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18.5.23 수
> 뉴스 > 미디어 > 미디어비평
     
김정은 ‘키’에 집착하는 TV조선
[미디어비평] 4년 전에도 ‘키’ 걱정⋯빗나간 ‘다양성 강화’
2018년 05월 06일 (일) 22:23:19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TV조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키높이 구두’에 무려 8분을 할애했다. 지난 5월 3일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 세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로 ‘김정은, 키높이 구두 착용?’을 다뤘다.

   
▲ 발등 경사로 김 위원장이 키높이 구두를 신었음을 분석.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방송에서 기자가 제시한 근거는 김 위원장의 구두 앞부분 경사다. 보통 남성 구두 경사는 30도인데, 김 위원장 구두는 40도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를 ‘키높이 구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했다. 또 ‘김정은이 팔자걸음을 걷는 것도 키높이 구두를 신을 때 나오는 특징’이라는 제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전했다.

정상 간 키 차이 분석은 왜?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를 꺼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키 차이를 정확히 알고 싶었기 때문일까? 이어 방송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키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키가 비슷해 의아했다며 사회자는 운을 띄운다. 원래 문 대통령보다 김 위원장 키가 1~2cm 정도 작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면 실제 그것보다 더 작다고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키 차이 추정.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작업은 면밀하게 이뤄진다. 김 위원장의 겉굽은 약 4cm, 안굽은 4~5cm, 따라서 총 8~9cm 정도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누렸을 것이라는 말을 ‘키높이 구두 전문 쇼핑몰 대표’에게서 빌린다.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키 차이는 2cm가 아니라 6cm 정도 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키가 172cm니까, 김 위원장 키는 166cm일 것이라는 추정이다.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교한다. 트럼프 대통령 키가 188cm니까 김 위원장과 20cm 정도 차이가 날 것이고, 따라서 안굽을 5cm 정도 착용하면 키 차이가 15cm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친절하게 해설한다.

   
▲ 안굽을 5cm 정도 착용하면 키 차이가 15cm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설.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그러고는 김정일과 김일성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정일도 키높이 구두를 신었는데,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바지색과 맞는 구두를 신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자는 “김일성은 크지 않았냐”며 “북한이 워낙 우상화를 잘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 속에 김일성 장군님은 굉장히 엄청난 분으로 인상이 남아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키 이야기가 다 끝나갈 즈음에는 ‘김정은 손, 전체적으로 살 쪄 있어’라는 뜬금없는 자막이 등장하기도 한다.

   
▲ 맥락 없이 '김정은 손, 전체적으로 살 쪄 있어’라는 자막 등장.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키가 작으면 협상에 불리하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지막으로 <TV조선>이 걱정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는 데 불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왜? 체격적으로 불리해 위압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더 높은 구두’를 신고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부록’ 삼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키 걱정이 이어진다. 북미정상회담 예상 수행원 가운데 북한의 김 부부장을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온다면 김 부부장이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방카 키가 180cm인데 주로 10cm 킬 힐을 신는다며 190cm를 넘어 2m에 육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온라인 기사 ‘김정은 신발등 40度 각도의 의미는?⋯전문가 7인 김정은 '진단'’에서 ‘김정은의 몸’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가 채널 주요기사로 직접 선정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PICK’ 기사이기도 했다. 해당기사에는 해시태그로 ‘#김정은 건강상태’ ‘#키높이 깔창 신발’ ‘#김정은 고도비만’ ‘#고도비만 치료제’가 달렸다.

   
▲ 전문가 7인이 분석한 ‘김정은의 몸’. ⓒ <조선일보> 홈페이지

<TV조선>은 ‘키높이 구두’를 파는 전국 사장님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성공적인 북미회담을 위해 ‘상당히 더 높은 구두’를 신고 나와야 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귀띔해주고 싶었던 걸까? 도대체 이런 방송의 목적이 뭘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따라쟁이 김정은’ 등 일거수 일투족 분석

사실 <TV조선>의 김 위원장 ‘키높이 구두에 대한 집착’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10월 15일에도 <TV조선>은 ‘데스크 360°’에서 ‘발목 아파도 키높이 구두’를 고집하는 김정은의 의도를 추정했다. 큰 주제는 ‘따라쟁이 김정은’이었다. 손동작까지 김일성과 김정일을 따라 하는 김정은을 분석했다. 외국 정상들을 접견할 때 대표단과 키가 비등했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키가 작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김일성처럼 보이기 위해 키높이 구두에 신경 쓴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9월 30일자 ‘데스크 360°’에서도 ‘김정은, 양쪽 발목 관절수술. 과체중·키높이 구두가 결국 말썽?’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심한 과체중에 키높이 구두를 신고 많이 걷다 보니 발목에 무리가 가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2014년 2월 8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도 ‘김정은, 보육원서 구둣발⋯키높이구두 때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보육원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 김 위원장의 숨은 의도를 분석했다. ‘허장성세다’ ‘낮아도 8cm정도 되는 구두를 벗고 들어가 키가 푹 줄어들면 권위가 떨어진다’ ‘맨발을 보여주면 발바닥이 너무 넓어서 보기 싫어 그런다’ 등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체계적이지 못한 북한 당국을 비판하며 끝난다. 즉흥적으로 보육원에 갔다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일정을 잡아서 갔다면 카메라맨들이 키가 커 보이게 잡을 수도 있고, 미리 실내화를 준비해 발을 안 보여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 보육원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 김 위원장의 숨은 의도 가운데 하나는 맨발을 보여주면 발바닥이 너무 넓어 보기 싫어서 라는 것.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이러한 관심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TV조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다. 2014년 9월 30일 뉴스9 ‘김정은, 양쪽 발목뼈에 금⋯10여일 전 수술 받은 듯’, 10월 1일 뉴스7 ‘김정은, 양쪽 발목뼈에 금⋯10여일 전 수술 받은 듯’, 10월 14일자 뉴스특보 ‘김정은의 발목, 여전히 주시대상’ 등의 기사가 보도됐다.

