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활동을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먹고산다’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흔하게 쓰는 표현이다. 글 쓰며 먹고산다는 사람, 운전해서 먹고산다는 사람, 노래로 먹고산다는 사람. 자신의 직업을 설명할 때 이만큼 상대에게 쉽게 전달되는 표현은 드물다. 올해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모은 메가 히트작, 영화 <파묘>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주인공 김상덕(최민식)은 풍수사다. 때로는 지관(地官)이라 자신을 칭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풍수지리설은 미신, 혹은 유사 과학 정도로 치부되며 위세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기강 잡힌’ 미디어 사투리최근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의 줄임말)이 게재한 ‘미디어 사투리 기강 잡으러 왔어예’이다. 지난달 29일 업로드된 해당 영상은 20일 기준 조회 수 176만 회를 기록, 댓글 수만 3,400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에서 대구 경북 지역의 사투리를 가르치는 유튜버 강민지는 인터넷 강의 일타 강사의 모습으로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사용되는 대구 경북 지역의 사투리를 바로잡는다.그는 영상에서 “안녕하시소”라고 인사하
이제 숏폼(short-form, 16:9 세로 비율의 1분 남짓 영상을 주로 가리킨다)을 소비하지 않는 청년 세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2016년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출시한 지 불과 8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작년 10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숏폼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숏폼 이용 비율이 높았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도 약 60%로 결코 적지 않았다. 나이를 불문하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결혼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한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동성혼이 합법인 주에서 결혼한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권리 요구가 가능해졌고 이로써 미국은 세계에서 18번째로 동성혼을 완전히 승인한 국가가 되었다. 여러 언론은 ‘Love Has Won(사랑이 승소했다)’이라는 제목으로 소식을 알렸고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LoveWon’, ‘#LoveWins’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환영을 표현했다. 해시태그 운동에는 오바마 전 대통
사진과 텍스트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복제와 표절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은 그렇지 않다. 영상이 도용된 것을 알아차리려면, 영상 원본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누군가가 도용한 영상을 목격해야 한다. 우리는 시청한 모든 영상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영상물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들키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인 이 상황은 방송계의 삐뚤어진 관행으로 이어졌다. 고품질의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방송 제작자에게 매일 약 5백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유튜브는 영상 소스를 검색하는 창구로
한국판 나사(NASA), 우주항공청이 오는 5월 설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약칭은 KASA로 정해졌습니다.지난해 5월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된 우주항공청 설치에 관한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입니다.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차관급 외청으로 설치돼, 우주항공 분야에 관한 정책 수립과 산업 육성, 연구개발을 총괄하게 됩니다. 과기부, 산업부, 국토부, 방위사업청에서 분산 진행되던 우주항공 관련 업무는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됩니다.기존에 국내 우주개발연구를 담당해온 한국항공우주원과 한국천문연구원도 우주항공청 산하로
공개 코미디의 재조명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MBC ‘개그야’. 지상파를 대표했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다. 공개 코미디란 스튜디오를 대학로 소 공연장처럼 구성하고 코미디언들이 방청객에게 콩트 형식의 코미디 공연을 선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에는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방영되어 왔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 코미디를 대표하며 수많은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스타 예능인들을 발굴해 냈다. 그러나 201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하
<저널리즘 기본원칙> 서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옮긴이 서문’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 그리고 초판부터 실렸던 ‘서문’이 있다. ‘서문’은 저자인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저술한 의도를 담고 있어 가장 중요하다.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는 2020년대 저널리즘이 마주한 새로운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진단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 서문’은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가 영미 언론 상황과 한국을 비교하며 왜 한국의 언론인과 예비언론인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읽어야
2008년부터 16년 동안 경남 일대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왔던 김해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이하 ‘김해 외노자 센터’)가 폐쇄됐다. 김해뿐 아니라 전국 9개 거점 센터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난 21일, 2024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에 대한 사업액을 전액 삭감한 고용노동부의 예산안도 이날 확정됐다. 전국 거점 센터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소연을 들어주며 따뜻하게 상담해주던 이들을 모두 잃었다.고용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지
‘마라탕’, ‘햄버거’, ‘라멘’, ‘케밥’, ‘스시’, ‘마라탕’, ‘탕후루’. 음식에는 국경이 없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음식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것은 모두가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선택지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지역 향토음식이다.그러나 늘어가는 해외 음식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실제로 향토음식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그대들은 뭘 먹고 살
올해 3월,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그의 마지막 작품인 '만년양식집'에 대한 비평문이다.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서부 멕시코만 연안에는 인구 320만 명의 항만 도시 탬파베이(Tampa Bay)가 있다. 2018년, 이 지역 유력 신문인 <탬파베이타임즈>의 기자는 힐스버거 카운티의 한 학교 물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 수도에선 기준치를 한참 초과한 납이 검출되었다. 근처엔 플로리다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납 제련소 ‘고퍼 리소스’(Gopher Resource, 이하 고퍼)가 있었다. 기자는 시선을 학교에서 고퍼로 옮겼다. 고퍼는 폐배터리에서 납을 추출하고 재가공해 연간 수억 달러의
눈발이 휘날리는 1979년 12월 12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고작 100명 남짓한 병력을 이끌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으로 향한다. 경복궁에는 자신의 예하 부대이자 수도 서울을 지키는 30단이 있다. 이태신이 그곳을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반란을 위해 30단에 모인 전두광(황정민)과 그 일당을 잡고 쿠데타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그들을 제압하고 싶지만, 상황은 그를 외면한다. 모든 정보를 장악한 전두광에 의해 이미 군은 반란군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으로 빼곡한 길 반대편에서 전두광은
이 이야기는 임진왜란의 3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에서부터 시작된다. 권율 장군이 이끄는 군대와 백성들이 힘을 합해 일본군을 무찔렀다던, 바로 그 전투다.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행주대첩에서 큰 활약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날랐다던 여인들 중 한 사람 ‘박개분’은 타고난 힘이 굉장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족족 일본군을 쓰러트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2023년, 서울 곳곳에는 모계 유전으로 내려온 박개분의 괴력을 이어받은 여인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순 씨가, 강남구에는 강남순 씨가 살고 있다.jt
“뉴스로부터 멀어지고, 취업이 힘들고, 개인의 삶에 갇혀서 소외감을 느끼고, 점심시간 때 대화하기 힘든 사람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게 뉴닉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우리가 ‘이게 맞아,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지난달 16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청년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강연한 김소연 뉴닉(NEWNEEK) 대표의 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초청으로 특강에 나선 김 대표는 뉴닉의 창업기와 뉴스 큐레이션(
극지의 얼음이 녹고 있다. 알고 있다. 섬나라가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것도 이미 알고 있다. 아마존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아프리카 사바나 지대에선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왔다. 그래서 모든 말에 공감한다. 과도한 탄소 배출은 나쁜 짓이고, 하루빨리 이를 제지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를 위한 지구는 없다. 그런데 왤까, 조금 지친 것 같다. 귀찮다는 핑계를 방패 삼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죄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나 하나 노력한다고 해서 세상이 극적으로 바뀔 리가 없을 것만 같다. 특히
※이 글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절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감성적으로 예민한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꽤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내가 보기엔 자기 파괴적이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거나, 대화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눈물을 터뜨렸고, 만나는 애인이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식이었다. 처음엔 진정해 보라며 위로했고, 해결 방안을 찾아주려 하다가, 결국엔 타박했다. 점점 친구의 감정 기복에 지쳐갔다. 자주 다투게 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