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청년들의 우울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지역 의료공백의 해법은 없을까. 여러분이 원하는 솔루션 아이템에 투표해 주세요.”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니스의 지역신문 <니스마땅>은 뉴스레터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독자들에게 다음 솔루션 기사의 주제 선정을 부탁한다. 독자는 세 가지 이슈 가운데 가장 궁금한 것을 선택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기자들은 취재를 시작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아 나선다. 독자들은 지역사회의 관심사를 파고드는 기자들을 응원하고, 좋은 기사가 나오길 기다린다. 지난 6월 현지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죠. 외국에서 직접 취재하려면 비용이 수천만 원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디지털화로 인해 취재의 장벽이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직접 취재’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거죠. 글로벌 플랫폼으로 취재원이 자신의 뉴스에 관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코로나19 팬데믹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 우크라이나 전쟁 등 희대의 사건들을 미국 워싱턴에서 취재한 김수형(45) SBS 정치부 국제팀 기자가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열린 저널리즘특강에서
‘외다’는 ‘그르다’의 옛말이다. 오른쪽은 옳은 방향이지만 왼쪽은 그른 방향을 말한다. 거의 모든 인간의 언어들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좋은 것은 오른쪽(right), 안 좋은 것은 왼쪽(left)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지원 작가의 그림책 <왼손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살아온 오른손과 그렇지 못한 왼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른손잡이인 한 작가는 무거운 짐을 들고 나서 빨개진 오른손을 보며 “내가 오른손이면 화가 나겠는데?”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 책의 시작이라고 했다.똑같이 생겼으나 서로 다른 것오른손은 억울하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은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주요 현안에 관해 현직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강연과 토론에 나서는 '저널리즘특강'을 매년 가을학기에 개설한다. 2022년 특강은 ‘21세기 언론인과 리영희 정신’부터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도전과 응전’까지, 언론의 영혼과 도구를 아우르는 7개 주제로 구성됐다. <단비뉴스>는 강연과 문답 내용을 기사와 영상으로 독자들에게 배달한다.(편집자)“유신정권이 들어선 후인 1974년 재야의 시민들이 모여 ‘민주회복국민회의’라는 단체를 결성합니다.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시작된 거죠. 당시 단체의 대표를
“북극곰이 살고 있는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다룬 기사에 쓰이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기사만이 아니다. 영상물에도 이를 다룬 내용은 빠지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표현이자 장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내 옆에서 발생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독자와 시청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못 느끼게 만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기후위기 보도가 수용자로 하여금 기후위기를 ‘당장 나에게 중요한 문제’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뉴요커>(The New Yorker)의 ‘관타나모의 어두운 비밀’(Guantánamo’s Darkest Secret)은 2020년 퓰리처상 피처 기사(Feature Writing) 부문 수상작이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에 주목한다. 반면 피처 기사는 ‘어떻게’와 ‘왜’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사건을 기술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피처 기사는 독자로 하여금 보고, 듣고, 느끼게 한다.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관나타모의 어두운 비밀’에 대해 17년 동안 자유를
숨겨진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대중은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어쩔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낀다. 해결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이 펴낸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54%가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관한 비밀을 담은 미 국방부의 기밀 보고서 ‘펜타곤 페이퍼’가 세상에 알려진 뒤 미국 사회에서 반전 운동이 일었다. 닐 쉬한(Neil Sheehan) <뉴욕타임스> 기자가 한 국제관계 전문가로부터 펜타곤 페이퍼 사본을 전달받으며 보도가 시작됐다. 베트남 전쟁의 명분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베트남의 미국 침공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보고서는 암시했다. 당시 닉슨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후속 보도를 막아달라며 사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원은 언론의 자유가 국가
