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던 지난달 16일 오후 청와대 앞 광장. 황 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60대 후반 남성이 난데없이 튀어나와 황 대표 앞에 무릎을 꿇고 ‘황비어천가’를 외쳐 참석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이제는 오직 나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임진왜란 때 생각하면 됩니다. 강 앞에 서서 죽느냐 사느냐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가 ‘황교안’ 하면 ‘황교안과 같이 간다’ 세 번만 외쳐 주십시오.”이 남성은 “MBC 사장 최승호가 적폐냐, 김재철이가 적폐냐, 묻고 싶다”고 한 뒤 털썩 무릎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의 첫 구절입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죠.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대로 살아가는 일 말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사람에게 사회생활 잘한다고 말합니다. 한정된 시간에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이들에게요. 이런 사람은 사회가 만든 틀에 자신을 꾹꾹 눌러 담을 줄 아는 사람이죠. 그런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다 보면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이 되지 못해요. 내가 아닌 '틀' 그 자체가 되고 말죠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돌봄 없이는 생물적으로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정신분석학자는 인간 성격의 시원을 유아기 가족관계에서 형성된 무의식에서 찾는다. 가족과 더불어 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축적한 가치·문화·관습을 전승받기도 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족은 내 삶을 규정하거나 확장하는 작지만 거대한 거점이다.유년기부터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삶은 그 정체성의 확립 과정이나 다름없다. 혼자 그런 노력을 할 수도 있지만, 어린 나이라면 우선 가
1973년 문화재 당국이 황남동 155호 고분으로 불리던 대형 봉분무덤을 발굴한다. 화려한 금관을 비롯해 수많은 부장품, 특히 자작나무 껍질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한 말의 모습이 그려진 다래가 나온다. 다래는 말안장 밑에 흙이 튀어 오르지 않도록 다는 도구를 가리킨다. 다래의 말 그림을 따 천마총이라 부른다. 이 천마총에서 출토된 푸른색 유리잔은 1979년 보물 620호로 지정된다. 국립 경주박물관으로 가서 실물을 보자. 보물이라고 해서 황남대총 남분 등에서 나온 국보 유리잔에 비해 제작기법이나 미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오
늦은 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이제 막 매장을 닫으려는 아이스크림 집에 뛰어들어갑니다. 가장 달콤한 맛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소중히 받아듭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싹 다 먹어버려요.달콤하고 시원한 진통제, 아이스크림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나를 위한 극약처방입니다. 화가 나면 ‘열 받는다’고 표현하죠. 몸에 상처가 나면 그 부위가 화끈거려요. 몸이 피곤하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머리가 뜨거워집니다. 열은 상처, 분노, 피로 등과 연결되어 있어요. 앓아 누운 사람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 울고 나면 슬며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어요. 일에 치여 녹초가 돼 돌아와 의자에 털썩 기대어 앉으면 어쩐지 개운함이 느껴지죠. 밤새 신나게 놀고 난 뒤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좀 쓸쓸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몸의 감각과 마음의 감정을 잘 관찰해보세요. 특정한 상황에서 감정이 일어났을 때 그 뒤에 다른 결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생각을 걷어내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음미’하는 게 중요합니다.[몸 한끼, 맘 한끼] 일곱 번째 시간에는 ‘해독을 위한 빼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호흡명
군산 금강하굿둑 진포 대첩 기념탑전라북도 장수군 소백산맥에서 발원한 금강은 401km를 흐르며 전라북도와 충청남북도를 풍요롭게 적신다. 이어 충청남도 서천과 전라북도 군산의 경계를 이루며 서해로 흘러든다. 금강이 서해 군산만 앞바다에 이르는 지점에 1990년 군산과 서천을 잇는 둑을 쌓았다. 금강하굿둑이라 부른다. 둑 남쪽에 조성된 군산 시민공원이 푸근하게 탐방객을 맞아준다. 공원 한가운데 높이 솟은 탑으로 가보니 좀 특이하다. 흰 탑 아랫부분에는 장수와 병졸들 조각, 탑 꼭대기에는 큼직한 화포의 몸통, 즉 포신을 올려놨다. 장수와
인어공주는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포기했지만, 목소리를 얻고 거세당한 남자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남성 거세 가수 ‘카스트라토(Castrato)’가 전성기를 누렸다. 카스트라토는 ‘거세하다(Castrate)’란 말에서 유래된 ‘거세한 가수’를 말한다. 남성이지만 소프라노, 알토와 같은 여성 음역 소리를 낼 수 있다.18세기를 풍미한 실존 인물 파리넬리알몸 소년이 거세를 피해 투신하며 영화가 시작한다. 18세기에 여성은 교회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여성은 교회에서 침묵할지니라’(Let your wome
