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권일용, 고나무/알마/15,500원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맞닥뜨려야 하는 세계가 있다. 기자들에게는 범죄의 세계가 특히 그렇다. 잔혹한 범죄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힘들어하는 일이다. 사회의 병리적 징후인 범죄를 제대로 보도하려면 범죄를 직접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한겨레> 기자 출신인 고나무 ‘팩트스토리’ 공동대표와 권일용 전 경정이 함께 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김해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실제 범죄자들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박수진, 조을선, 장선이, 신정은/인물과 사상사/15,000원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 업로드 버튼 한 번이면 누구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심지어 스스로 언론이 될 수 있다. 종이신문보다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킬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언론의 숙명이 되었다. 어떤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 고민을 해결하려고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그들은 숱하게 겪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이드 라인을 엮어 <
2021년 1월 6일, 수천 명의 사람이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분노에 찬 이들이 외쳤다.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었다. 트럼프는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백악관 남쪽 공원에서 “우리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죽도록 싸우라”고 연설하며 시위대를 자극했다. 흥분한 사람들은 의사당으로 몰려갔다. 의사당에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시위대는 의회를 지키는 경찰을 제압하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미 의회 폭동 사
젊은 시절 남자와 함께 군에서 복무를 했던 한 동료가 남자를 찾아와 수년째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 대해 털어놓았다.“스물여섯 마리 개가 날 쫓아오고 있었어, 사나운 얼굴을 하고 나를 죽일 기세였지.”“서른 마리도 아니고, 왜 하필 스물여섯 마리야?”“아직 말 안 한 게 있어, 레바논에서...”“레바논에서 뭐?”“전쟁 초기 레바논 여러 마을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으러 갔었지”부대가 마을에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차마 사람에게 총을 쏘지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생각보다 더 심각해요." 2008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에서 GM 자동차 공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1만 여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지역경제 역시 활기를 잃었다.그렇게 6년이 흐른 후, 중국의 자동차 유리 생산업체 푸야오(FUYAO)가 GM의 옛 공장을 인수했다.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데이턴에는 '푸야오'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푸야오 애비뉴’라는 거리가 생기고, 채용 설명회에는 포드 자동차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어난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관련해 거론된 고사성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환관 조고가 황제 사후 권력을 휘두르며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탄압했던 일에서 유래했다. 손관수(58) 한국방송(KBS) 보도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에서 열린 언론인 초청 특강에서 지록위마에 얽힌 고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과 저널리즘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특강의 주제는 ‘공영방송 KBS가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말이었다. 수능성적과 가장 비슷하다는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받자 잔뜩 긴장 상태였던 교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일찍이 포기한 아이들로 나뉘었다.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담임선생님이 반장이던 내게 점심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실 안에서 조용한 자습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꽤 더운 여름날이었기에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친구들과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며 놀고 싶은 아이들과 조용히 공부하려는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수능이 다가오는 시기라 내 공부도 바쁜데 교
짧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소개한다. 위 영상을 보자.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그곳에 갑자기 우주선이 나타난다. 카메라는 우주선 내부로 빠르게 들어간다. 무언가 작업 중인 우주인을 보여주고 그 뒤로 보이는 수족관 속 물고기를 향해 간다. 카메라는 이내 수면 위로 올라간다.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도시 속 빌딩을 향해 질주한다. 이런 식으로 미래 도시의 이미지들이 2분 동안 유영하듯 전개된다.그런데 이 영상, 인간이 만든 게 아니다. 구글의 비디오 생성형 인공지능 페나
어느덧 4월이 돌아왔다다시 4월이 돌아왔다. 겨우내 건조했던 땅에 단비가 내렸고 파릇파릇한 잎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매서웠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두툼했던 외투는 옷장으로 들어갔다. 추웠던 겨울을 보낸 사람들은 봄날을 만끽하기 위해 공원과 호수로 나왔다. 평소엔 쑥스러워 찍기 주저하는 사진도 함께 찍어본다. 어색하게 찍은 사진이 뭐가 좋을까 싶지만, 분명 언젠가 다시 꺼내 본다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4월의 하루를 함께했다는 걸, 사랑하는 이와 행복한 일상을 함께 나눴고 그때 내 곁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전혜원/서해문집/15,000원 전혜원 <시사인> 기자는 한국 언론의 노동 보도 행태에 갈증을 느꼈다. 평소 출입처를 오가느라 바쁜 기자들은 큰 사건이 나야 노동 현장을 찾았다. 고공 농성이나 대규모 파업이 있기 전까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느라 사안의 배경과 경과를 생략하고 단편만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정파성도 강했다. 보수언론은 ‘귀족 노조’, ‘강성 노조’라고 노동계를 공격했다. 진보 언론은 노동자를 ‘연약한 피해자’로만 간주해 방어했다. 그렇게 한국의 노동 보도는 입체적인 논의
소통이 필요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냥한 공감일지도 모른다.