영화 <애프터 양>은 제목 그대로 인공지능로봇 ‘양’(저스틴 H. 민)의 전원이 꺼진 이후 남은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이 인공지능로봇과 구별 지을 수 있는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방대한 지식 저장 능력과 몇 초 만에 계산해 내놓는 수학 문제 정답 등 알고리즘 세계를 인간은 따라잡을 수 없다. 인간답다고 말할 때 대부분 기계적이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계적이지 않다는 건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 의미다. 감정을 통해 교류한다는 의미다. 즉,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 아니냐가 인간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점이 된다.만약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미치코 가쿠타니 지음/돌베개/13,000원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점령당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죽도록 싸우라”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지지자들은 연방의회 의사당 창문을 깨고 난입했다. 상원의장석을 점령하고 무장 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의회 폭동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당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의회폭동이 일어나기 3년 전,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주변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동네, 식당, 교실, 사무실 어느 곳에서도 장애인을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어렵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상적 공간과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아, 약 2만 9000명의 장애인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닷페이스>는 지난해 6월~8월에 걸쳐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 안에 총 10편의 기사와 한 편의 영상을 담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 집'이다. 한때 120명 넘는 장애인이 살았으나 운영자에
김순악 할머니는 열여섯 살의 나이에 일본 위안부로 끌려갔다. 동네 아저씨를 따라 대구의 실 푸는 공장에 취직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공장이 아니라 대구의 한 소개소로 넘겨졌다. 업자들은 화장을 시키고 옷을 해 입혀서 그녀를 일본군에 팔아넘겼다. 다음 행선지는 중국의 내몽고 장가구였다. 그곳에서 1년 넘게 일본군을 상대했다. 일본군의 패전 소식이 들렸다.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무작정 화물열차를 얻어 타고 베이징으로 갔다. 한국 광복군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사정했다. 수수를 물에 갈아 먹으며 겨우 조선 땅으로 돌아왔다
2018년 8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에 잔혹한 칼질이 가해졌다. 10m 높이의 삼나무 900여 그루가 무참히 쓰러졌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한 제주 비자림로 이야기다. 비자림로는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칡오름과 거슨새미오름 사이를 지나는 왕복 2차선 지방도다. 도로 양옆의 숲길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과 2022의 한국소설은 1908년 1월 7일 일본 천황 메이지가 도쿄의 황궁에서 대한제국 황태자 이음을 접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토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을 위협해서 퇴위시키고(1907년), 차남 이척(순종)을 황제 자리에 세웠다. 순종은 황위에 오른 뒤 국내 정치에 관해 통감의 지도를 받기로 협약했다. 1900년대 초 세계정세는 러시아의 남하와 이를 저지하려던 영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었다. 조선은 러시아를 통해 일본을 견제하고자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이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이후 고종은 러시
탐사보도는 이면의 사실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실증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취재를 벌인다. 탐사보도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기자이자 정밀 저널리즘을 주창한 언론학자인 필립 마이어(Philip Meyer)는 1976년 미국 디트로이트 폭동의 원인을 분석한 기사로 유명하다. 폭동 이후 많은 언론은 교육 수준이 낮은 남부 출신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단정하는 보도를 내놨다. 마이어는 그 판단에 근거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 폭동 지역 흑인 거주자 437명을 무작위 표집 방식으로 추출했다. 교육 수준과 폭동 참여 여부, 출신지 등 조
그리움을 채우는 일의 형태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변모했다. 편지,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그리움의 대상을 만났다. 이제 그리운 사람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이라 해도 말이다.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아이를 낳았다”겨울에 태어났기 때문일까. 눈을 닮은 아이는 품에 안으면 녹아 내렸다. 여자는 자신의 온기로 인하여 아이가 녹아 내릴까 두려웠다. 자신의 온기가 아이에게 닿지 않도록 아이와 여자 사이에 눈으로 만든 담을 쌓아 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봄과 함께 초록이 다가왔다. 문틈 사이로 초록이 들어오자 아이가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문틈으로 밀려드는 온기를 막았다. 그때 ‘언제나 겨울 선착순 무료체험’이라 적힌 전단지가 왔다. 여자는 아이에게 ‘금방 돌아온다’는 말을 남긴 채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