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두산중공업 사옥(두산타워) 앞. 바람이 거세게 부는 거리에서 남녀 청년 50여 명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몇 분 뒤 ‘두산 경비원’ 역할을 맡은 한 남성 활동가가 “여기 사유지인 거 몰라, 사유지! 뭔데 이러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자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이나경, 오지혁 활동가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지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
여름으로 막 접어든 2018년 5월 21일 오후, 독일 전역의 태양광 패널들이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일제히 반짝이며 기록적인 양의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력망 관리기관인 연방통신청(BNetzA)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독일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로만 50.3기가와트시(GWh)의 전기가 생산됐습니다. 이는 같은 시간대 전력수요량 49.7GWh를 초과하는 양입니다. 전체 전기 수요량의 100퍼센트(%) 이상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 것입니다.재생에너지로 일시적 전력 수요 100% 충당도이날 독일에서는
독일 서남쪽에는 ‘검은 숲’이라는 뜻의 ‘슈바르츠발트’ 삼림지대가 있습니다. 이 삼림지대 근처에 인구 22만 명의 유서 깊은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있습니다. 마르틴 하이데거, 막스 베버 등 저명한 학자들을 배출한 프라이부르크대학교가 있는 곳입니다. 여러 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어 7명 중 1명이 대학생인 교육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유럽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로 더 유명합니다.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시민의식과 일관성 있는 자치행정이 오늘날 프라이부르크를 독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연간 3
스포츠 자동차들이 치열한 경주를 벌이는 전라남도 영암군의 포뮬러 원(Formula 1·F1) 경기장. 전체 면적 130만제곱미터(㎡·약 40만 평) 중 약 20%인 23만㎡가 주차장이다. 지난해 11월 8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찾아간 이 주차장은 1구역에서 7구역까지, 축구장 30개 크기의 면적에 태양광 패널들이 웅장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3~4미터(m) 높이로 우뚝 솟은 패널들은 빛을 많이 반사하지 않아 검은빛을 띠었다. 비나 눈이 흘러내리도록 기울어지게 설치된 패널 밑에 주차된 자동차에는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졌다.영암에프원 태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트로이엔브리첸시에 있는 펠트하임(Feldheim)은 주민 수가 130명 남짓인 농촌입니다. 통일 전 동독 지역이었던 이 마을은 수도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이 걸리는 시골인데도 세계 각지에서 방문객이 꽤 찾아옵니다. 펠트하임은 ‘에너지전환 모범마을’로, 주민들이 쓰는 모든 전기와 난방을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때문입니다.돼지와 양, 옥수수와 밀을 키워 생계를 꾸려온 이 마을에는 현재 55개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간 250기가와트시(GWh)만
스웨덴의 서남단,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마주 보고 있는 항구도시 말뫼(Malmö)는 지난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한 곳입니다. 쾌적한 주거환경,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가 매력적이어서 코펜하겐에서 일하는 덴마크 청년들도 이곳에서 출퇴근하려고 몰려옵니다. 그래서 약 40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35세 이하의 젊은이들입니다. 재생에너지·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단지의 벤처기업인들과 말뫼대학의 연구진, 학생 등이 만들어내는 이 도시의 활기는 절망적 쇠락의 아픔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2017년 6월 2일 독일 에센에서 열린 녹색도시 시상식에서 스웨덴 벡셰를 벨기에 루벤과 함께 ‘2018 유럽 그린리프(Green Leaf)’로 선정했습니다. EU집행위원회는 매년 자연보호와 녹색성장을 선도해 온 도시를 뽑는데, 인구 10만 이상 도시에는 ‘유럽 그린캐피탈’, 인구 2만~10만 사이 소도시에는 유럽 그린리프상을 줍니다.위원회는 "벡셰의 꾸준한 화석연료 퇴출 정책과 바이오매스 활용 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벡셰는 2007년 EU집행위원회가 주최한 ‘지속가능에너지 유럽’의 커뮤니티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채택한 배출전망치(BAU) 방식을 선진국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방식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비해 겉으로만 효과가 커 보이는 착시효과를 가져오니까요.”2018년 5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 쟁점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박용신 환경정의포럼 운영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 부족을 비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한국이 2009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준으로 설정한 BAU(business as usu
