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우리 노년은 반성합니다. 생산력 제일주의에 제동을 걸지 못한 것에 대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숙에 기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하여 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달라지겠습니다. 뒤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2022년 1월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앞. 눈발이 날리는 거리에서 60~70대 남녀 40여 명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석일웅 작은형제회 수사 등이 ‘육십플 러스(60+)기후행동 사발통문: 노년이 미래다’를 낭독하는 동안 이들은 비장한 표
엘리스 새뮤얼스는 사진과 동영상 같은 온라인 시각 자료를 분석해 탐사보도물을 만드는 피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비주얼포렌식팀 선임 프로듀서로 일한다. 그의 업무 중 하나는 텔레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인공지능(AI) 등으로 조작된 것은 아닌지 검증하는 일이다. 위성사진 등을 활용해 특정 장소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확인하는 ‘지오로케이션’, 여러 영상을 모아 해당 장면을 재구성하는 ‘동기화’ 등의 기법을 쓴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3 KPF 저널리즘 콘퍼런
왕십리역 1번 출구에서 500m쯤 걸은 후 연립주택이 즐비한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면 6층짜리 회색 건물이 보인다. 철제로 된 대문 옆에는 조그맣게 '진각 선재누리'라고 적힌 은색 명패가 걸려있다. 이곳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한부모 부자(父子)가족이 보증금이나 월세 부담 없이 최대 7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시설이다.복지시설의 생활실은 방 2개와 거실 1개, 화장실을 갖춘 14평형의 단독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에는 공용 식당과 헬스장, 독서실 등이 있고, 옥상에는 작물을 키우는 텃밭도 마련돼 있다. 부자 가족은
충북 제천시 하소교 앞 용두대로17길 어귀에는 흰색 외벽의 2층짜리 건물 하나가 있다. 얼핏 보아선 경찰 파출소나 지구대로 착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파출소나 지구대가 그렇듯 외관은 자그마한 정육면체 모양을 지닌 데다, 옥상엔 태극기가 걸릴 법한 깃대도 세 개나 서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입구에는 실제로 ‘지구대’라고 적힌 나무 간판까지 걸려 있다. 그러나 건물 입구 오른쪽을 보면 외벽에 ‘coffee’와 ‘dessert’라는 영어 문구가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그제야 건물 쓰임새를 알아차린다. 경찰 지구대가 아니라, 카페 ‘지구
2008년부터 16년 동안 경남 일대의 외국인 노동자를 도왔던 김해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이하 ‘김해 외노자 센터’)가 폐쇄됐다. 김해뿐 아니라 전국 9개 거점 센터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난 21일, 2024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에 대한 사업액을 전액 삭감한 고용노동부의 예산안도 이날 확정됐다. 전국 거점 센터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소연을 들어주며 따뜻하게 상담해주던 이들을 모두 잃었다.고용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지
올해로 2회를 맞은 ‘2023 세명 대학언론상’ 시상식이 지난 27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과 부설 저널리즘연구소는 대학 언론의 바람직한 지향점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전국 대학 언론에 보도된 기사 중 ‘대학’, ‘청년’, ‘지역’, ‘환경’을 다룬 글과 영상을 공모했다.올해에는 응모작 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규모로 늘었다. 35개 대학 43개 매체에서 모두 85건의 작품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총 4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독일 농촌에서는 이익을 공유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참여하고, 농지를 경작과 에너지 생산 두 용도에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습니다.”한국탈핵에너지학회가 2021년 12월 1일 ‘독일 농촌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주제로 연 온라인 강연회에서 문기덕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클라인마흐노우시 기후보호담당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그는 독일의 사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독일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에너지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 그늘이 져도 작
[앵커]여자 축구의 인기를 타고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축구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박진감이 있고, 상대적으로 입문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여자 풋살의 인기가 늘며 지난 10월에는 제천에서 전국 대회도 열렸습니다.김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기자]풋살은 축구와 비슷한 규칙으로 5~6명이 즐기는 구기 종목입니다.‘미니 축구’인 셈입니다.경기장이 작아 좀 더 경기 진행이 빠르고 박진감도 있습니다.운동화 외에는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고, 집 주변에 경기장도 많아 풋살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스탠딩]제천 시내에 있는
얼마 전, <뉴스 탁월성 지수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탈고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되어 두루 공개됐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 김창숙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원과 함께 조사하고 집필했다. 더 보완하여 일련의 연구논문으로 발표할 무렵에 상세 내용을 적기로 하고, 오늘은 그 일부만 소개한다.연구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독자의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규범의 필터 버블’ 바깥에서 찾고 싶었다. 기사의 공정성을 평가해달라고 독자에게 주문하고, 독자가 이를 낮게 평가하면
‘마라탕’, ‘햄버거’, ‘라멘’, ‘케밥’, ‘스시’, ‘마라탕’, ‘탕후루’. 음식에는 국경이 없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음식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것은 모두가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선택지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지역 향토음식이다.그러나 늘어가는 해외 음식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실제로 향토음식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그대들은 뭘 먹고 살
올해 3월,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은 그의 마지막 작품인 '만년양식집'에 대한 비평문이다.
“팬데믹과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자국 우선주의, 자원 민족주의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두 등의 비축량을 늘리고 있고,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도 7월 말부터 일부 쌀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 양대 식량대국의 수출 규제가 지속되면 세계 식량위기가 심화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지난 22일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에이티(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이렇게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변화와 다가오는 식량위기’를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서부 멕시코만 연안에는 인구 320만 명의 항만 도시 탬파베이(Tampa Bay)가 있다. 2018년, 이 지역 유력 신문인 <탬파베이타임즈>의 기자는 힐스버거 카운티의 한 학교 물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 수도에선 기준치를 한참 초과한 납이 검출되었다. 근처엔 플로리다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납 제련소 ‘고퍼 리소스’(Gopher Resource, 이하 고퍼)가 있었다. 기자는 시선을 학교에서 고퍼로 옮겼다. 고퍼는 폐배터리에서 납을 추출하고 재가공해 연간 수억 달러의
2021년 10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 강당에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은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농식품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대처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습니다.“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20% 가까이 배출”포럼에서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먹거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5월 26일 제 11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2023년 3월~4월)의 ‘보도특집 다큐부문’으로 제주MBC에서 지난 3월 방영된 다큐멘터리 ‘4.3특집 남겨진 아이들’을 선정했다. 이 다큐는 제주 4.3 특별법 개정 후 학살당한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재판정에 선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한국영상기자협회는 심사평으로 “(다큐는)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함을 알렸고, 잔잔한 영상과 인터뷰로 잘 구성하였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ChatGPT를 이용한 가상 이미지가 그 당시 역사적 고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1리의 한적한 논밭 가운데 현대식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을 잇는 통로 아래 출입구가 있다. 생태 통로를 닮은 그곳에 ‘환경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라고 적혀 있다.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복원센터)는 한반도의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되살리는 핵심 기관이다. 2018년 만들어졌지만,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단비뉴스>는 환경 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복원센터를 널리 소개하고 싶었다. 복원센터의 여러 팀장 가운데 '멸종위기종 방사·이식 모니터링' 과제의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김남영(
지난 6일, 우리나라가 1,900개가 넘는 전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로부터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prize)을 받으며 ‘기후 악당’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기후행동네트워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기간 동안 기후 변화 대응의 진전을 막는 나라를 매일 3개씩 선정해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했습니다.‘오늘의 화석상’은 1999년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마다 수여했는데, 우리나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