<TV조선>이 김 부부장의 키를 걱정한 사례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17일 ‘뉴스현장’에서 ‘'개막' 김여정 vs. '폐막' 이방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이방카 선임고문를 보내는 이유로 키 작은 김 부부장과 북한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는 전략이 있다고 했다.

물론 5월 3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와 비슷한 시간에 하는 <채널A> ‘정치 데스크’에서도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를 다루긴 했다. 하지만 ‘걷기 힘들어 보인다’ ‘연출한 것이다’ ‘김여정 관할이다’ 등의 이야기에 2분 정도 할애한 것에 견주면 <TV조선>은 너무 지나치다. <TV조선>이 2014년 김 위원장 발목에 큰 관심을 가졌을 때도 <채널A>는 2014년 9월 10일 ‘뉴스특급’에서 ‘김정일, 7cm 키높이 구두 애용⋯아버지에 열등감?’ 2014년 3월 13일 ‘NEWS TOP10’에서 ‘패기머리·키높이 구두⋯‘김정은 스타일’ 만든 그녀’ 등을 다뤘을 뿐이다.

북한 관련 가십 보도는 본질 호도

이러한 <TV조선>의 북한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가십성’ 보도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성 내용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흥미를 끌고자 하는 보도일 뿐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추측된다’ ‘예상된다’ 등이 난무하고,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에서 ‘김정은의 우상화 의도’ ‘위태로운 북한 체제’ 등의 과도한 의미가 추출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십은 사람들 입에 잘 오르내릴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십은 잘 소비된다. 북한 관련 가십은 더욱 잘 소비된다. 한민족이면서 폐쇄적인 북한은 호기심 대상이고, 시청률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TV조선>이 북한 관련 가십 보도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가십까지 다룰 수 있는 <TV조선>의 여유는 방영중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많은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TV조선>은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에서 탈락점수를 받았다. 시사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해서다. 실제로 평일 하루에 메인뉴스인 ‘뉴스9’을 빼고 <TV조선>에서 방영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6개다(‘뉴스 퍼레이드’ ‘TV조선 네트워크 뉴스’ ‘신통방통’ ‘보도본부 핫라인’ ‘사건파일24’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게다가 같은 시간 다른 종편 비슷한 시사보도 프로그램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가십 보도는 본질을 호도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5월 3일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서 <TV조선>이 김 위원장의 ‘키높이 구두’를 이야기하면서 같이 이야기한 것 가운데 더 중요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북미정상회담에 예상되는 북한과 미국의 수행원들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질지 예상해볼 수 있고,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회담 이후에는 어떤 행보를 발 빠르게 보여야 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김 부부장과 이방카 선임고문의 키 차이로, 즉 가십으로 끝을 맺었다.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프로그램 소개를 보면, ‘정치 이슈에 집중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지향했던 [이것이 정치다]에 사건·사고, 문화·연예, 경제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오후의 뉴스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업그레이드 버전 시사 쇼 프로그램’이라고 쓰여 있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북한과 미국의 수행원들을 소개하다 김 부부장과 이방카 선임고문의 키 차이로 마무리. ⓒ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다양성 강화’라는 종편 도입 취지의 ‘기형적 충족’

에리히 프롬은 언론이 여러 방법으로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마비시킨다고 했다. 영상 효과와 신뢰를 주는 방송 출연자를 활용해 중대한 문제와 하찮은 문제를 뒤섞어 가십거리마저 중요하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정상 간 키 차이를 계산하는 <TV조선>의 면밀한 작업은 영상 효과로 가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재승인 심사 결과 탈락점수를 받았을 때 <TV조선>은 청문회에서 시사프로그램 축소, 조화로운 편성, 진행자·출연자 관리 및 제재 강화, 콘텐츠 투자 확대 등의 의지를 보여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종편 도입 취지는 ‘다양성’이었다. 그 다양성이 가십을 포함한 하찮은 주제로까지 다양성 확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질은 종편 도입 취지에 맞게 여론 다양성과 장르 다양성 등을 충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편집 : 이창우 기자

[황금빛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황금빛입니다.
모두가 나의 일이라 느낄 때 사회는 변한다.
     관련기사
· 어느 언론에 미투를 고백할까
· MB에 쫓기던 MBC, MB를 쫓다
· 조선일보는 시민의 정책참여가 싫은가
· 역시 ‘삼성공화국’ 증명?
· ‘진상 규명’하자는 언론과 ‘보수 결집’ 노리는 언론
황금빛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문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환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