목조 주택에서 불이 나 어린이와 청소년 10명이 숨졌다. 여름날 밤샘 파티를 하러 모인 아이들이었다. 어른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숨진 이 가운데는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화재 원인은 끝내 알 수 없었다. 다만 소방 당국은 폐허 안에서 이미 작동을 멈춘 화재경보기를 찾았다. 20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이다.지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화재경보기를 제대로 갖췄다면 아이들이 살 수 있었을 거라고 건물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언론도 관련 보도를 내놓았다. 이 주택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언론 보도에서 ‘단독’ 표시는 다른 언론사는 구하지 못한 정보를 기자가 유일하게 찾아 보도한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보도인 만큼 일반 기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단독 보도는 내용에 독창성이 있거나 보도의 깊이가 있고 파급력이 큰 뉴스이다. 이런 단독은 이를 발굴하기 위한 언론사의 기획, 탐사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권력 감시에도 큰 역할을 한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단독’ 표시는 단지 다른 언론사가 다루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권력 감시나 진실 발굴 보도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단독’
너무 예상 밖이라 ‘이상한 시도’라고 불리는 방송이 있다. jtbc가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피크타임>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절정을 맞이하지 못한 아이돌들이 주인공이다. 오디션 사상 최초 팀 단위 대결 방식이며 이미 데뷔한 아이돌이 연차, 팬덤, 소속사, 팀명까지 전부 내려놓고 경연을 펼치는 서바이벌이다. ‘절정을 맞이할 시간’, ‘우리를 보여줄 시간’이라는 슬로건은 프로그램 제목 <피크타임>과 꽤 잘 어울린다.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이미 이전 작품인 <싱어게인>에서 이상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싱어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골목에는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다.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은 윤락가나 유흥가 일대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없애야 하는 구역이지만 그러지 못해 청소년의 통행을 24시간 금지하는 것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이 이뤄졌지만, 19년이 흐른 지금도 성매매 집결지가 몇 곳에 남아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결지 수는 2004년 35개, 2016년 24개, 2021년 15개, 2022년 14개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중 영등포 ‘수도골목’은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다. ‘수도골목’이란 이름은 영등포역 앞에 있던 수도여관에서 유래했다. 수도여관은 이제 사라졌지만, 좁은 골목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무허가 건축물로 가득하다. 그곳에는 유리방 35곳, 휘파리 20곳, 쪽방 11곳으로 총 66개의 업소와 146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다. 유리방은 유리문 안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하는 형태의 업소로 주로 20, 30대 여성들이 종사하고, 휘파리는 중장년 여성들이 종사한다. 이러한 집단적 성매매 장소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3가 막을 내렸다. tvN에서 오리지널 시즌9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뒤 쿠팡 플레이로 돌아온 SNL 코리아는 리부트 시즌1에서 ‘주 기자가 간다’ 코너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시즌3에는 ‘MZ오피스’라는 코너가 화제였다. ‘MZ오피스’는 이른바 ‘MZ’(엠지) 세대가 주류인 가상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콩트다. MZ세대는 대략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세대를 구분하는 정확한 개념이기보다는 마케팅 용어로 처음 사용되어 미디어에서 자의적으로 쓰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허위·조작정보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바이러스 외에도 기승을 부리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잘못된 정보를 담은 ‘허위·조작정보’다. ‘표백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 ‘소 배설물을 바르면 코로나가 없어진다’,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등등은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다. 2020년 3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둘러싸고 퍼지는 허위 정보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포데믹(infodemic)은 우리의 적이다”라고