“기후변화는 경제, 일자리, 범죄, 전쟁이 들어차 있는 걱정의 웅덩이 가장자리에 놓아둘 수 있는 사치스러운 걱정거리가 됐습니다.”지구온난화가 심각한데도 대중의 경각심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국의 비영리단체 ‘기후지원정보네트워크’의 공동창립자인 조지 마셜은 저서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그 이유로 ‘지나친 환경담론화’를 꼽았습니다. 기후변화 논의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 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환경 논란으로 비치다 보니, 경제·일자리·범죄·전쟁 등 좀 더 긴급해 보이는 사안에 밀려나 버린다는 겁니다.기후변화 재난으로 매년
“핵발전은 갈수록 전기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전력 계통 불안정을 초래할 것입니다. 경제성 논리가 반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탈핵대선연대 공동 주최로 ‘20대 대선, 기후정의의 눈으로 탈핵을 말하라’ 포럼이 열렸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포럼에서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와 핵발전, 공존할 수 있을까’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 노년은 반성합니다. 생산력 제일주의에 제동을 걸지 못한 것에 대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에 기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하여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달라지겠습니다.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앞.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서 60~70대 남녀 40여 명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모여들었다. 석일웅 작은형제회 수사 등이 ‘육십플러스(60+)기후행동 사발통문: 노년이 미래다’를 낭독하는 동안 이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집중했다.
"앞으로 날은 더 더워지고 폭풍우는 더 많이 내릴 텐데, 자연의 이치를 우리가 무슨 수로 막겠어?"2018년 8월 13일 강원도 강릉시 안현동 경포진안상가에서 만난 상인 박정숙 씨는 일주일 전 기습적으로 쏟아진 폭우 피해에 대해 묻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습니다. 같은 달 6일 새벽 3시 무렵부터 한 시간여 동안 집중적으로 내린 비는 진안상가와 마주 보는 경포호수를 범람시켰고, 이 물벼락은 박 씨가 25년째 운영하고 있는 건어물 판매점을 그대로 덮쳤습니다.가게에는 무릎 높이까지 물이 들어차 오징어·젓갈 등 판매 상품과 집기들이
2018년 7월 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자동차 매매 단지 공사 현장. 지하 4층·지상 6층 규모의 대형 자동차 판매 시설이 들어설 이곳은 아직 골조와 바닥 등 기초 공사 중이라 그늘 한 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수원 최고기온은 섭씨 38.1도(℃). 하지만 현장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온도계는 오전 11시를 갓 넘긴 시각 이미 40℃를 가리켰습니다. 건설노동자 150여 명은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나는 ‘찜통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습니다.2018년 5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신모(57·배관설비공)
“내년 대선은 반드시 ‘기후대선’이 되어야 합니다. 기후를 빼놓고는 복지나 노동이나 돌봄이라든지 다른 주요 키워드를 얘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지난 7월 녹색당의 ‘간판’으로 선출된 김예원(31) 공동대표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역설했다. 녹색당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계기로 창당된 우리나라 첫 환경정당이다. 김 대표는 “기후위기로 피해를 보는 경제적 약자와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실직할 노동자 등을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추구하며 ‘탈성장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지구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내년 3월 대선을 목표로 한 국내 정당의 선거운동에서 기후정책은 아직 핵심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과 녹색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은 기후관련 공약을 아직 세부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비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녹색당에서 입수한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19일 종합한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정부안보다 높이는 등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산업계의
“독일 농촌에서는 이익을 공유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참여하고, 농지를 경작과 에너지 생산 두 용도에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습니다.”한국탈핵에너지학회가 지난 1일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주제로 연 온라인 강연회에서 문기덕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클라인마흐노우시 기후보호담당관이 이렇게 말했다. 독일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에너지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그늘이 져도 작물 성장에 문제가 없는 경작지 위에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 강당에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한 이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농식품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대처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