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지방대의 위기는 여기서 ‘능력’을 잘못 해석하고 교육의 ‘균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대학이 어느 지역에 있는가와 상관없이 청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존중받아야 비로소 헌법 제31조의 가치가 지켜지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담보될 것이다. 나는 지역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줄탁동시(啐啄同時)’, 즉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껍질을 쪼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100% 분해가 되는 걸까?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팩트체크 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2021년 청소년 팩트체크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목포혜인여고 팀은 ‘생분해 플라스틱 100% 분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내용은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공동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주간 세 번째 콘퍼런스인 ‘시민 참여’ 부문에서 발표됐다.
저널리즘은 최초의 소셜 미디어이자 공중을 위한 열린 포럼이라고 미국의 언론 연구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글을 맥락 없이 추종하는 저널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언론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받아쓰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쉽게 복제되고 확산된다. 누군가 인터넷 어딘가에 게시한 글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손쉽게 복사되어 퍼진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건 사고 소식이나 유명인의 주장은 가벼운 기삿거리로 삼기 좋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두 번째 날인 5일에는 ‘미디어’와 ‘혁신’을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유튜브 채널 ‘체카TV’에서 생중계된 이날 행사의 ‘미디어 세션’에서는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이끌고 있는 주요 매체 또는 기관의 대표들이 강연했다. ‘혁신 세션’에서는 인공 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국내외 사례가 소개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이 <시력 2.0 : 진실을 보는 힘,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4일 시작됐다. ‘시력 2.0’은 물체의 존재나 형상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인 시력의 가장 좋은 수치를 말한다. 거짓과 사실을 구분하는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온라인 콘퍼런스는 4일부터 금요일인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개막식에서는 미국 듀크대학교 샌퍼드 공공정책대학의 빌 어데어 교수가 <팩트체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빌 어데어 교수는 팩트체크가 처음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와 <한겨레> 출신 고나무 작가의 동명 논픽션 르포를 원작으로 한다.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기를 담은 범죄 수사 드라마로,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드라마는 한국 경찰 첫 프로파일러이자 범죄행동분석팀장을 역임한 권일용 교수를 모델로 한 송하영(김남길)의 작업을 통해 ’악의 심리’를 읽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보여준다. 신예작가인 설인아 작가는 실존 인물과 사건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송승환/박영사/11000원기자 준비생, 그리고 초년 기자는 언젠가 탐사보도를 세상에 내놓는 꿈을 꾼다. 그런데 취재 윤리와 노하우는 교과서를 숙지하는 것만으로 온전히 습득할 수 없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거나, 다른 사람의 취재 경험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감각’을 길러야 한다.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은 기자라면 고민해야 하는 질문을 제시한다. 좋은 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 알려준다.취재보도의 현실과 고민책은 ‘찾다’ ‘만나다’ ‘듣다’ ‘쓰다’ ‘생각하다
시대가 나를 버려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청춘 드라마다. 청춘은 꿈과 동경, 사랑이 뒤섞인 주스다. 생생한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색도 오묘하다. 마시면 어떤 맛이 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무서워도 마셔야 한다. 인생이라는 테이블 위에 놓인 1인분의 청춘을 마시며 아이는 몸집이 커져 마침내 어른이 된다. 아이는 청춘의 컵에 담긴 주스를 마실 때 혀끝에 느껴지는 쓴맛과 단맛, 매운맛을 고스란히 느끼며 삶을 배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가 꿈과 동경과 사랑을 어
