단점도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빨랐다. 필자가 빌린 스마트폰은 약 1년 정도 사용한 것인데,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지 4시간도 되지 않아 전원이 꺼졌다. 비교체험한 일주일 내내 수시로 전기콘센트를 찾아 다녀야 했다.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교환한 배터리의 사용시간이 짧아 불편했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품질에서도 스마트폰은 약점을 드러냈다. 연결이 잘 안되거나 통화음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객관적인 품질정보를 제공하기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스마트폰 음성통화품질 측정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간 통화성공률은 97.6%로 일반 휴대전화간의 통화성공률 98.7%보다 1% 포인트 정도 낮았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 많은 만큼 기본료도 비싸다. 같은 통화량일 때 월 1만 원 정도는 더 내야 할 것 같았다. 비싼 기본료는 개인들의 통신요금 증가로 이어진다.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소비자 압력이 커지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가 ‘기본료 1000원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KT나 LG U+는 아직 요금인하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 월평균 통신요금 증감 추세. ⓒ 주상돈

필자와 휴대전화를 바꿔 쓴 친구는 “스마트폰을 쓰다가 일반폰으로 바꾸니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고 대신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핸드폰을 바꾼 일주일 동안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외 다른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체험을 끝내고 유심을 교체해 ‘휴대폰 변경완료! 요금제 확인 필수!’라는 문자를 끝으로 필자는 다시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로 돌아왔다. 인터넷사용을 위해 가입했던 ‘안심데이터 100’서비스도 해지했다.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체험하고 나니 일반 휴대전화로는 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아쉬워졌다. 하지만 일반 휴대전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과 떨어지는 통화품질, 잦은 충전 필요성 등 스마트폰의 단점도 분명히 알게 됐다.

비교체험을 마친 4월 중순에서 약 한 달이 지난 후, 휴대전화 2년 약정기간이 다 찼을 때 필자는 잠시 갈등했다. 기존 휴대전화 고수냐,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냐? 결국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그 매력을 몰랐을 때는 일반 휴대전화에도 만족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찾아다니는 번거로움, 또 돈 내고 쓰는 문자서비스를 참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을 곧바로 해소할 수 있는 편리함, 공짜로 긴 수다를 떨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요즘 필자가 누리는 스마트폰의 가장 큰 혜택이다. 하지만 6,7월 평균을 내 본 결과  기기 할부금을 제외하고 월 6만 원 가량 나오는 전화요금은 일반 휴대전화 때 보다 1만 원 가량 더 늘었고, 외출할 때마다 예비 배터리를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추가됐다. 그래도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 앞으로 새로운 응용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스마트폰의 ‘수렁’에 더 깊이 빠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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