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1400여 곳의 읍·면사무소 소재지 대부분에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읍·면의 생산자가 만들어 읍·면의 소비자들이 마셨던 이 막걸리는 글자 그대로 ‘풀뿌리 막걸리’였다.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가 젊은 세대 또는 도시인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요즘, 정작 풀뿌리 막걸리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막걸리 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지역의 풀뿌리 막걸리 양조장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운영 중인 곳은 어디인지, 이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전혀 없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공식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편: [풀뿌리 막걸리 소멸 보고서] 프롤로그 – 양조장 사장의 소망 수도권 도시철도 1호선 끝자락에 위치한 충남 아산 시내에서 30분 정도 차를 달리면 둔포면이 나온다. 도로 주변은 온통 논이다. 둔포면 전체 41제곱킬로미터(㎢)의 절반 이상 지역에서 벼를 기른다. 논으로 둘러싸인 둔포면 구도심의 북쪽에 둔포면사무소가 있다. 양옆으로 보건지소와 파출소를 끼고 있는 면사무소에서 100여 미터(m) 떨어진 곳에 건물 한 채가 있다. 제법 큰 270여 평 규모지만, 벽과 지붕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문은 다 부서졌고, 어딘가
지난 1편에서는 200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한 막걸리 양조장의 현재를 살펴봤다. 1975년 전국 읍과 면마다 하나씩 있고도 남을 만큼 많았던 ‘풀뿌리 막걸리 양조장’은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85% 이상 사라졌다. 지역 소멸과 수도권 대형 막걸리 공세가 맞물리면서 남은 15% 양조장 주인들은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전국 단위로 납품하는 몇 군데를 빼면 사정은 엇비슷하다. 막걸리 시장 전체가 기울면서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