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의 아픈 기억들N번방 보도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던 2020년 초, 나는 독일에 있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N번방 사건을 접했다.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을 노예로 삼으며 대규모 인원이 집단으로 린치를 가한 사건은 충격이었다. n번방은 이전의 온라인 성범죄와는 달랐다.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몰래카메라를 찍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많게는 만 명 가까이 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노예’라 부르는 피해자들의 사진이 공개됐다. 주로 미성년자들이었다. 모델 일을 소개해주겠다는 URL을 클릭하면 즉시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넘어갔다
착취도시, 서울/이혜미 지음/글항아리/1만3000원부모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대학 시절, 주머니 형편에 맞춰 삶의 질을 결정했다. 4년 동안 내 삶의 질은 주거환경에 따라 바닥을 쳤다가 조금 나아지기를 반복했다.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던 2017년, 직접 겪어온 주거 빈곤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다.그곳에서 만난 어느 할아버지는 키가 175cm였는데, 두 발을 뻗고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좁은 1평짜리 방에 살고 있었다. 1평 남짓한 쪽방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가난과 외로움의
한 프로그램 제작진이 소년재판 담당 판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년재판을 맡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판사는 무덤덤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한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혐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누군가를, 그중에서도 자신이 매일 만나는 소년범을 당당하게 혐오한다고 말하는 ‘소년재판 판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소년재판 판사의 굳은 얼굴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지방대의 위기는 여기서 ‘능력’을 잘못 해석하고 교육의 ‘균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대학이 어느 지역에 있는가와 상관없이 청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존중받아야 비로소 헌법 제31조의 가치가 지켜지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담보될 것이다. 나는 지역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줄탁동시(啐啄同時)’, 즉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껍질을 쪼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 일제 치하에서 많은 한국인이 생계를 잃고 고향을 뒤로하고 외국 땅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가족들은 견뎠다. 여기 몇 세대에 걸쳐 견뎌낸 한 가족이 있다.' 드라마 <파친코> 첫 장면에 나오는 자막이다. OTT 애플tv+가 스트리밍 중인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 강점기를 거쳐 오늘까지, 역경을 딛고 선 자이니치(재일동포) 가족의 4대를 그려낸다. 드라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인들의 고난의 역사가 담긴 모든 한국인의 디아스포라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 책 <슬기로운 팩트체크>,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의 창작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다루는 콘텐츠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네 번째 날인 7일 오후에는 토크쇼가 열렸다. 토크쇼는 3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이한기 SBS PD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의 제작 후기를 나눴다. 시민 전은희씨가 사회를 맡아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수집과 검증의 방법을 물었다. 다음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네 번째 날인 7일에는 세계의 팩트체크 기관들이 성과를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유튜브 채널 ‘체카TV’에서 생중계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써머 첸(Summer Chen) 타이완팩트체크센터(Taiwan Fact-Check Center. TFC) 총괄에디터, 알렉산드라 시들(Alexandra Siddall) 대한호주대사관 부대사, 임동준 팩트체크넷 활동가가 참여해 국가별 팩트체크 현황과 주요 과제, 극복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100% 분해가 되는 걸까?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팩트체크 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2021년 청소년 팩트체크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목포혜인여고 팀은 ‘생분해 플라스틱 100% 분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내용은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공동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주간 세 번째 콘퍼런스인 ‘시민 참여’ 부문에서 발표됐다.
저널리즘은 최초의 소셜 미디어이자 공중을 위한 열린 포럼이라고 미국의 언론 연구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글을 맥락 없이 추종하는 저널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언론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받아쓰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쉽게 복제되고 확산된다. 누군가 인터넷 어딘가에 게시한 글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손쉽게 복사되어 퍼진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건 사고 소식이나 유명인의 주장은 가벼운 기삿거리로 삼기 좋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두 번째 날인 5일에는 ‘미디어’와 ‘혁신’을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유튜브 채널 ‘체카TV’에서 생중계된 이날 행사의 ‘미디어 세션’에서는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이끌고 있는 주요 매체 또는 기관의 대표들이 강연했다. ‘혁신 세션’에서는 인공 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국내외 사례가 소개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이 <시력 2.0 : 진실을 보는 힘,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4일 시작됐다. ‘시력 2.0’은 물체의 존재나 형상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인 시력의 가장 좋은 수치를 말한다. 거짓과 사실을 구분하는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온라인 콘퍼런스는 4일부터 금요일인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개막식에서는 미국 듀크대학교 샌퍼드 공공정책대학의 빌 어데어 교수가 <팩트체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빌 어데어 교수는 팩트체크가 처음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와 <한겨레> 출신 고나무 작가의 동명 논픽션 르포를 원작으로 한다.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기를 담은 범죄 수사 드라마로,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드라마는 한국 경찰 첫 프로파일러이자 범죄행동분석팀장을 역임한 권일용 교수를 모델로 한 송하영(김남길)의 작업을 통해 ’악의 심리’를 읽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보여준다. 신예작가인 설인아 작가는 실존 인물과 사건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송승환/박영사/11000원기자 준비생, 그리고 초년 기자는 언젠가 탐사보도를 세상에 내놓는 꿈을 꾼다. 그런데 취재 윤리와 노하우는 교과서를 숙지하는 것만으로 온전히 습득할 수 없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거나, 다른 사람의 취재 경험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감각’을 길러야 한다.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은 기자라면 고민해야 하는 질문을 제시한다. 좋은 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 알려준다.취재보도의 현실과 고민책은 ‘찾다’ ‘만나다’ ‘듣다’ ‘쓰다’ ‘생각하다
시대가 나를 버려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청춘 드라마다. 청춘은 꿈과 동경, 사랑이 뒤섞인 주스다. 생생한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색도 오묘하다. 마시면 어떤 맛이 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무서워도 마셔야 한다. 인생이라는 테이블 위에 놓인 1인분의 청춘을 마시며 아이는 몸집이 커져 마침내 어른이 된다. 아이는 청춘의 컵에 담긴 주스를 마실 때 혀끝에 느껴지는 쓴맛과 단맛, 매운맛을 고스란히 느끼며 삶을 배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가 꿈과 동경과 사랑을 어
1945 히로시마/존 허시 지음/김영희 옮김/책과함께/9900원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빠는 할아버지도 히로시마에 계셨었다고 말했다. 엄마와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자폭탄이 터질 때 계신 건 아니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이던 1920년, 할아버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계곡은 좁았고 먹을 것이 부족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히로시마로 갔다. 그 돈으로 합천에 논도 사고 밭도 샀다. 할아버지는 1945년이 되기 전에 가족들이 있는 합천으로 돌아왔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몇몇 우연과 선택은 인생의 방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이 올라가며 총리, 장관 등 고위직에 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언론은 벌써부터 주요 직책에 예상되는 인물을 거론하며 인사검증에 시동을 걸고 있다.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훨씬 넘는 172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과정은 종종 가혹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공직 후보의 공적 활동에서부터 내밀한 사생활까지 샅샅이 드러나는 경
지난 10일 고용노동부는 부처 누리집과 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에 반박자료를 올렸다. 그 전날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한 1장 분량의 반박자료였다. 보도 내용은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달 유세 차량 운전기사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했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기사에 인용된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보도에 신중”해달라고 밝혔다. 자료에는 관계자의 발언을 부인한 내용 외에 별다른 반박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이런 식의 반박자료나 설명자료를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270건, 보건복지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