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사죄하라.”“아베를 규탄한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던 지난 8월 14일, 민중당 내 조직인 ‘부산여성·엄마민중당’ 소속 윤서영(42) 인권활동가가 부산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일렬로 늘어선 경찰관들을 등지고 그가 힘차게 선창하는 구호를 200여명의 집회 참여 시민들이 따라 외쳤다. 주먹을 쥐고 팔을 크게 흔드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일본총영사관을 마주 보고 앉은 ‘평화의 소녀상’은 고요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지역 청년과 ‘미래세대가 세우는 소녀상’ 추진
“아빠들은 기본적으로 시설소위에 속하는데 재작년까지 매일 터전(어린이집)을 청소했어요. 일이 생겨 ‘방모임’에 연락하면 아빠들이 퇴근하고 쉬다가도 오죠.”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해와달어린이집에서 시설이사를 맡고 있는 박주훈(44·회사원)씨는 ‘육아하는 아빠’다. 아직까지 ‘아이 키우기는 엄마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한 우리 사회지만, 공동육아를 하는 박 이사와 ‘방모임’ 아빠들에겐 ‘천만의 말씀’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호랭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박 이사를 지난 6월 2일 서울 상도동 해와달어린이집에서 만나고 지난달 20일 전화 등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체감을 못하더라도 사회가 천천히 늙어가겠죠. 대한민국 평균 나이가 42세거든요.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5.5세예요. 13~14살 차이가 난다는 거죠. 국회에서 의안을 동의 받을 때 보좌관이 다른 의원실을 일일이 돌아다녀요. 도장 받고 사인 받으러. 전산 결재 시스템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않는 게 답답한 거죠. 정치권이 많이 늙은 거죠.”더불어민주당의 청년조직 중 하나인 전국대학생위원회 두경서(27)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대학에서 도시건설공학을 전공하는 그는 ‘50
“장발장은행 설립은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것에서 시작됐죠. 한국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굉장히 무관심하고, 심지어 국가조차도 아주 냉혹해요. 참 불평등한 사회예요.”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망명객으로 살아가는 삶을 담은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1995)>로 잘 알려진 홍세화(73) 작가가 ‘은행장’이 되어 동분서주하고 있다. 벌금을 못내 구치소·교도소에서 노역을 해야 할 처지인 생계형 범죄자들에게 벌금 낼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그의 일터다. 지난 6월 5일 서울 마포구 ‘소박한 자유인’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고 지난 1
“팩트(사실)라도 기분 나쁘게 말하면 안 듣습니다. 팩트를 전달할 때 상대방을 최대한 인내하고 배려해야 합니다...본인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고 해서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가짜뉴스, 즉 ‘어떤 의도를 갖고 기사처럼 만든 허위 정보’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퍼지고 있는 경로 중 하나로 기독교 교회들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겨레>가 ‘에스더기도운동’에 대한 고발기사를 쓴 데 이어 문화방송(MBC) 등 여러 매체가 비슷한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자성으로, 기독교인 스스로 가
6년 남짓한 기자 생활 중 거의 매년 굵직한 기자상을, 그것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받은 사진기자. 사진취재는 물론이고 기사도 쓰며 영상도 제작하는 멀티 플레이어.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우리 집 막둥이’로 부르며 빵을 챙겨주는 청년. 모두 김성광(33) <한겨레> 기자를 설명하는 말이다.화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를 조명한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으로 지난해 노근리평화상(노근리국제평화재단), 민주언론상 특별상(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상(한국기자협회) 등을 거머쥔 그를 지난 5월 3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고 지난달 전화
대구시 수성동2가 대구교육청 입구 공터에는 지난 5월 27일부터 5평 남짓한 비닐 천막이 자리를 잡았다. ‘노조전임 인정하고 법외노조 취소하라’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들이 천막 앞면에 빼곡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6월 7일 정오 무렵, 조성일(5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과 천막 안에 마주 앉았다.“우리 전교조도 당연한 권리로서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무시당하고 억압받는 게 있어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대구 등 4개 시·도 전교조 전임 불인정 동평중학교 교사인 그
“지금도 (저희 프로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이 프로를) 보고 있어서 뭐 때문에 회사가 욕먹는지 알죠. 여기서 전달되는 시청자 의견이 KBS에 간접적이지만 압박이 될 수 있고, 보도에 더 신경 쓰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 등에 올라간 한국방송(KBS) 뉴스에 시청자들이 댓글을 달면 그걸 방송에서 읽어주는 기자들이 있다. 지난해 8월 유튜브 채널로 시작해 지난 2월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KBS 1라디오에도 정규 편성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다. KBS 보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씨는 야간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고등학교가 싫어 입학 3일 만에 때려치웠다. 집에서 교육방송(EBS) 강의로 공부하던 좋아씨는 TV강연에서 ‘그린 디자이너 1세대’로 꼽히는 환경활동가 윤호섭(76·시각디자인) 국민대 명예교수를 발견했다. 윤 교수는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헌옷에 환경관련 그림을 그려주는 등의 독특한 활동을 했다. 그는 88서울올림픽 디자인에 참여하고 펩시콜라의 한글 로고 등을 만든 유명 상업 디자이너 출신이다.자기가 잘 하는 것으로 세상에 기여하기윤 교수가 매주 일