1945 히로시마/존 허시 지음/김영희 옮김/책과함께/9900원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빠는 할아버지도 히로시마에 계셨었다고 말했다. 엄마와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자폭탄이 터질 때 계신 건 아니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이던 1920년, 할아버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계곡은 좁았고 먹을 것이 부족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히로시마로 갔다. 그 돈으로 합천에 논도 사고 밭도 샀다. 할아버지는 1945년이 되기 전에 가족들이 있는 합천으로 돌아왔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몇몇 우연과 선택은 인생의 방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이 올라가며 총리, 장관 등 고위직에 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언론은 벌써부터 주요 직책에 예상되는 인물을 거론하며 인사검증에 시동을 걸고 있다.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훨씬 넘는 172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과정은 종종 가혹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공직 후보의 공적 활동에서부터 내밀한 사생활까지 샅샅이 드러나는 경
지난 10일 고용노동부는 부처 누리집과 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에 반박자료를 올렸다. 그 전날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한 1장 분량의 반박자료였다. 보도 내용은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달 유세 차량 운전기사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했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기사에 인용된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보도에 신중”해달라고 밝혔다. 자료에는 관계자의 발언을 부인한 내용 외에 별다른 반박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이런 식의 반박자료나 설명자료를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270건, 보건복지부는
그녀가 말했다/조디 캔터, 메건 투히/책읽는수요일/16000원 2017년 10월 5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추문을 폭로하는 기사가 세상에 나왔다. ‘할리우드 거물의 위계적 성범죄 자취’(Sexual Misconduct Claims Trail a Hollywood Mogul)라는 제목이었다. 그 후 한 달 동안 21편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둑이 무너지듯 전 세계 수백만 여성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적 학대 경험을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MeToo’가 언급된 게시글 수천
굿바이, 편집장/고경태/한겨레출판/2만원 “편집자에서 동그라미 하나 그리면 편집장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편집장을 이렇게 정의한다. ‘편집하는 사람들의 우두머리로서 편집 업무 전체를 관할하는 사람.’ 동그라미 하나의 차이는 무섭다. 편집장은 우두머리다. 취재에서 사진까지 최종결정권을 쥔 두목이라는 뜻이다. 끝없이 결정하고 승인한다.” (<굿바이, 편집장>, 17쪽)먼지 가득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신문을 만들어 본 적 있다. 대학생 때였다. 학보사에 들어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 재미를 느낄 때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야기가 마치 지방대를 다니는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한 생각은 바로 ‘나도 편입 준비를 해야 하나’였다. 분명 만족하며 온 학교였지만 편입을 준비하는 동기들, 편입으로 서울에 있는 소위 명문대에 간 선배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4학년이 된 지
인간은 자연이 주는 ‘힐링’을 당연한 것으로 누리며 살았다. 자연과 생명은 바쁜 도시 생활을 벗어나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관광 요소로 여겨졌다. 인간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이 자연과 다른 생명의 생존 조건은 얼마나 망가졌을까? 연구자가 그 변화를 관찰하고 싶어도 실제로 하기는 힘들었다. 지구 어느 곳이나 사람이 없는 날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은 새로운 분기점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봉쇄령 등으로 인간의 활동이 제한되자 자연이 달라졌다. 인간이 사라진 시공간은 야생이
능력주의는 개인의 실력과 업적에 따른 보상을 주장한다. 계급, 권력 등 세습된 요소를 배제하고 자유 경쟁에 따라 보상해야 공정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달리 능력주의는 현실에서 공정하지 않게 작동한다. 능력에는 부모의 경제력, 경험의 차이, 행운 같은 다양한 요소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능력을 유일한 기준으로 절대화하면 현존하는 차별적 구조를 보기 어렵다. 책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가 지적한 현실처럼, 한국은 과도한 능력주의가 낳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능력주의의 각자도생보다 포
미국 플로리다 주 게인즈빌(Gainesville)의 한 정신병원에서 23세 남성, 앤서니 바르소티 3세(Anthony Barsotti Ⅲ)가 죽었다. 그는 숨이 끊어지기 전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타이레놀을 달라고 했다. 의료진도 그의 상태를 몰랐다.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주고, 타이레놀을 먹였다. 그는 뇌사 상태에 빠져 죽었다. 잿빛 얼굴에 어슴푸레 뜬 눈으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한 채였다.앤서니는 조현병 환자였다. 타인을 공격하는 이상 행동이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도 이상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