쌀 한 톨에 우주가밥맛이 없을 땐 밥을 ‘잘’ 먹어보세요. 먼저 숟가락 반 정도 찰 만큼 밥을 풉니다. 그리고 아, 벌린 입에 살며시 숟가락을 넣어요. 이제 눈을 감고 입을 다뭅니다. 한 번, 두 번 천천히 꼭꼭 밥알을 씹어요.잘 느껴지지 않던 밥맛에서 이런저런 맛들이 번쩍번쩍 튀어나와요. 단맛, 고소한 맛, 새큼한 맛까지 말이에요.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오래 머물다 가기도 합니다.승려이자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은 쌀 한 톨에 우주가 있다고 말합니다. 스님의 책 <먹기 명상>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쌀 한 톨을
일본 도자기 산업의 중심지 아리타일본 규슈 하카타항으로 가보자.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 걸린다. 가깝다. 비행기로 가면 하카타항을 포함하는 대도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도착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국민이 일본 여행을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후쿠오카는 한국 관광객으로 붐볐다. 후쿠오카역에서 사세보로 가는 철도를 타면 백제 무령왕의 출생지 가카라시마가 있는 사가현이 나온다. 사가역을 거쳐 나가사키로 가는 분기점 히젠 야마구치역을 지나면 한적한 시골 도시 아리타(有田)에 이른다. 분위기가 남다르다. 낡은 일본식 기와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인디언 격언입니다. 온전히 상대의 처지가 되어 보기 전에는 그에 관해 쉽게 말해선 안 된다는 말이죠. 섣불리 내뱉은 판단과 조언, 충고가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그의 역사가 담긴 신발을 신고 그가 걸어갈 길을 걸어 보고서야 그를 위한 말들을 할 수 있어요.[몸 한끼, 맘 한끼] 여섯 번째 시간에는 ‘해독을 위한 더하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나답게 잘 먹고 사는 법’을 표현하는 슬로건을 만들고, 그 문장이 주는 느낌을 그리기 재료와 털실, 단추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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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라이브 뮤직 토크 ‘사람의 체온을 담은 필름’ 고 류장하 감독 이야기가 열렸다. 제15회 JIMFF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사회를 맡았다. 허진호 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조성우 음악감독, 배우 최수영이 패널로 출연해 류 감독에 관한 기억을 관객들과 나눴다. 류장하 감독은 지난 2월 53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류 감독은 1996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산부인과>(1997) 연출부, <8월의 크리
경북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으로 가보자.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던 시설을 복원해 놓았다. 가야가 철 생산의 중심지였음을 나타낸다. 생산된 철은 납작한 덩이쇠로 만들어 유통했다. 대가야박물관에 전시된 덩이쇠를 보고 무대를 부산 동래구 복천박물관으로 옮겨보자. 복천동 38호 가야고분에서 출토한 유물을 복원해 놓았다. 말발굽이며 화살촉 400개를 비롯해 덩이쇠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덩이쇠는 무슨 용도일까? “國出鐵韓濊倭皆從取之 諸市買皆用鐵如中國用錢 又以供給二郡.” “나라에 철이 나는데 한(韓), 예
‘나답게 존재함’을 발하다잘 산다는 게 뭘까요?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많은 돈, 사람을 부릴 수 있는 큰 권력, 타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높은 지위를 갖는 것이 ‘잘 사는 삶’의 척도일까요?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책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삶의 방식을 ‘소유적 실존양식’과 ‘존재적 실존양식’ 두 가지로 나눕니다. 앞서 말한 기준의 잘 사는 삶은 소유적 실존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 지위, 능력 등 수치화∙객관화할 수 있는 것들은 소유하는 방식의 삶이죠.존재적 실존양식은 체험하는 삶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수치
김주환 감독의 영화 <사자>가 지난 7월 31일 대중을 만났다. 개봉 53일 만에 누적 관객 1,249만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디즈니 실사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이 극장가에 그대로 걸려있는 상황이라 경쟁이 불가피하다. 치열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영화를 개봉한 이유가 있다. 국민 배우 안성기부터 흥행 보증수표 박서준, 대세 배우로 자리 잡은 우도환의 첫 영화라는 점도 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생소한 ‘오컬트’ 장르라는 점이다. 폭염에 지친 관객들은 공포물을 찾는다.
독일 역사박물관의 나폴레옹 금관 초상화통일 독일 수도 베를린 테겔 공항은 참 편리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들어갔는데, 그 흔한 입국 검사도 없다. 브란덴부르크 문과 독일 의회를 비롯해 박물관 섬이 있는 시내 최중심부까지 5천원도 안 되는 저렴한 요금의 버스로 30분 안에 닿는다. 그나마 버스표를 끊지 않아도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다. 건물이 오래돼 낡았다는 점을 빼면 불황 없이 잘사는 나라의 공항과 물가라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 신공항을 조만간 개장한다니 그때는 어떻게 바뀔지... 베를린은 탐방도 손쉽다. 다양한 박물관이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