“올레길이 모두 자식 같아서 어떤 길이 더 좋다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저마다의 매력이 있어서 어느 계절에 누구와 왔느냐에 따라 추천할 수 있는 길이 달라요.”‘올레길의 어머니’로 불리는 서명숙(62)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에게 추천 코스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올레길의 나이는 12살, 총 425킬로미터(km) 26개 코스가 제주도 둘레를 고루 잇고 있다. 한일 양국 시민 1천여명이 한배에 타고 동북아시아의 환경과 역사문제 등을 토론하는 ‘피스 앤 그린보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달 15일 오전 서명숙 이사장과 참가자 30여
“무엇보다도 기자로서 근성과 사명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는 단순한 직장인(월급쟁이)이 아니잖아요.”김균미(54) 서울신문 대기자는 언론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기자의 ‘근성’과 ‘사명감’을 꼽았다. 1989년 입사해 경제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장, 부국장 등을 거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한 김 대기자는 <김균미의 글로벌이슈> 등 칼럼으로 독자와 만나고 있다. 그는 “요즘 사명감을 말하면 꼰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자는 (공익을 위한) 사명감이 있어야 끈질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죠. 두 번째 만났는데 앞으로 또 만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만나면서 안 맞는 것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거니까.”28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 선언’ 불발 뒤, 독립지사 김규식 박사의 손녀 김수옥(76) 우사김규식연구회 회장이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비록 두 정상이 절대다수 국민의 기대와 달리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하노이 선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김 회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김규식 박사는 ‘한반도 비핵화’만큼이나 실타래가 꼬였던 해방정국에서 분단을 막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해서 다 진짜뉴스인 것은 아닙니다.”경향신문 편집국장과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지영(65) 동양대 초빙교수가 지난 24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언론윤리 특강에서 ‘진실하지 못한 뉴스’가 넘쳐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 그리고 비진실 뉴스’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를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 외에 광고성 기사 등 ‘비진실 뉴스’를 구별해 내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 논현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김
“다람쥐, 부엉이, 호랑이, 패랭이꽃 등 수많은 것들이 내 안에 있습니다. 근데 사람들은 평생 사슴으로 살다가 죽어요. 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 역할로 살다가 자기가 생명력이 있는지 모르고 의심도 안 해 보고 말이죠.”학벌, 재산, 외모 등 획일화한 기준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경향이 유독 심한 한국 사회는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을 움츠리게 만든다. 이런 위축과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상처는 종종 마음의 병으로 이어진다. 심리치료 기법인 사이코드라마(심리극)를 국내에 정착시킨 후 전통 무속인 ‘굿’을 마음치료에 접목하고 있는 최헌진(7
“친한 친구의 모친상에 조문을 하러 갔는데,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유가족이 장례를 진행하다 보니 실수가 잦았어요. 찬송가와 목탁 소리가 뒤섞여 도떼기시장 같았죠. 또 술과 화투가 빠지지 않으니 거친 욕설이 오가기도 했고요. 우리 인륜지대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 제일 음지에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그날따라 유독 컸습니다. 마지막 길이 경건하고 멋지고 아름다울 수 없을까, 장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더군요.”지난 2002년 창사 후 상조업 최초의 홈쇼핑 진출 등 파격적 마케팅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선 프리드라이프(현
TV 방송을 보면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누군가 열심히 손짓할 때가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즉 농인을 위해 음성정보를 전달하는 ‘수어통역사’다. 과거에는 ‘수화통역사’로 불렸는데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수어가 공식 명칭이 됐다. 이들은 32만 명 가량인 국내 농인들에게 세상의 소리를 전해주는 통신원이다.고인경(35)씨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국가공인 수어통역사 1600여 명 중 한 사람이다.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에서 수어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수어통역학과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또 ‘MBC TV 특강’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에게 ‘무지개다리’는 무척 슬픈 단어다. 작자를 알 수 없는 시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표현한 후 이 말이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동물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언젠가 천국의 문 앞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고이고이 보내고 싶어 한다. ‘21그램’은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장례업체다. 이 회사를 공동 창업한 이윤호(37) 이사를 지난 5월 10일 서울 송파동의 21그램 사무실에서 만났다.‘펫로스’ 슬픔 덜어주는 국내 최초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